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일로 독깨비 (책콩 어린이) 86
필리스 레이놀즈 네일러 지음, 조은 옮김 / 책과콩나무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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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선아는 책을 읽고 난 뒤 스스로 생각한 것을

말로 정리해보는 연습을 하고 있어요.

이번에 함께 읽은 책은 바로 뉴베리 수상작 《샤일로》인데요,

“강아지 이야기겠지~” 하고 가볍게 시작했는데,

읽을수록 질문이 하나둘 생겨나더라고요.

“엄마, 법이 항상 옳은 건 아니야?”

“진짜로 사랑하면, 나쁜 거라도 할 수 있어?”

“내가 마티라면 어떻게 했을까?”


 


이 책은 단순한 강아지 이야기 그 이상이었어요.

주인공은 시골 마을에 사는 11살 소년 ‘마티’.

어느 날 강가에서 다친 비글 한 마리를 발견해요.

겁에 질리고 다리가 다친 강아지를 그냥 지나칠 수 없었던 마티는

그 개에게 ‘샤일로’라는 이름을 지어주죠.

알고 보니 이 개는 저드라는 난폭한 이웃의 소유물.

법적으로는 저드의 것이지만,

개를 학대하는 사람에게 돌려보내는 게 정말 ‘옳은 일’일까요?



 

마티는 부모님 몰래 샤일로를 숨기고 돌봅니다.

그 과정에서 거짓말도 하고, 혼자 몰래 무덤을 파기도 해요.

“거짓말은 나쁜 거야!”라고 늘 가르쳐온 제가

책을 읽고 난 아이에게는 그렇게 말할 수가 없더라고요.

오히려 마티는 자신의 거짓말에 대해 스스로 고민하고 책임지려는 아이였어요.

우리 아이가 가장 인상 깊게 느낀 부분은 이거였어요.

“마티가 저드 아저씨한테 솔직하게 말하고, 개를 지키기 위해 열심히 일했잖아.

그냥 훔쳐서 숨긴 게 아니라,

결국엔 자기가 감당할 수 있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했어. 그래서 멋졌어.”



 

사실 법적으로 보면 마티는 ‘도둑’이 될 수도 있었어요.

하지만 독자로서 우리는 알고 있죠.

그 선택이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사랑과 정의감에서 비롯된 거라는 것을요.

그래서 이 책은 아이에게

‘법과 양심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만들었어요.



또 한 가지 좋았던 점은, 정답을 강요하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어떤 선택이 옳은지 독자가 스스로 판단하게 하죠.

우리 아이는 읽는 내내 계속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어요.

“나도 거짓말해도 될까?”, “나쁜 어른에게 개를 돌려줘야 할까?”,

“내가 진짜 옳다고 믿는 걸 지키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책을 다 읽고 난 뒤, 아이의 한마디가 제 마음을 울렸어요.

“엄마, 정의는 그냥 하는 게 아니라 책임도 같이 져야 하는 거구나.”

아이에게 이런 깊은 생각을 안겨준 《샤일로》.

단순히 동물 이야기나 우정 이야기로 보기엔 너무 아깝습니다.

윤리적 딜레마, 도덕적 성장, 책임감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아주 자연스럽게 아이의 눈높이에서 풀어내고 있어서,

초등 고학년 아이들이 읽기에 너무 좋았어요.



 

토론 수업용 도서로도 강력 추천합니다.

법, 양심, 책임, 사랑, 정의에 대해 질문하고 토론하기에 정말 좋은 책이에요.

책을 덮은 후에도 아이와 이야기할 거리가 계속 생겨서,

책 읽는 시간이 끝난 뒤에도 오래 기억에 남을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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