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독스 13

패러독스 13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혁재 옮김 / 재인 / 2012년 10월

일본소설을 즐겨읽는 사람이라면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을 읽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만큼 많은 사람을 독자로 확보하고 있는 그의 책의 인기비결은 뭘까.. 아마도 여러 방면을 아우르는 다양한 소재와 사회문제에 대해 냉철하게 꼬집으면서도 때론 따뜻한 시선으로 감동을 주는 그의 능력 때문이 아닐까 한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과학이론으로 무장한 SF미스터리소설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3월 13일 13시 13초에 시공간의 뒤틀림으로 'P-13'현상이 나타난다. 그 순간 모든 사람은 사라지고 13명의 사람만이 남게 된다. 먹을 것과 잘 곳을 찾아다니던 사람들은 계속되는 지진과 비폭풍과 함께 여러 가지 한계상황에 부딛치게 된다.

우리는 보통 도덕적, 사회적으로 선과 악에 대해 판단할 때 절대적인 기준이 있다. 하지만 인류의 목표가 생존이 되었을 때 더 많은 사람이 생존하기 위해서 선과 악이 뒤바뀔 수 있음을 이 책은 제시한다. 극한의 상황에서 우리는 과연 무엇을 우선시해야할까-개인이냐, 단체냐-라는 무거운 문제를 제시함으로 상황에 따라 변할 수 있는 가치관들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이 책의 재미는 뚜렷한 성격의 캐릭터이다. 항상 냉정하고 이성적으로 움직이는 경시청 관리관 구가 세이야와 생각보다 몸이 먼저 나서는 즉흥적이고 감성적인 세이야의 동생 후유키, 항상 밝으면서도 적극적인 고등학생 아스카, 야쿠자 가와세, 모두를 돕고 치료하면서도 심약한 간호사 나나미 등 다양하면서 상반되는 생각으로 갈등을 일으키는 캐릭터들은 안락사, 야쿠자, 인플루엔자 발병 등 다양한 에피소드와 함께 570페이지의 긴 스토리가 전혀 지루하지 않게 해 주고 더욱 몰입할 수 있게 해 준다.

또한 계속되는 지진과 폭풍, 건물의 무너짐과 홍수 등 긴박함 넘치는 세기말에 대한 묘사는 자연에 대한 경외심과 함께 SF미스터리로서 소설의 매력을 더해준다.

이 책을 다 읽기도 전에 히가시노 게이고의 신간이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패러독스 13’으로 다시한번 히가시노 게이고의 집필능력을 보았다. 그렇기에 다음 신간이 너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