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카르테 1 신의 카르테 1
나쓰카와 소스케 지음, 채숙향 옮김 / 작품 / 201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책이 출간되었다. 작년 일본 ‘서점대상’이 발표된 뒤부터 우리나라서 번역되길 손꼽아 기다렸는데 해를 넘기고 출간되었다. 이 책은 작년 ‘전국 서점인이 뽑은 가장 팔고 싶은 책’ 제7회 서점대상 2위를 수상했다. 일본의 ‘서점대상’ 수상작은 재미있고 감동적인 것이 많았기에 발표될 때마다 유심히 살펴보고 읽을 책을 찜하기도 하는데 그런 점에서 ‘신의 카르테’는 나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은 감동과 웃음을 준 책이다.

‘24시간, 365일 대응’이라는 신념아래 운영되고 있는 혼조병원의 내과의사 구리하라 이치토는 나쓰메 소세키를 경애하여 옛날 말투를 쓰기도 하고, 늘 당직을 서면 환자가 몰려오고, 그래서 괴짜라고도 불리기도 한다. 늘 환자는 많지만 의사는 부족한 현실에 항상 수면부족으로 피곤에 찌들어 자신의 첫 번째 결혼기념일도 잊어버린다.

아마 우리나라 지방병원의 현실도 이와 크게 다르진 않을 것이다. 인력부족과 수면부족에 사람의 병을 치료하는 곳인 병원이 도리어 아픈 사람을 만들기도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와중에서도 환자들에게 진심으로 마음을 쓰는 그를 보자면 존경심이 들기도 한다. 사람은 병에 걸리면 마음도 다치기 쉽다. 그러나 보이지 않기에 간과하기 쉽다. 구리하라는 대학병원에서 마음이 다쳐 돌아온 아즈미씨에게 함께 분노하며 손을 잡고 위로해 줄 때는 나 또한 위로를 받는 기분이었다.

이웃인 ‘박사’와 ‘남작’과의 술자리에서 ‘좋은 의사’에 대한 고민이 나온다. 대학병원 의국에서의 고도의료와 다망한 병원에서 많은 환자를 진료하는 것 중 후자를 의사의 본분이라고 생각하는 구리하라. 병이 아닌 환자 자체에 관심을 가지며 환자의 마음까지 고민고민하며 성실히 치료하는 그의 모습에서 ‘진정한 의사의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의사와 환자의 이야기로 자칫 무거워질 수도 있었지만, 10kg이 넘는 짐을 가지고 산에 다니며 사진을 찍은 그의 나내 하루, 시커먼 거구이지만 작고 귀며운 간호사를 짝사랑하는 의사, 내과의 부장과 부부장인 왕너구리 선생님과 늙은 여우 선생님.. 등 개성있고 감성이 풍부한 다양한 캐릭터로 유쾌하면서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최근 자극적이고 흥미위주의 책을 읽다가 오랜만에 따뜻하고 사람냄새나는 책을 읽었다. 죽기 전까지 최선을 다해 환자를 돌보고, 주위 이웃을 진심으로 생각하며, 때론 실없는 농담을 던지는 그에게 반하는 것은 금방이었던 것 같으나, 그 여운은 오랫동안 내 마음 속에 남아있을 것 같다. 이미 일본에서는 ‘신의 카르테 2’가 발간되었고, 이미 영화화되어 개봉을 앞두고 있다. 구리하라 이치토를 다시 만날 수 있다니 마음이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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