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뜨락 교실에서 만나 초승달문고 54
난별 지음, 방새미 그림 / 문학동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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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들은 유난히 바쁘고,

많은 기대 속에 ‘잘 해야 하는’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 같아요.

특히 학교라는 공간은 설렘도 있지만,

낯섦과 긴장이 공존하는 곳이기도 하지요.

그런 점에서 난별 작가의 그림책 『뒤뜨락 교실에서 만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너무도 따뜻한 위로와 응원을 건네는 이야기입니다.



 

책은 막 초등학교에 입학한 준호의 시선으로 시작돼요.

아이들에게 ‘입학’이라는 단어는 생각보다 큰 변화를 의미하잖아요.

아직은 모든 게 낯선 준호에게 교실은 너무 조용하고, 너무 길게 느껴집니다.

선생님의 말씀은 자장가처럼 들리고,

앞자리 친구에게 인사라도 건네고 싶지만 그마저도 용기가 안 나요.

그러던 어느 날, 수업 중인데도 누군가 복도에서 손짓을 합니다.

“준호야, 이리 와.”

소리를 내지 않고도 마음을 끄는 그 부름에 이끌려 복도를 따라가 보니,

놀랍도록 아름다운 ‘학교 뒤의 뒤뜨락’이 펼쳐지지요.

그곳엔 풀처럼 부드럽고

따뜻한 친구들, 시루, 콩이, 나물이 준호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마치 유치원 때 친구들을 다시 만난 듯, 준호는 오랜만에 웃음을 되찾습니다.



 

“엄마, 나도 저런 친구 있으면 좋겠어. 이름도 내가 붙여 줄 거야.”

책을 읽던 선아가 갑자기 툭 내뱉은 말이에요.

그 말에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났습니다. 준호가 뒤뜨락 친구들에게 이름을 붙이며 스스럼없이 다가가는 모습에서, 우리 아이도 무언가 위안을 느낀 듯했거든요.

뒤뜨락은 단순히 숨는 장소가 아니라, 아이들이 자기만의 속도로 세상을 만날 수 있게 해 주는 비밀 정원 같은 곳이에요.

준호는 그곳에서 뛰고 구르고,

햇살 속에서 느긋하게 낮잠도 자며 자기 속도로 하루를 살아갑니다.

옆 반 다래도 그곳에 합류하면서,

준호는 처음으로 또래 친구와도 연결됩니다. 친구가 새 친구를 데려다 준 셈이죠.



 

아이들이 갑자기 교실 밖으로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

선생님과 반 아이들이 뒤뜨락으로 찾아오고,

이 작은 모험은 뜻밖의 전환점을 맞아요.

누구보다 따뜻한 시선으로 아이들을 지켜보던 교장 선생님,

그리고 진심을 다해 준호와 다래에게 다시 수업의 의미를 알려 주는 담임 선생님,

뒤뜨락에서 아이들이 보내는 시간은

결국 교실이라는 공간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듭니다.

“준호는 교실에 오래 있는 게 힘들고, 우리는 학교에 일찍 오는 게 힘드네.”

이 짧은 문장이 유독 마음에 남았어요.

서로 다른 모습과 리듬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이야기.

그것이 바로 『뒤뜨락 교실에서 만나』가 들려주는 가장 큰 울림 아닐까요?



 

선아도 이 장면을 읽고는

“맞아. 나는 아침에 일어나는 게 제일 힘들어” 하더라고요.

자신도 학교에 적응 중이라는 말처럼 느껴졌어요.

어른 눈엔 사소해 보여도, 아이들에겐 크고 진지한 고민일 수 있잖아요.

이 책은 단순히 ‘뒤뜰에서 노는 이야기’가 아니에요.

답답한 교실에서 벗어나 나를 이해해 주는 친구를 만나고,

내가 좋아하는 자연 속에서 나답게 살아갈 수 있는

용기를 얻게 해 주는 이야기입니다.

게다가 방새미 작가의 따뜻한 그림은 아이들의 표정 하나하나에

숨결을 불어넣는 듯 섬세하고 부드러워서 책장을 넘길수록 마음이 차분해지고,

기분이 좋아졌어요.



 

학교생활에 불안을 느끼는 아이,

혹은 속도에 맞춰 가는 게 힘든 우리 아이들에게

『뒤뜨락 교실에서 만나』는 말없이 다정한 손을 내밀어 주는 책이에요.

지금도 시루와 콩이, 나물이 그리고 준호가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대요.

모두 함께 ‘뒤뜨락 교실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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