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제발 헤어질래?
고예나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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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두 자매 중 언니이다. 그리고 네 살 차이다. 동생은 20대 후반, 나는 갓 30대 초반..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오랜만에 고개를 끄덕이며 박장대소하며 읽었다. 생활의 소소한 것에서부터 그들의 생각까지 너무나 공감되고, 소설 중 언니 권혜미에게 감정이입이 되는 등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

작가 고예나는 1984년생으로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2008년 [마이 짝퉁 라이프]로 제32회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우리 제발 헤어질래?]는 작가의 나이가 20대 후반의 젊은 나이이고, 작가의 출생지가 부산이기에 소설 속 두 주인공의 고향을 부산으로 설정하여 더욱더 맛깔스럽고 개성있는 캐릭터가 만들어졌다.

이야기는 동생 권지연이 유학에서 돌아오면서 작가로 등단한 언니 권혜미와 동거하면서 시작된다. 자칭 공대 꽃미녀 권지연과 집에서 글을 쓰면서 자신만의 규칙과 생활이 있는 신인소설가 권혜미는 서로 달라도 너무 다른 성격과 생활패턴으로 서로에게 많은 불만을 가지고 있다. 만날 때마다 티격태격하지만 동생 권지연은 도서관에서 언니의 책을 들추는 ‘페라리’씨에게 언니자랑을 하고, 원체 주먹이 센 언니를 무서워하지만 용돈을 받고 언니가 참 좋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다가도 제일 조 복싱대회에서 처절하게 맞고 있는 언니의 모습을 웃으며 사진을 찍기도 한다. 또 서로의 생활 차이로 싸우고 메신저로만 이야기한다.

언니 권혜미와 동생 권지연의 관계는 자매, 그것도 4살 차이나는 언니인 나로서는 정말 공감되고 쉽게 읽혔다. ‘니’를 ‘언니’의 줄임말이라고 주장하고, 내 옷장을 뒤지고, 다툰 후 얼마간 말도 하지 않는 등.. 우리 자매와 너무나 닮은 모습에 ‘우리 자매만 그런 줄 알았는데 다른 자매도 그렇구나...’ 새삼 깨닫게 되었다고 할까..
다른 사람보다 많은 시간을 보내는 자매들은 닮은 점도 있지만 다른 점도 많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계속 부딪친다. 다른 사람들은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랐으니까 생각도 행동도 다르겠지’라고 생각하지만 함께 자란 자매는 ‘같은 환경에서 태어났지만 생각도 행동도 다르기에’ 서로 이해하기 힘든 것 같다. 아마 다른 자매보다는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기에 그런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동생의 생각을 엿본 기분도 들었고, 나와 동생의 다른 점을 조금은 이해하고 인정하게 되었다. 
또한 대학을 졸업하고 미래에 대해, 자매 관계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한 나로서는 두 자매가 서로 마음을 털어놓고 이해해 가는 과정을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이 소설은 현대가족의 한 단면을 여실히 보여준다. 부모는 부산에 살지만 자식의 대학을 서울로 보낸다. 그래서 가끔 전화를 통해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 또한 언니 권혜미의 등단에 기뻐하며 자랑하며 다니는 아버지의 모습... 자식의 미래와 꿈을 위해 헌신하며 떨어져사는 권혜미⋅지연 자매의 부모를 통해 오늘날 부모님들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은 읽기 쉬운 필체로 한번 책을 잡고는 한자리에서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 또한 같은 처지로 인해 감정이입이 잘 되었는데, 내 동생이 권지연의 입장으로 유학 후 비밀을 가지고 있다면 나는 소설 속 언니 권혜미처럼 할 거 같다. 매일 싸우고 눈을 흘기지만 언제 그랬었나 마음맞는 친구보다 더 챙겨주고 보살펴 줄 거 같다.

이 복잡하면서도 단순한 자매관계는 그런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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