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관계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공경희 옮김 / 밝은세상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대자연에 대한 묘사와 긴장감 넘치는 빠른 전개로 묘한 여운이 남겨준 <빅픽처>의 후속작이 나왔다. 더글라스 케네디의 작품이 <빅픽처>이외에 우리나라에 번역된 것이 없어 아쉬웠는데 드디어 두 번째 책이 나와서 너무 기쁘다. 이번 책도 기대이상으로 여성심리에 대한 세밀한 묘사와 빠른 전개로 책에 ‘훅’ 빠져들 수 있었다.

‘워싱턴포스트’의 카이로특파원인 미국여자 샐리 굿차일드는 소말리아에 취재차 갔다가 ‘크로니클’의 기자인 영국남자 토니 홉스를 만나게 되고 연인으로 발전하다. 그러나 37살의 나이에 늦은 임신을 하게 되고 결혼과 동시에 영국으로 발령난 토니를 따라 낯선 도시 런던에서 새 삶을 시작하게 된다. 임신중독증과 산후우울증으로 고생하던 샐리는 언니 전남편의 장례식으로 미국으로 잠시 갔다 온 후 그녀는 집에 토니와 아들이 사라진 현실을 접하게 된다. 그 후 토니와 샐리의 여러 증인을 앞세운 치열한 법적 싸움이 시작되는데....

샐리는 토니와 사귀면서 또 살면서 미국과 영국의 문화적 차이를 절실히 느끼게 된다. 영국 사람은 절대로 사과를 안 한다든지, 대화할 때 사적이야기는 하지 않고 가벼운 농담이나 일이야기만 하는 등 이러한 문화적 차이는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에도 영향을 주고 있었다. ‘미국인들은 인생을 심각하지만 가망 없진 않다고 믿는다. 그 반면 영국인들은 인생을 가망 없지만 심각하진 않다고 믿는다.(47쪽)’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영국에서 주로 살고 있는 작가가 두 나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거주지의 변화로 겪었을 힘든 적응기가 이 책에 생생하게 담겨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은 샐리 굿차일드의 시선에서 여성의 삶을 조명하고 있다. 남성인 작가가 여성의 임신과 결혼, 그 속에서의 심리적 상황과 행동을 자신이 직접 겪은 듯이 세밀하고 정교하게 표현하고 있어서 너무 놀라웠다. 기자로서의 삶에 만족하며 열심히 일하며 세계를 누비던 샐리가 임신중독으로 일을 그만두게 되던 일, 남편이 집안일과 아이돌보기에 도움을 주지 않던 현실, 법적 분쟁가운데 새로운 일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던 것, 마지막에 아이를 돌보면서 집에서 일을 하던 샐리의 모습에서 오늘날 일도 하고, 집안일도 하고, 아이도 동시에 돌보는 우리 사회 워킹맘의 신체적⋅정신적 힘든 현실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어 읽는 내내 씁씁함을 감출 수 없었다. 또한 결혼으로 남성보다는 많은 변화를 겪게 되는 여성에게 여러모로 아직도 불리한 사회에 대한 아쉬움을 다시금 느낄 수 있던 시간이었다.

이 책의 묘미는 마지막 반전에 있다. 긴장감 넘치던 법정 공방 중에 펼쳐진 짜릿한 반전은 샐리의 입장에서 책을 읽고 있던 나에게 왠지모를 카타르시스까지 경험하게 해 주었다.

<빅픽쳐>와 더불어 더글라스 케네디의 3대 작품 중 하나에 속한다는 <위험한 관계>. 인간심리에 대한 섬세한 묘사와 긴박한 전개, 반전이 돋보이는 더글라스 케네디의 다음 작품을 빠른 시일 내에 꼭 읽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