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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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서 북유럽 디자인이나 가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더니 몇 년 전부터는 북유럽 소설이 눈에 많이 띈다. 주로 스노우맨과 같은 추리소설이 주를 이루더니 이 책 같은 유쾌하고 재미있는 소설이 나와서 기쁘다.

 

이 책의 주인공 알란 칼손은 자신의 100세 생일을 맞이하여 양로원을 도망치기로 결심한다. 이 책은 알란이 태어나면서부터 100세 생일을 맞기까지의 과거와 100세 생일에 양로원에서 도망친 후의 이야기가 번갈아가면서 전개된다.

알란은 스웨덴의 한 시골에서 태어나 세상만사는 그 자체일뿐이라는 어머니의 가르침 아래 폭약전문가가 된다. 전세계가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있었던 20세기 초중반, 폭약전문가로서의 능력을 십분 발휘하던 알란은 스페인, 미국, 중국, 소련, 북한 등을 거치며 격변의 역사 속에서 중요한 결정을 했던 지도자들과 식사를 하며 그들의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많은 역사속 인물들의 희화화된 모습과 함께 평범한 사람이 역사의 중요한 순간에서 영향을 미치는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웃기고 유쾌하다. 지난 100년간 가는 곳곳에서 인생의 자유함을 만끽하며 만사는 그 자체로 놔둬야 한다는 어머니의 가르침을 이어받아 살아가는 알란은 여러 어려움 속에서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즐기며 살아간다.

이는 현재 100세 생일은 맞이한 알란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여우를 잡다가 집을 폭탄으로 날려버린 알란은 양로원으로 오게 되고 항상 자유로운 삶을 살던 그는 규칙이 많은 양로원 생활에서 도망칠 결심을 하게 된다. 인생의 연장선에서 그의 변덕은 도망가던 길에 삶의 부름으로 폭력배의 트렁크를 슬쩍 훔치게 되고 이로 인해 갖가지 사람과 얽히게 된다. 폐역에 사는 좀도둑 율리우스, 공부만 30년한 핫도그장수 베니, 욕 잘하고 코끼리를 키우는 예쁜 언니 구닐라, 트렁크를 찾으러왔다 친구가 된 갱단 두목 페르군나르 이에 더하여 경찰생활에 염증을 느낀 아론손반장 등. 가는 곳마다 한사람씩 굴비엮듯 더해지는 개성넘치는 사람들과 예기치 않게 다양한 사고를 일으키며 그 자체를 즐기며 대처해나가는 알란의 모습은 황당하면서도 유쾌한 웃음을 가져다준다. 그런 알란의 모습 속에서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좋을 것인가라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읽는 내내 다음 스토리가 기대되는 책은 오랜만인 것 같다. 음산했던 추리소설의 배경이 아닌 밝은 북유럽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신선했고 100세의 노인도 혼자서 잘 살 수 있는 복지국가로서의 스웨덴을 접할 수 있어서 좋았다.

평균수명이 늘어나고 광고에서 100세 시대를 말하는 우리 사회도 이제 ‘100세 시대를 준비해야 할 때이다. 알란의 노년의 삶을 보면서 몸은 불편하지만 100세 노인도 자신이 원하는 삶을 즐길 수 있는 사회문화가 조성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요나스 요나손의 첫 장편 데뷔작인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은 유럽을 휩쓸고 우리나라에서도 베스트셀러가 되더니 드디어 영화가 개봉하였다. 전세계의 변화를 이끈 알란이 스크린 속에서 어떻게 살아 움직일지 참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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