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캠퍼스 투어는 처음이야! - 지리 선생님과 떠나는 서울 대학가 탐방
최재희 지음 / 북트리거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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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대학 캠퍼스를 걷는 건, 단순히 ‘학교 구경’ 그 이상이었다.

《이런 캠퍼스 투어는 처음이야!》를 펼친 순간부터,

나는 건물과 벤치 사이사이에 숨겨진 시간의 이야기들과,

도로 옆 담장 너머로 이어진 지리의 흔적을 따라 걷고 있었다.



사실 이 책은 엄마인 내가 먼저 읽기 시작했지만,

대학교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어난

초등 4학년 딸 선아도 슬며시 옆에 와 앉아 책장을 함께 넘기기 시작했다.

“엄마, 연세대 근처가 왜 그렇게 번화한지 몰랐는데, 이런 이유가 있었구나!”

선아가 눈을 반짝이며 했던 말이 아직도 귓가에 생생하다.



이 책은 단순한 입시 정보나 학교 소개서가 아니다.

지리 교사이자 EBSi 강사인 저자가 직접 발로 뛰며

서울 대학가의 지리적 의미와 역사, 문화까지 촘촘하게 엮어낸,

말 그대로 ‘살아있는 공간 수업’이었다.

그간 우리는 대학을 성적으로 줄 세우거나,

몇 개의 인기 전공과 캠퍼스 사진으로만 바라봤던 건 아니었을까?


1부에서는 건대, 연세대, 경희대처럼 ‘핫플레이스’를 중심으로

대학과 지역 상권이 어떤 상생 관계를 맺으며 발전해왔는지를 설명한다.

특히 연세대와 경희대는

우리가 실제로 콘서트와 뮤지컬을 보러 다녀온 적이 있어서,

선아는 그 장면들을 떠올리며 더욱 집중해서 읽었다.

“아, 여기서 우리가 경희대 콘서트연 봤었잖아!”

책 속의 풍경과 우리의 기억이 포개지며, 어느새 책은 ‘우리 이야기’가 되었다.

건대 호수 주변의 경관이 왜 그리도 낭만적인지,

연세대 신촌 캠퍼스의 길 하나하나에 얼마나 많은 시간이 스며들었는지,

책을 읽으며 그 모든 것이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다.



2부에서는 서울대, 서울교대, 한국체대처럼

‘국공립’ 대학들의 입지와 역할을 소개한다.

선아가 요즘 가장 가고 싶다고 말하는 곳이 바로 서울대다.

“엄마, 나중에 서울대 캠퍼스도 직접 가보고 싶어!”

책을 읽으며 눈을 반짝이던 선아는

서울대의 캠퍼스 구조와 입지에 대한 이야기에도 깊이 빠져들었다.

서울의 도시화와 함께 어떻게 학교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는지를 알고 나니,

단지 행정적인 결정이 아닌

지역과 국가의 큰 흐름이 반영된 결과라는 걸 이해하게 된다.



3부에서는 동국대, 서강대, 성균관대처럼 종교적,

역사적 의미가 짙은 대학들의 이야기로 넘어간다.

선아가 좋아하는 <전천당> 뮤지컬을 보러 다녀온

성균관대학교도 선아에게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때는 그저 오래된 건물들이 멋지다고만 느꼈던 공간이,

책 속에서는 ‘과거 시험의 터전’이자 ‘유교 교육의 중심’으로 살아났다.

“엄마, 옛날 사람들이 진짜 여기서 공부했어?”

아이의 질문을 통해, 우리는 공간이 품은 역사를 함께 되짚어볼 수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4부, 내가 가장 좋아한 챕터다.

고려대, 중앙대, 숙대, 한양대처럼 ‘자연과 어우러진’ 캠퍼스를 조명하는 장이다.

고려대가 왜 그토록 중후하고 견고한 이미지를 갖게 되었는지,

한양대가 어떻게 두물머리 위 구름다리를 건널 수 있게 되었는지

지리적 기반과 문화적 요소가 합쳐져 하나의 풍경이 되는 그 순간들.

캠퍼스가 단순한 공부 공간이 아니라,

진짜 ‘이야기가 숨 쉬는 곳’이라는 걸 깨닫게 됐다.



선아는 “엄마, 나도 나중에 저기 직접 가서 걷고 싶어!”라며 책 속 사진과 지도,

주변 거리 이야기에 푹 빠져들었다.

지리는 단순한 암기 과목이 아니라, 사람의 삶과 공간,

그리고 시간의 흐름이 만나는 접점이라는 걸 이번 기회에 같이 느낄 수 있었다.



책 곳곳에 등장하는 ‘모르고 지나가기 아쉬운 TMI’도 정말 재미있었다.

경희대-외대-시립대 사이에서 벌어지는 ‘트로이카 열전’부터,

MT 장소를 지리적으로 분석한 이야기,

‘등산 같은 등교길’에 숨겨진 암석의 비밀까지.

아이와 함께 읽으며 지도도 찾아보고,

예전 캠퍼스 방문 사진도 꺼내보는 시간이 참 소중하게 느껴졌다.

책의 부록에는 해외 명문대학 8곳에 대한 입지 정보도 담겨 있다.

단지 “좋은 대학”이 아니라,

“왜 좋은지”를 장소와 사람, 역사를 통해 설명해 주는 방식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이런 캠퍼스 투어는 처음이야!》는 단순한 책이 아니라,

하나의 지리 여행 지도 같았다.

앞으로 아이와 캠퍼스를 방문하게 된다면, 이 책을 다시 펼쳐볼 것이다.

그땐 정보보다 ‘이야기’를 보러 가는 발걸음이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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