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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무인 라면 가게 ㅣ 이상한 무인 가게 시리즈 5
서아람 지음, 안병현 그림 / 라곰스쿨 / 2025년 4월
평점 :
아이 마음에 국물처럼 스며드는 이야기, 『이상한 무인 라면 가게』
“엄마, 나는 ‘그랜파게티’가 제일 기억에 남아. 가람이처럼 누군가를 너무 보고 싶을 때, 그런 라면이 진짜 있었으면 좋겠어.”
책을 덮은 선아가 조용히 말했습니다. 그 말 한마디에, 저는 이 책이 그냥 어린이 동화가 아니라는 걸 다시금 느꼈어요.

『이상한 무인 라면 가게』는 고민이 많은 아이들에게만 나타나는 신비한 무인 가게를 배경으로, 다양한 사연을 가진 아이들이 ‘마법의 라면’을 먹고 조금씩 마음의 짐을 덜어내는 이야기입니다. 이번 책의 주제는 ‘극복’. 어떤 고민이든 쉽게 사라지지 않지만, 그것을 ‘안고 살아가는 힘’을 길러주는 이야기입니다.

이번 편에는 라면이라는 소재가 등장해 아이들의 흥미를 확 잡아끄는데요. 그 라면들이 정말 기발합니다.
✔️ ‘빛나라 진짜 라푼젤면’은 머릿결이 찰랑찰랑 빛나게 해주는 라면
✔️ ‘교양이 쑥쑥 자라면’은 머리가 좋아지게 해주는 라면
✔️ ‘활활 불타올라면’은 매운맛을 극복하게 해주는 라면
✔️ ‘진실의 참이라면’은 거짓말을 못하게 만드는 라면
✔️ ‘그랜파게티’는 보고 싶은 사람을 만날 수 있는 라면 등등!
아이들이 흔히 느끼는 외모, 공부, 인간관계, 가족 문제 같은 고민을 라면 한 그릇으로 풀어내는 방식이 너무 귀엽고 유쾌하면서도, 그 안에 깊은 메시지가 숨어 있어요. 단순히 라면을 먹고 ‘문제가 해결됐다!’는 결론이 아니라, 마법의 라면을 경험한 뒤 오히려 자기 내면의 문제와 진심을 마주하게 되면서 변화가 시작됩니다.

선아는 “나는 ‘비밀은 없어 왕거울면’도 재밌었어. 부모님이 자꾸 염탐한다고 느낄 때 있거든”이라며 쑥스럽게 웃더라고요. 아이들의 솔직한 마음을 반영한 이야기들이라 그런지, 선아도 자신을 책 속 주인공에 자연스럽게 투영하며 읽은 것 같아요.
무엇보다 이 책이 좋았던 이유는, 아이들에게 ‘네 고민은 별거 아니야’라고 말하는 대신, “그런 고민이 있을 수 있어. 그걸 견디는 네가 대단해”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기 때문이에요. 따뜻한 라면 국물처럼 마음에 스며드는 위로랄까요.

이 시리즈는 아이들이 실제로 네이버 고민Q&A에 올린 고민에서 출발했다는 점도 인상 깊었습니다. 그래서 더 현실감 있게 다가오고, 부모 입장에서 아이들의 마음을 더 이해하게 되었어요. 선아도 이 책을 읽고 자기 마음을 솔직히 꺼내놓는 기회를 가졌고, 저 역시 그 마음을 좀 더 따뜻하게 들여다볼 수 있었답니다.

『이상한 무인 라면 가게』는 단순한 판타지나 재미를 넘어, 아이와 부모가 함께 고민을 나눌 수 있게 도와주는 책이었어요. 이 책을 읽고 나면, 우리 아이의 ‘자존감 근육’이 조금 더 단단해질 거예요. 그리고 라면 한 그릇처럼 뜨끈하고 따뜻한 위로도 마음에 남을 거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