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아파트
엘렌 그레미용 지음, 장소미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작년에 읽은 비밀 친구는 섬세한 묘사와 짙은 안개가 걷히듯 서서히 드러나는 진실로 인상깊었던 책이었는데, 그 특징을 그대로 간직하고 발전시켰다는 비밀 아파트는 어떤 책일까 자못 궁금했다.

이 책은 프랑스소설이지만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군사독재정권이 끝난 4년 후를 배경으로 한다. 밤외출 후 아내 리산드라의 죽음을 알게 된 정신과의사 비토리오는 곧장 가해자로 몰리고 그를 신뢰했던 환자 에바 마리아는 그의 결백을 입증하고 범인을 찾기 위해 노력하면서 이야기는 전개된다. 그녀가 비토리오의 환자와의 상담테이프를 들으면서 범인을 추리하는 과정은 동시에 군사독재정권이 남긴 짙은 그림자를 상기시킨다. 에바 마리아는 그 시기 딸을 잃고 정신과의사 비토리오의 상담으로 삶을 이어가고 있었다. ‘더러운 전쟁이라고도 불리는 그 시기 수만명이 실종되었지만 이를 인정하지 않았던 정권과 가해자들에게 면책법 실시로 어떤 벌도 내리지 않았던 상황은 군사정권이 끝나고 4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아픔을 지속되었고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이는 최근에 읽었던 한강의 소년이 온다를 통해 느꼈던 우리나라의 광주민주화운동의 아픔과 맞닿아 에바 마리아의 아픔과 분노를 더욱 깊이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다.

에바 마리아가 범인을 추리해나가는 과정은 상담테이프를 통해 여러 사람을 의심하고 또 리산드라를 알았던 사람들을 만나 리산드라를 알아가면서 점점 커져가는 의심과 상상으로 인해 어느 것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혼란스러워진다. 그리고 리산드라의 아픔으로 이어지는 마지막 반전까지 작가는 이러한 심리적으로 흔들리는 순간순간을 세밀하면서도 긴장감 넘치게 묘사하고 있다.

이 책의 매력은 이러한 역사적 아픔과 섬세한 심리묘사 뿐 아니라 스토리의 흐름가운데 독특한 집필 시도로 사람의 눈길을 잡아끈다. 계단을 오르는 것과 생각의 흐름을 겹치거나 리산드라의 심리적 상태를 표현한 악보 등 다양한 시도는 글의 마지막까지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비밀 아파트라는 책 한권에 한 나라의 역사와 개인의 과거, 아픔 등 참 많은 얘기가 서로 관계를 이루며 촘촘하게 엮여 있다. 책표지의 글처럼 정말 끝까지 긴장을 잃지 않고 집중하며 읽을 수 있는 페이지 터너로 부족함없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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