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듯한 밥 한공기의 힘- 식당사장 장만호

식당사장 장만호
김옥숙 지음 / 새움 / 2015년 1월

요즘 음식을 소재로 한 책이나 프로그램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TV나 인터넷으로 발견한 맛집을 찾아다니기도 한다. 이렇듯 우리가 항상 챙겨먹는 밥, 우리에게 먹는 즐거움을 주는 한끼의 식사가 많은 사람들에게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지 곰곰이 생각하게한 ‘식당사장 장만호’다.

교통사고후 받은 돈으로 지인이 하던 식당을 물려받은 장만호. 과거 노동운동가로 노동자의 삶이 아닌 다른 것은 생각해보지 않았던 그가 공단근처에서 밥을 팔아서 먹고사는 장사꾼이 된 것이다. 하나하나 식당일을 배우고 사람을 만나면서 그는 밥 한그릇의 의미를 깨달아간다. 비슷한 업종의 식당이 근처에 있기에 더욱 열심히 식당이 잘되게 노력하던 그는 IMF도 저가전략으로 슬기롭게 헤쳐나가며 승승장구한다. 믿었던 선배와 함께 식당체인사업을 하게되지만 배신당하고 식당탓에 가족을 돌보지 못했던 그는 결국 이혼을 당한다.

한 남자의 성공과 실패 그리고 성장을 생생하게 그려낸 소설이다. 그가 식당을 하던 대구 비산동의 거리풍경은 열심히 살아가는 서민들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처음 식당을 꾸려나갈 때 그는 사람의 마음을 다독이고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는 다리이자 사랑전달자이고 눈물인 밥의 진정한 의미를 알아간다. 하지만 식당이 잘되고 번성하면서 그에게 밥은 더 이상 사람의 마음을 다독이는 것이 아니라 돈을 불리는 수단으로 전락한다. 믿었던 자의 배신과 사업실패, 이혼으로 그는 겨우 따듯한 밥 한공기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금 깨닫는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빙 둘러앉아 함께 밥을 먹고 삶을 나누고 정을 나누는 밥 한공기의 위대함을 말이다.

장만호가 주인인 ‘공단숯불갈비’에는 많은 사람이 오간다. 기존에 일하던 괄괄한 윤씨아줌마부터 노랑머리 정현수 아줌마 등 모두 자신만의 사정을 가지고 아들 뒷바라지하랴 폭력남편에게 벗어나서 홀로서기하거나 남편의 병시중하랴 자신이 아닌 가족을 위해 힘든 일을 마다않는 우리 엄마들의 고단한 삶의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자신의 일을 묵묵해 해가는 옆집 자전거포 아저씨나 식당골목사람들의 이야기와 구수한 대구 사투리가 곁들여져 힘들게 살아가는 서민들의 삶을 생생하고 실감나게 그려낸다.

인생의 롤러코스터같은 순간마다 다시 일어설 힘과 위로를 주는 따듯한 밥 한공기. 생의 마지막 순간에 그를 붙든 육개장 한 그릇이 그를 다시 일으켜세운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따듯한 밥 한공기로 세상을 다시 살아갈 힘과 용기를 얻을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든 책 ‘식당사장 장만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