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라도 전주》는 내가 늘 마음 한켠에 품고 있던 도시,
전주를 다시 바라보게 만든 책이다.
수학여행이나 짧은 주말 여행으로 스쳐지나갔던 전주가 아니라,
걷고 머물며 ‘살아내는’ 도시 전주.
이 책은 전주를 여행하는 법이 아니라, 전주에 ‘머무는’ 방법을 알려준다.
작가는 전주를 세 가지 키워드로 풀어낸다.
멋, 책, 맛.
이 단어들은 단순한 카테고리가 아니라,
저자가 전주에서 오랫동안 느끼고 쌓아온 ‘삶의 결’과도 같다.
처음엔 한옥마을과 전주비빔밥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나니, 전주는 그보다 더 깊고 조용한 결을 가진 도시였다.
저자는 한옥마을을 시작점으로 삼아 남부시장, 서학동 예술마을, 완산칠봉,
팔복예술공장 같은 지역의 진짜 얼굴을 보여준다.
단순한 명소 소개가 아닌,
그 공간을 바라보는 다정한 시선과 섬세한 기억이 담겨 있어 더 따뜻하게 다가온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책 여행’ 파트였다.
작은 책방, 지역 서점, 북클럽이 열리는 공간, 도서관까지…
소란스럽지 않은 그 ‘조용한 공간’들에 집중하는 저자의 감성에 깊이 공감했다.
책장을 넘기는 독자의 모습이 떠오르는 묘사에서는
마치 내가 그 공간에 앉아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맛 여행’ 또한 흥미롭다.
흔한 맛집 소개가 아니라,
음식이 만들어지는 순간과 그 음식을 함께 나눈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래서 국수 한 그릇, 막걸리 한 잔도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하나의 추억이 된다.
가맥집, 비건 식당, 로컬 식당 등 그동안 미처 몰랐던
전주의 또 다른 면모도 새롭게 만날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여행은 꼭 멀리 가야만 하는 걸까? SNS에서 핫한 곳만 찾아야 하는 걸까?
《언제라도 전주》는 그 질문에 조용하지만 단단하게 “아니요”라고 말한다.
낯설지 않지만 새로운, 익숙하면서도 색다른 전주.
그 전주를 걷고, 읽고, 먹고, 머물며 우리는 우리만의 속도로 여행할 수 있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전주라는 도시를 ‘체험’하게 만드는 글쓰기에 있다.
읽는 내내 전주의 골목길을 직접 걷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고,
화려한 관광지보다는 사람 냄새 나는 동네 이야기와 저자의 기억,
감정이 섬세하게 담겨 있어 몰입도가 높았다.
고요하지만 단단한 문장, 나지막하지만 오래 남는 울림.
그런 문장들이 전주의 공기처럼 느껴졌다.
《언제라도 전주》는 단순한 전주 여행 에세이를 넘어 ‘로컬의 아름다움’을 알려준다.
도시의 오랜 시간과 감성,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잊히지 않는 풍경들이 느릿하지만 선명한 문장에 담겨 있다.
그래서 한 페이지 한 페이지가 마치 여행 같고,
어떤 문장은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전주를 처음 가는 사람에게는 새로운 지도를,
이미 다녀온 이에게는 또 다른 감상을,
전주에 살아보았던 이에게는 그리움을 선물하는 책.
나 역시 이 책 덕분에 전주를 다시 걷고 싶어졌고,
그때는 이 책을 들고 골목골목을 천천히 걸어보고 싶다.
그냥 스쳐 지나가는 여행이 아니라, 머무는 여행.
《언제라도 전주》는 그렇게, 당신만의 전주를 조용히 안내해주는 책이다.
화려한 볼거리가 없어도, 조용히 나를 돌아보고 싶은 날,
한 도시의 숨결을 느끼고 싶을 때, 전주는 더없이 좋은 여행지가 될 것이다.
이 책은 단지 여행 가이드를 넘어,
한 도시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쓰인 기록이자 초대장이다.
그 초대에 기꺼이 응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