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이 드래건플라이 헌책방에서 시작되었다
셸리 킹 지음, 이경아 옮김 / 열린책들 / 2016년 6월
평점 :
절판


학창시절 학교가는 길에 작은 헌책방이 있었다. 작고 네모난 곳이었는데 지나갈 때마다 흘끔흘끔 헌책으로 가득찬 그 곳을 바라보곤 했었다. 이 책의 표지를 보는 순간 거리를 지나며 그곳을 보던 그 기억이 머릿속에서 불쑥 튀어나왔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헌책방이라는 단어에서 현재 많이 생긴 대형중고서점보다 어릴적 보았던 좁고 헌책이 쌓여있던 그 곳이 기억나며 이 책의 배경이 되는 드래건플라이헌책방은 어떤 곳일까 읽기도 전에 호기심이 일었다.

미국 IT산업의 중심 실리콘밸리. 그곳의 소프트웨어 회사에서 일하던 매기는 회사에서 짤리고 남자친구와는 헤어지고 이웃인 휴고가 하는 드래건플라이헌책방에서 하루종일 로맨스소설을 읽으며 거의 은거하다시피하는 삶을 반년째 이어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어릴적부터 친한 친구이자 옛회사동료인 디지의 권유로 복직을 위해 이사회 멤버가 여는 북클럽에 참가하기 위해 한 책을 구하게 된다. 어쩌다 그녀의 손에 들어온 변색되고 닳아 너널너덜한 <채털리부인의 연인>. 그 책의 표지를 넘기면서 그녀의 인생은 변하기 시작한다. 페이지의 빈 곳마다 서로 다른 필체로 시작하는 연인들이 주고받는 말로 가득 메워진 공간들.. 그 말들은 그녀의 주변을 계속 머무르며 북클럽에서 통찰력있는 발언을 하게 해주며 라지트를 만나게 해준다.

이 책은 책중독자 매기의 모습을 통해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생각해봤을법한 상상과 도서관에서, 10대 시절 밤새 읽던 로맨스소설에 대한 추억까지 공감하며 읽을 수 있는 부분이 많아 즐겁게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실리콘벨리와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은 드래건플라이헌책방. 컴퓨터 하나 없던 계산대와 먼지쌓인 책이 여기저기 있고 성깔있는 고양이가 어슬렁거리는 그 곳. 읽다보면 작가의 섬세한 묘사와 설명으로 어느새 그 곳이 눈 앞에 생생히 그려지는듯하다. 로맨스소설을 좋아하고 다시 복직하기 위해 헌책방을 변화시키려 애쓰는 매기와 모든 걸 이해해주는 듯한 푸근함을 가진 책방주인 휴고, SF판타지소설을 좋아하고 매기에게는 삐딱하게 구는 점원 제이슨, 소설에 나오는 모든 인물들이 서로 다른 매력을 가지고 얽히고 설켜 차갑고 냉정해보이는 실리콘밸리의 한 구석과 읽고 있는 이의 마음을 작은 웃음과 따스함으로 가득채워준다.

이 책은 현실속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매기의 사랑과 성장이야기이다. 이에 더해 점차 그녀의 삶에 큰 부분을 차지하게된 드래건플라이헌책방과 그곳에 드나드는 사람들의 매력이 더해져 소설은 더욱 재미있고 다채로운 빛깔을 내는 공간으로 변하였다. 작은 헌책방이 거의 사라진 요즘 이런 매력가득한 헌책방이 갑자기 생긴다면~ 이라는 상상을 해보며 다시금 헌책방의 매력에 듬뿍 빠지게 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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