나의 길 - 초등부터 100세까지 읽는 동화
발렌티나 로디니 지음, 안젤로 루타 그림, 최보민 옮김 / 아름다운사람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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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고 한참 동안, 마음이 말없이 따뜻하게 물들었습니다.

『나의 길』은 겉으로 보기엔 아기자기한 그림책처럼 보이지만,

그 속엔 아이는 물론이고 어른의 마음까지도

조용히 흔드는 철학적인 질문이 담겨 있었습니다.



 

“너는 어떤 마음으로 네 길을 걸어갈 거니?”

이 한 문장이 책 속에서 나왔을 때, 저는 순간 멈춰 섰습니다.

마치 누군가 제 속마음을 들여다보고 조용히 말을 거는 듯한 느낌이었어요.

우리는 살아가며 수많은 길 위에 서게 됩니다.

빠르게 걸어야 할 때도 있고, 멈춰서야 할 때도 있죠.

그런데 ‘어떻게’가 아니라 ‘어떤 마음으로’라는 질문은,

저에게 너무나 따뜻하고도 낯선 물음이었습니다.



 

🌱 선아와 함께한 길 위의 대화

이 책은 선아와 함께 읽었습니다. 평소처럼 잠자기 전, 책장을 넘기며 시작했는데, 한 장 한 장 넘길수록 우리의 대화가 더 깊어졌어요. 이야기는 어느 날, 아이가 자기만의 길을 찾기 위해 떠나는 여정으로 시작됩니다. 길 위에는 다양한 친구들과 선택의 순간이 등장하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 모든 순간을 ‘자신의 마음으로 선택하는 것’이라는 메시지가 흐르고 있었어요.

특히 선아는 조약돌을 고르는 장면을 가장 좋아했어요. 다섯 개의 조약돌 중 어떤 걸 고를까 고민하는 모습에서, 선아는 책 속 아이가 단순히 예쁜 돌멩이를 고른 게 아니라 ‘자신이 되고 싶은 마음’을 고른 것 같다고 이야기하더라고요.

 


“엄마, 나도 조약돌 고를래!”

“좋지. 그럼 선아는 어떤 마음을 담고 싶어?”

선아는 잠시 생각하더니, 또박또박 말했어요.

“사랑, 믿음, 용기, 자유, 신뢰. 이렇게 다섯 개!”

그 말을 듣고 가슴이 벅차올랐어요. 그 순간, 이 책의 메시지를 선아가 온전히 이해하고 있다는 걸 느꼈거든요. ‘마음’이라는 건 추상적인 개념이지만, 아이는 책을 통해 자연스럽게 그것을 삶의 선택 기준으로 받아들이고 있었어요. 어쩌면 어른인 나보다 더 선명하게 말이죠.


 


🐾 길 위에서 만나는 친구들

이야기 속에는 아이가 여정 중에 만나는 여러 친구들이 나옵니다. 코뿔소, 고슴도치, 하마… 하나같이 특별한 존재들이죠.

코뿔소는 겉은 단단하지만 속은 따뜻한 친구예요. 아이가 지쳤을 때 등에 태워주기도 하고, 방향을 잡을 수 있게 도와주죠. 고슴도치는 쉽게 다가가기 어려워 보이지만, 속 이야기를 꺼내면 누구보다 진심으로 반응해 주는 친구였고요. 하마는 조용히, 말없이 곁에 있어주는 존재. 때론 아무 말도 하지 않고도,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 큰 위로가 되는 친구 말이에요.


 

이 장면들을 읽으며, 선아가 말했어요.

“친구는 꼭 말이 많아야 좋은 게 아니구나.”

그 말에 절로 웃음이 났습니다. 아이는 이미 좋은 친구가 어떤 사람인지, 그리고 자신이 어떤 친구가 되고 싶은지 생각하고 있었던 거예요. 이 책이 선아에게 그런 따뜻한 질문을 건넸다는 사실이 참 고맙고, 기특했어요.


 



🧭 길은 내가 만드는 것

『나의 길』은 강조합니다.

길은 누가 정해주는 게 아니라 내가 만들어가는 것이라고요.

때로는 넘어지기도 하고, 길을 잃기도 하지만, 내가 선택한 조약돌 덕분에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믿음. 그 믿음이야말로 이 책이 말하는 ‘진짜 성장’이 아닐까 싶어요.

“엄마, 나도 언젠가 길을 걸을 때 내 조약돌들을 꺼내볼 수 있겠지?”

“그럼. 조약돌은 눈에 보이진 않아도 마음속에 있잖아.”

그 짧은 대화 속에 저는 참 많은 감정을 느꼈어요. 아이와 나눈 이 이야기가 언젠가 선아의 마음속에도 오래도록 따뜻한 흔적으로 남았으면 좋겠다고, 그날 밤 오래도록 바랐습니다.


 


📚 시처럼, 그림처럼, 마음처럼 남는 책

『나의 길』은 단지 동화책이라기보다, 아이와 어른이 함께 읽으며 마음을 나누고 성장하는 철학 그림책이었습니다. 부드럽고 시적인 문장, 여백이 많은 그림, 그리고 그림 사이에 흐르는 조용한 질문들… 이 책은 어떤 위로보다 깊게 마음에 닿았어요.

무엇보다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우리 각자가 찾게 해주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 나는 지금 어떤 조약돌을 쥐고 살아가고 있을까?

• 나는 어떤 마음으로 길을 걷고 있을까?

• 그리고 나의 아이에게, 어떤 마음을 남겨주고 싶을까?

책을 덮고 나서도 이런 생각들이 계속 맴돌았고, 문득 문득 다시 책장을 펼쳐보게 되는 책. 그런 책이었습니다.


 


🌈 아이와 함께 읽는 삶의 철학서

『나의 길』은 책을 읽는 동안엔 마음을 울리고, 책을 덮고 나면 인생을 돌아보게 만드는 책입니다. 그리고 아이에게도, 어른에게도 삶을 살아가는 힘은 어디에서 오는지 알려주는 따뜻한 친구 같은 책이에요.

누군가 방향을 잃었다고 느낄 때, 이 책을 건네주고 싶습니다.

누군가 스스로를 믿지 못하고 흔들릴 때, 이 책을 조용히 함께 읽고 싶습니다.

선아와 나, 그리고 언젠가 이 글을 읽을 누군가에게도, 『나의 길』이 마음속 조약돌 하나쯤은 남겨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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