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 27분 책 읽어주는 남자
장-폴 디디에로랑 지음, 양영란 옮김 / 청미래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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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혼자 있을 때 소리내어 책 읽는 것을 좋아하지만 누군가에 책을 읽어준 적은 없다. 그렇기에 어떤 연유로 책의 주인공이 책 읽어주는 남자가 되었는지 궁금증이 일었다.

팔리지 않는 책을 파쇄하는 직업을 가진 길랭 비뇰. 그는 상사의 모욕적 언행과 파쇄기에 대한 혐오감을 참으며 작업을 해나간다. 그는 파쇄기를 이라고 지칭하는데 놈 안에 들어가 청소할 때 찾아낸 낱장의 종이들을 소중히 간직했다가 출근하는 아침 전철에서 열정을 담아 읽는다. 이 행위로 그는 책을 파쇄한다는 일에 대한 혐오감을 조금씩 벗고 낱장 속 글들은 전철에 놔두고 떠난다.

전철에서 책을 읽어주는 행위는 길랭에게 조금씩 변화를 가져다준다. 그가 탄 칸의 사람들의 표정이 달라지더니 급기야 두 할머니는 길랭이 책 읽어주는 것을 좋아한다며 자신의 집에 와서 책 읽어주기를 요청한다. 두 할머니를 통해 간 곳은 양로원. 그 곳에서 그는 낱장들을 읽으며 모처럼 살아있음을 느낀다.

그러던 어느 날 전철에서 usb를 줍게 되고 그 안에 보관되어있던 72개의 문서파일에 매혹되어버린다. 이제는 전철에서, 양로원에서 usb 속 문서를 읽게 되고 점점 더 그 문서를 쓴 여인 -얼굴도 사는 곳도 모르지만-쥘리에게 빠져든다. 급기야 문서 속 단서를 찾아 그녀를 찾기 위해 나선다.

이 책은 책 읽어주는 남자 길랭부터 그의 전직 책임기사이며 파쇄기에 두 다리를 잃고 두 다리의 흔적을 찾는 주세페, 희곡낭송이 취미이며 12음절 정형시 만들기를 즐기는 경비원 이봉, 항상 일하는 그를 감시하며 모욕적 말을 하는 상사 코왈스키, 책파쇄하는 일에 쾌감을 느끼며 그의 일을 노리는 브뤼네르, 쇼핑몰 화장실 청소부이면서 글쓰기를 즐기는 쥘리 등 직업부터 상황, 성격까지 다양하고 개성있는 캐릭터가 모여 흥미진진하면서도 군더더기 없는 스토리를 만들어낸다.

주인공 길랭은 파쇄기에는 ’, 건져올린 낱장의 책에는 살아있는 살갗등 사람에 빗대어 다양한 비유적 표현을 쓴다. 이런 비유적 표현은 글속 상황을 생생하게 되살리며 글의 재미를 배가시킨다.

글의 마지막까지 쥘리를 찾아나서는 길랭의 모습에서 쥘리와의 만남을 기대하며 따듯함과 긴장감을 느낄 수 있다. 전철에서 책을 읽어주는 것으로 인해 삶의 의욕을 찾고 사랑까지 찾은 길랭. 처음에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책 파쇄기에 대한 불쾌감과 불안감이 있었지만 읽을수록 변화되는 길랭의 모습으로 세상의 따듯함과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

길랭과 쥘리의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것은 나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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