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저우에서 만난 순간들: 여행자의 스케치북
이병수 지음 / 성안당 / 2025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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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을 넘기는 순간부터 마음속에 어떤 따뜻한 감정이 스며들기 시작했어요.

이건 단순한 여행서가 아니구나, 감성으로 읽는 도시 이야기구나 싶었죠.



이 책은 건축 엔지니어인 저자가 광저우에서 2년간 체류하며,

도시 구석구석을 직접 스케치하고

그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낸 인문 여행 에세이입니다.

스케치북을 들고 광저우의 골목과 거리, 산책길과 역사 유적,

시장과 현대 건축물을 돌아보며 오직 그 자리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과 분위기를 포착했어요.

제가 6년 넘게 그곳에서 생활하면서

무심히 지나쳤던 풍경들까지 새롭게 다가오게 했습니다.


책장을 펼치자마자,

익숙한 듯 새로운 광저우의 풍경들이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광저우 타워의 웅장함, 오페라하우스의 세련된 곡선,

활기 넘치는 베이징루의 야경,

그리고 이국적인 정취가 물씬 풍기는 사몐다오까지…

저자가 직접 발로 뛰며 찾아낸 40여 곳의 명소와 숨겨진 장소들은,

마치 제가 그곳에 다시 서 있는 듯한 생생한 감동을 선사했습니다.

특히 현지인들과의 소통을 통해 얻은 정보라는 점이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습니다. 관광 책자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광저우 사람들의 삶 속으로 깊숙이 들어간 듯한 느낌이랄까요.




 

6년이라는 시간 동안 광저우에서 생활했지만,

참 많은 곳을 가보지 못했다는 사실에 새삼 놀랐습니다.

매일 오가던 익숙한 길, 자주 찾던 쇼핑몰 근처에도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과 이야기가 숨겨져 있었다니!

책장을 넘길 때마다

"아, 여기도 있었지!", "이런 곳은 처음 보네?"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지요.

특히 짠시루의 활기 넘치는 모조품 시장 풍경이나,

웬징루의 정겨운 코리아타운 모습은

예전 기억을 떠올리게 하며 미소를 짓게 만들었습니다.



 

스케치는 정말 정성스럽고 따뜻했어요.

건축 엔지니어다운 섬세한 관찰력과 비례감각은 물론,

도시를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이 그림마다 배어 있었어요.

특히 짠시루의 벽돌 골목을 담은 스케치,

사몐다오의 낡은 계단에 햇살이 스며드는 장면,

그리고 오페라하우스의 곡선미를 담아낸 그림은 감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무엇보다도 감동적인 건 ‘이 도시에 사는 사람’의 눈으로 바라봤다는 점이에요.

관광객의 시선이 아니라,

그곳에서 삶을 살아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정서와 공기가 담겨 있거든요.

그저 ‘예쁘다’거나 ‘대단하다’는 말로는 부족한,

그 장소에 서 있는 순간의 공기와 빛, 온도까지 느낄 수 있었어요.



 

글도 참 좋았습니다. 가볍지 않으면서도 부담스럽지 않고,

고백하듯 진솔한 문장들로 이어져요.

예를 들어, 사몐다오에서의 ‘하루의 끝자락에서 나를 만나던 시간’이라든지,

광저우 타워 아래에서의 ‘말없이 올려다본 밤하늘’ 같은

문장들에는 저도 모르게 마음이 찡 했어요.

그 말들이 꼭 저에게 말을 걸어오는 것 같았어요.

“너도 그때, 그 자리에 있었잖아.“라고요.




 

책에는 각 장소마다 교통편과 주소,

심지어 QR코드를 통해 구글 지도로 연동되는 기능까지 있어요.

그래서 단순히 보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나중에 직접 따라가볼 수도 있다는 점에서 여행 준비에도 큰 도움이 되겠더라고요.

비록 지금은 광저우를 떠나 있지만,

이 책을 통해 언젠가 다시 찾을 날을 기약하며 설레는 마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다음에 광저우에 다시 간다면 이 책 한 권만 들고 다녀도 후회 없을 것 같아요.


 


『여행자의 스케치북: 광저우에서 만난 순간들』은

그저 여행지를 소개하는 책이 아닙니다.

한 도시를 사랑한 사람의 시선으로, 그

곳의 찬란한 순간들을 고요하게 기록한, 그래서 더 빛나는 기록이에요.



광저우에 살아본 적이 있는 분이라면 추억을 되새기며 읽기 좋고,

처음 가보는 분이라면 ‘이런 도시였구나’ 하고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광저우의 매력을 다시금 깨닫게 해준 이 책을,

조용한 오후에 커피 한 잔과 함께 꼭 읽어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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