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을 덮고 나서도 한동안 가슴이 먹먹했다.
이 책은 아이의 마음으로, 하지만 어른의 후회까지 담아내는 동화다.
박현숙 작가의 신작 《지금도 늦지 않았어 사랑해》는 말하지 못해 더 깊어진 마음,
그리고 시간이 주어진다면 다시 말하고 싶은 진심에 대한 이야기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겨울이’.
가난한 현실에 지친 겨울이는 병상에 누운 아빠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제대로 건네지 못한 채 마음속 화를 키운다.
겨울이는 아빠의 부재와 가난이 모두 아빠 때문이라는 오해로,
정작 가장 그리워하면서도 그 마음을 숨긴다.
그러다 가온족 설지라는 신비한 아이를 만나 20일 전으로 돌아갈 기회를 얻게 된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이 설정만으로도 마음이 저릿해진다.
말 한마디에 담긴 마음이 얼마나 큰 의미를 가지는지 알기에,
아이에게도 늘 “사랑해”라고 말해주려 노력하지만,
과연 나는 진심을 다 전달하고 있는 걸까 하는 반성이 들었다.
책을 읽은 선아는 이런 이야기를 했다.
“엄마, 나는 ‘아빠, 사랑해’라고 바로 말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런데 겨울이 마음도 이해돼. 너무 슬프면 오히려 말이 안 나와.”
어린아이의 말이지만, 겨울이의 감정을 정확히 짚어냈다.
말하지 못한 사랑은 때때로 미움처럼 마음에 쌓인다.
그게 어린아이라도.
겨울이가 사랑해라는 한마디를 하기까지 겪는
갈등과 감정의 파도는 짧은 이야기 속에서도 꽤 깊이 있게 다가온다.
친구 사랑이와의 갈등, 가족 간의 오해,
그 안에서 점점 무너져가는 겨울이의 감정은
우리가 어른이 되어도 겪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래서인지 어른이 읽어도 공감되는 지점이 많았다.
특히 마음에 깊이 남았던 문장이 있다.
“말하지 않으면 사랑하는 마음보다
미워하는 마음이 더 힘이 세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
이 문장을 읽고 나니, 나도 모르게 지난 일들이 주마등처럼 떠올랐다.
부모님, 친구, 그리고 아이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순간들.
그때 왜 한마디 용기를 내지 못했을까.
아이에게 이 책을 함께 읽히며,
우리도 그런 순간을 준비하고 싶었다.
동화는 결국, 진심을 전하는 것이 가장 늦지 않은 선택이라는 걸 말해준다.
기적은 멀리 있지 않다.
그저 용기 내어 “사랑해”라고 말하는 순간,
이미 기적은 시작된 것일지도 모른다.
책을 다 읽은 선아가 아빠한테 전화해서
“아빠, 사랑해. 진짜야.” 라고 하네요 .
다행히도 선아는 사랑해라는 말을 자주 한다는..
이 책의 진심이 우리 가족에게도 닿았구나 싶었어요.
《지금도 늦지 않았어 사랑해》는 아이에게는 감정의 언어를 배우는 기회가 되고,
어른에게는 잊고 지낸 진심을 다시 떠올리게 해주는 따뜻한 선물 같은 동화다.
지금 사랑하고 있다면, 주저 말고 말해보자.
지금도, 늦지 않았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