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중일기’가 전쟁터의 공식 기록이라면,
《난중야록》은 그 이면에 숨겨진 인간 이순신의 초상이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역사책에 나오는 ‘장군’ 이순신이 아니라,
고뇌하고 불안해하면서도 꿋꿋이 앞으로 나아간
‘한 인간’ 이순신을 처음으로 제대로 만난 기분이었다.
《난중야록》은 단순한 역사소설이 아니다.
이순신 장군의 초안과 이를 옮긴 이걸영(임단),
그리고 작가의 어릴 적 어머니로부터 전해 들은 구전 이야기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기록이다.
특히 마음을 울렸던 건,
이순신 곁에서 그림자처럼 조용히 도우며
결정적인 순간마다 지혜를 건네던 ‘단이’라는 여인의 존재였다.
역사는 승리자의 기록이지만, 《난중야록》은 준비자의 기록이다.
이순신 장군은 이미 전쟁이 일어나기 훨씬 전부터 준비를 멈추지 않았다.
귀선을 제조하는 과정, 부하들과의 심리적 거리 좁히기,
그리고 ‘마늘 점’처럼 마음의 불안을 다스리는 작은 의식까지.
그 모든 준비와 결단의 순간들이 디테일하게 살아 숨 쉬고 있었다.
단이의 조언은 단순한 ‘여성의 조력’이라는 차원을 넘어선다.
그녀는 이순신이 가진 두려움과 의심을
긍정적 에너지로 전환시키는 방법을 알고 있었고,
때로는 전쟁을 ‘놀이처럼’ 여기라고 권하며 무게를 덜어주었다.
이는 현대의 리더십에서도 적용 가능한 교훈이었다.
’사즉생(死卽生)’이라는 결연한 각오 뒤에는,
그 결심을 지탱해준 수많은 심리적 지원이 있었던 것이다.
또한 《난중야록》이 특별한 이유는 거북선 제조과정 같은
공식 기록에 드러나지 않는 뒷이야기들을 담고 있다는 점이다.
이순신 장군은 단순히 전투를 이끈 무장이 아니라,
기술자이자 경영자였으며, 무형의 문화까지 통합적으로 이끌어낸 리더였다.
읽는 내내 생각했다.
왜 우리는 이토록 멋진 이야기를,
이토록 위대한 기록을 지금까지 몰랐을까?
책을 읽으며 단순히 ‘멋지다’고 느끼는 것을 넘어,
우리도 위기를 ‘기회’로 바꿀 준비를
평소에 하고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
작가는 이 책을 쓰면서 어릴 때 어머니가 읽어주었던 야록을 기억하며,
잃어버린 일곱 권의 책과 어머니의 졸업장을 찾고 싶어했다.
그 간절한 바람이 고스란히 작품 곳곳에 스며 있었다.
나는 이 책이 단순한 소설을 넘어 하나의 진심 어린
역사 복원 프로젝트라고 느꼈다.
《난중야록》을 읽고 나니, 이순신은 더 이상 교과서 속 인물이 아니다.
그는 매 순간 흔들리고, 고뇌하고,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버텨낸 한 사람,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인간이었다.
그 인간 이순신의 모습이 오히려 내게 더 큰 용기와 감동을 주었다.
‘진짜 이순신’을 만나고 싶다면,
반드시 《난중야록》을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그리고 그의 곁을 지킨,
이름 없는 영웅 ‘단이’의 지혜와 용기에도 꼭 주목해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