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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해던의 소문난 하루
마크 해던 지음, 신윤경 옮김 / 문학수첩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맨 처음 이 책의 소개글을 접했을 때 심상찮은 가족들의 이력을 보고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읽기 시작한 후 이 600페이지가 넘은 책의 두께에, 아직은 은퇴, 결혼 등 공감하지 않는 이야기에 선뜻 읽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책이 초반을 넘기면서 작가의 가족의 심리에 대한 섬세한 묘사(작가가 마치 조지, 제이미가 된 듯했다)에 흠뻑 빠져들어 정말 금방금방 읽혀졌다.
마크 해던이라는 작가는 처음 접했는데 그의 끝을 모르는 상상력과 유머러스함, 계속된 긴장감 가운데 글을 이끌어가는 힘에 전작‘한밤중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과 최근작‘쾅 지구에서 7만광년’이 무지 기대된다.
‘소문난 가족’은 가족의 의미와 대화의 큰 힘을 느낀 책이었다.
가장 조지는 은퇴 후 집에서 작업실을 만들며 자신 나름의 생활을 즐기는 듯했다. 그러나 몸의 습진을 암이라 생각하여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조지의 아내 진은 자신만의 공간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지내기 좋아하는 조지 몰래 조지의 전 직장동료와 바람을 피운다. 이에 조지는 우울증으로 고생하게 된다. 잘나고 똑똑했던 전남편에 절망했던 딸 케이티는 사랑보다는 포근함과 안정감을 가진 레이와 결혼식을 준비한다. 동성을 사랑하는 자기중심적인 아들 제이미는 토니가 떠나자 힘들어한다.
서로 각자의 개성으로 각자의 삶을 사는 듯 보였던 가족들은 케이트의 결혼식으로 인해 안부만을 전하는 대화가 아닌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주려는 대화들을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서로를 더 잘 알게 되고 한 가족임을 느끼게 된다.
사실 그들이 각각 처한 상황은 우리 주변에서 일어날 수도 있고 훗날 우리 가족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현대 가족의 자화상이다. 언젠가는 은퇴를 하게 될 아버지.. 50대 엄마의 우울.. 결혼 등 나의 삶 속에서 겪지 않으면 좋겠지만 충분히 겪을 수 있는 일들이다. 그렇기에 이들 가족의 이야기는 나에게 공감이 되고 그들 가족 구성원이 된 기분으로, 나 또한 미래에 내가 처할 수 있는 상황에 잘 대처하길 바라며 이 책을 끝까지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인생의 전환점이 있다. 그 전환점으로 인해 삶이 변화되고 살아갈 용기를 얻는다. 비록 아침부터 되는 일 없고 시끄럽고 불안한 마음으로 시작되었던 케이티의 결혼식은 이들 가족에게 다시 한번 서로를 생각하게 해 주고 가족의 소중함과 내일의 평안함을 가져다 준 인생의 전환점, ‘소문난 하루’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