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이와 함께 읽은 책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이 있어요.
바로 『오리 우체부』예요.
제목만 들었을 땐 귀여운 오리 이야기인가 했는데,
막상 펼쳐보니 ‘이별’과 ‘사랑’, ‘용기’를 다룬 깊이 있는 이야기더라고요.
초등 중저학년 아이가 혼자 읽기에도 어렵지 않고,
어른이 함께 읽기엔 오히려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책이었어요.
책을 읽기 시작한 건 단순히 아이가
“오리 우체부? 귀엽다!”라고 한 게 시작이었어요.
하지만 아이가 금세 진지해지더라고요.
주인공 동주가 아빠와 다투고 마지막 인사도 못 한 채 영원한 이별을 맞이한 순간,
아이도 조용히 책에 몰입했어요.
“엄마, 나도 가끔 속상해서 아빠한테 못되게 말할 때 있는데,
만약 그게 마지막이면 어떡하지?”라는 말을 듣고 저도 울컥했죠.
이 책에서 가장 특별한 존재는 바로 ‘오리 우체부’예요.
고대 사람들이 죽은 사람과 산 사람 사이에서
마음을 전해 준다고 믿었던 신비로운 존재.
동주는 아빠를 그리워하는 마음 하나로
오리 토기 속 무지갯빛 깃털을 따라 시간 여행을 하게 돼요.
무려 천오백 년 전, 금관가야 시대로 말이죠!
이야기는 단순히 슬픈 이별 이야기로 끝나지 않아요.
동주는 위험에 빠진 사람을 도우며, 용기와 희망을 얻어요.
그러면서 자신도 아빠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할 기회를 얻게 되죠.
아이가 책을 읽고 난 뒤 이렇게 말했어요.
“동주는 정말 용감해. 나도 무서워도 진심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
저는 이 책이 단지 이별의 슬픔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마음을 전하는 건 언제라도 늦지 않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생각해요.
책을 덮으며 저도 다시 한 번 아이에게 마음을 전해봤어요.
“엄마는 너를 항상 사랑해. 혹시라도 엄마가 화내거나 바쁘다고 널 못 본 척해도,
그 마음은 절대 변하지 않아.”
아이도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어요.
“괜찮아, 엄마. 내 마음도 도착했지?”
『오리 우체부』는 아이가 이별이라는 어려운 감정을 처음으로 제대로 마주하고,
또 위로받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어요.
우리 아이의 말처럼,
진심은 언제라도 늦지 않게 도착할 수 있다고 믿게 되는 따뜻한 책.
누군가에게 못다 한 말이 있다면, 아이와 함께 이 책을 꼭 읽어보세요.
마음을 전할 준비가 되어 있는 ‘오리 우체부’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