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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닭 - 레벨 3 ㅣ 익사이팅북스 (Exciting Books)
정이립 지음, 심보영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25년 2월
평점 :
『익사이팅북스 레벨3. 나는 닭』은 인간의 이기심과 무책임 속에서 버려진 두 닭, 깜과 랑의 여정을 통해 동물권과 생명 존중의 가치를 깊이 있게 탐구하는 작품이다. 흔히 반려동물로 여겨지는 개나 고양이가 아닌, 식용과 실험 대상으로 여겨지는 닭을 주인공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이 책은 신선하면서도 묵직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작가 정이립과 삽화를 담당한 심보영은 닭의 생태와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내면서, 인간의 책임감과 생명의 소중함에 대해 가치있는 깊은 질문을 던진다.
책의 주인공 깜과 랑은 스티로폼 부화기로 태어나 환희네 집에서 사랑을 받으며 자란다. 하지만 수탉 깜의 울음소리가 아파트 주민들의 불만을 사면서 둘은 하천에 버려진다. 인간에 대한 신뢰를 잃고 생존의 위협에 직면한 깜과 랑은 고양이와 너구리 같은 천적을 피해 도망치고, 비둘기들과 먹이 쟁탈전을 벌이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 인간의 손에서 보호받던 닭이 자연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모습은 우리에게 반려동물을 키운다는 것이 단순한 애정 표현이 아니라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 일임을 상기시킨다.
특히, ‘나는 닭’이라는 제목이 의미하는 바는 깊은 울림을 준다. 깜은 본래 닭이 날 수 있었음을 기억하며 하늘을 나는 꿈을 꾼다. 반면 랑은 다시 환희를 만나 행복했던 시간을 되찾기를 바란다. 각기 다른 꿈을 좇는 두 존재의 모습은 우리에게 ‘자신답게 살아가는 것’과 ‘사랑하는 존재를 다시 만나고 싶은 소망’이라는 보편적인 감정을 환기시킨다. 결국 깜과 랑의 이야기는 단순한 동물 서사가 아니라, 모든 생명이 꿈꾸고 행복을 바랄 권리가 있음을 보여주는 철학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 책이 주는 가장 강렬한 인상은 동물권에 대한 경각심이다. 인간의 필요에 의해 태어나고 버려지는 닭의 삶은, 우리가 그동안 깊이 생각하지 않았던 문제를 조명한다. 애완동물과 식용 가축 사이에서 애매한 위치에 있는 닭이 처한 현실은 동물권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인간의 욕심과 무책임으로 인해 동물들이 겪는 고통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면서도, 이야기 전체를 어둡거나 절망적으로 만들지 않는 점이 이 책의 강점이다. 깜과 랑이 역경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모습은 감동과 용기를 동시에 전한다.
책의 일러스트 또한 이야기의 분위기를 한층 살려준다. 심보영 작가의 따뜻하고 생동감 있는 그림은 깜과 랑의 감정을 더욱 섬세하게 전달하며, 이야기 속으로 더욱 몰입하게 만든다. 아기자기한 그림체 덕분에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어린 아이들에게 부담스럽지 않게 다가갈 수 있다.
깜과 랑의 여정은 단순한 닭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인간과 동물이 어떻게 공존해야 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익사이팅북스 레벨3. 나는 닭』은 단순한 아동용 동화가 아니다. 이 책은 동물권, 생명 존중, 책임감, 그리고 꿈꾸는 존재의 소중함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만든다.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읽어야 할 작품이며,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거나 생명에 대한 책임을 고민하는 모든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