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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 탐정 홍조이 2 - 삼짇날 꽃놀이 사건과 탐정 홍조이의 활약 ㅣ 책 읽는 샤미 25
신은경 지음, 휘요 그림 / 이지북 / 2025년 4월
평점 :
어느 봄날, 삼짇날의 꽃향기 속에서 피어난 건 아름다운 추억이 아니라,
무서운 죽음의 향기였다.
『명랑 탐정 홍조이 2』는 명랑하고 영리한 탐정 ‘홍조이’가 다시 돌아와,
조선시대 배경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 사건을 추리하고 해결해 나가는 이야기다.
전작에서 주인공 조이의 성장과 모험을 따라갔다면,
이번 후속작에서는 ‘작은조이’라는 인물을 통해
조이의 내면이 더욱 깊어지고 단단해지는 모습이 그려진다.

책을 펼치자마자 독자는 봄꽃이 만발한 도성의 풍경으로 초대된다.
모두가 웃으며 꽃놀이를 즐기는 삼짇날,
주인공 조이는 우연히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나무에 대롱대롱 매달린 여인의 시신. 그리고 의문스러운 정황들.
치마에 도깨비바늘 하나 붙어 있지 않은 모습,
수상한 발자국과 흔적 없는 주변 상황.
조이는 곧 그것이 자살이 아닌 타살임을 눈치채고 추리에 나선다.

이 과정에서 등장하는 인물이 바로 ‘작은조이’.
이름만 같을 뿐 아니라, 처지도 비슷한 또 다른 소녀다.
하지만 둘의 삶은 너무도 다른 길을 걷고 있었다.
홍조이는 책비로 편안한 관청 노비가 되어 주변의 도움을 받으며 살고 있었고,
작은조이는 핍박받는 사노비로 살아가고 있었다.
심지어 죽은 여인이 바로 작은조이의 어머니였고,
그 사실이 드러나며 이야기는 더 깊고 무겁게 전개된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작은조이가 울분을 터뜨리며 조이를 향해 쏟아내는 분노였다.
“왜 너는 잘 살고, 나는 이렇게 됐어?”라는 물음 속에는 시대의 부조리,
신분제의 억압, 그리고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겪어야 했던 억울함이 모두 녹아 있었다.
조이는 처음엔 그 말에 당황하고 말문이 막히지만,
점차 그 감정을 이해하고 작은조이에게 손을 내민다.

“모든 조이는 강하다.”
이 말이 이 작품의 핵심 메시지였다.
같은 이름을 지닌 두 소녀, 같은 시대를 살아가지만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그들이 결국 손을 맞잡고
함께 살아가려는 결심을 한다는 점에서,
이 책은 단순한 추리소설 그 이상이었다.
불합리한 시대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스스로를 지키며 앞으로 나아가려는 여성들의 연대와 성장 이야기로 느껴졌다.

추리소설로서의 재미도 절대 놓치지 않는다.
죽음의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
결정적 단서 하나로 판을 뒤집는 조이의 기지,
그리고 마지막 반전까지!
이야기의 흐름이 너무나도 탄탄해서 한 번 잡으면 손에서 놓기 힘들다.
마치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셜록 홈즈 이야기를 보는 듯했다.
또한 작가가 역사학 전공자라 그런지,
배경과 지명의 디테일도 무척 생생하고 사실적이다.

뿐만 아니라, 이번 편에서는 로맨스적인 긴장감도 살짝 얹혀 있다.
조이 곁에 항상 있는 윤 도령, 그리고 새롭게 등장한 완아군 마마.
완아군의 고귀하고 다정한 모습은 소설에 또 다른 설렘을 불어넣는다.
이 삼각 구도(?)는 다음 편에서 어떻게 전개될지도 몹시 궁금해진다.

『명랑 탐정 홍조이 2』는 단순한 어린이 추리소설이 아니다.
사회적 메시지를 품은 이야기이며, 역사와 현실을 직시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모든 조이는 강하다’는 말처럼,
우리가 어떤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길 바라는 응원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어른인 나도 울컥하게 만든 이 책,
우리 아이와 함께 읽으며 조선의 여성들이 살아남았던 방식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