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욕의 역사 100년 고려사 5부작 100년 시리즈 1
이수광 지음 / 드림노블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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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려와 조선. 같은 5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많은 차이가 난다. 책이나 tv로 전해지는 것조차 조선과 조선왕조의 이야기는 많은데 고려에 대한 정보는 많지 않다. 같은 우리의 소중한 역사인데 이렇게 차이가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을 읽으면서 고려가 우리에게 잊혀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 분통이 터지고 안타까웠다.

[굴욕의 역사 100년]은 ‘조선을 뒤흔든 16가지 살인사건’, ‘조선을 뒤흔든 연애사건’ 등 다수의 픽션형 역사서를 저술하여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이수광의 ‘고려사 5부작 100년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이다.
이 책은 고려 역사의 시작에서부터 서술하는 것이 아니라 제23대 고종에서부터 제31대 공민왕에 이르기까지 멸망하기 100년 전의 일들을 서술하고 있다.

최씨 무신정권의 말기 약해질대로 약해진 왕권은 강화도로 천도하면서까지 치열하게 몽골과 싸웠지만 무신정권의 부패와 고려 왕실의 반목으로 몽골에 밀리게 되었고 결국 강화의 조건을 세자가 북경에 입조하는 것으로 하였다. 세자로서 처음 몽골에서 인정을 받아 왕이 된 원종은 몽골 쿠빌라이의 도움을 받아 무신정권을 견제하였다. <고려사>의 사관은 원종에 대해 원나라에 복속하여 백성들이 전쟁에 휘말리지 않게 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나 결국은 고려사가 끝이 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되었다.
고려왕조의 이름 중 앞에 ‘충’이 붙은 왕은 대부분 원나라에서 자라고, 교육을 받아 고려인이라는 의식이 없었다. 오히려 변발을 하고 몽골의 옷을 입으며 몽골인으로서의 삶을 살았다. 고려의 왕이었으나 고려에 속하지 못했던 것이다.
충렬왕에 와서는 왕보다 수행원이 적다고 지팡이로 왕을 때린 몽골에서 시집온 제국대장공주부터 왕보다 쿠빌라이에게 가서 고려의 일을 상의하는 신하까지 왕권은 약해져가기만 했다. 심지어 쿠빌라이가 원나라 풍습을 따르라는 명을 하지 않았음에도 자발적으로 변발을 하고 몽골옷을 입는 모습을 보고 스스로 굽히고 원나라의 속국이 된 고려가 참 치욕스러웠다.
충선왕은 어릴 때부터 총명하여 왕이 된 후에도 백성을 위한 개혁정치를 추진하나 기득권 세력의 반발을 가져왔으며 원나라 공주와 사이가 좋지 않음을 계기로 왕위를 빼앗기고 연경에서 머무르게 된다. 그러다 원나라 무종의 왕위 계승에서 일등공신이 되어 심양왕에 책봉된다. 부귀영화를 손에 넣은 충선왕은 충렬왕이 죽었으나 왕위를 계승하지 않고 문인의 삶을 살며 원나라에 머물게 된다. 참 기구하다. 총명하고 개혁에 대한 마음이 있었으나 그것들이 모두 꺾인 후 고려를 피하여 타국에서 시를 읊으며 산 그의 삶은 참 안타깝다.
충숙왕은 어릴 때 왕위를 받고 선왕인 충선왕과 간신들에게 휘둘린다. 특히 간신들은 고려의 국호를 없애고 명나라에 정동행성을 세워 직접 다스려달라고 한다. 고려가 멸망되기 전이지만 이미 고려는 왕이 없었다.
충혜왕은 원나라에서 옥새를 받아오자마자 국사는 신하에게 맡기고 씨름을 하거나 매사냥을 했다고 한다. 충혜왕은 원나라에서조차 발피(망종)이라고 욕을 할 정도였고, 폐륜적인 음행은 하루도 거르지 않고 계속되어 일일이 기록하기가 어려울 정도였다고 한다.

이렇게 왕권이 약해지고 간신들이 넘쳐나던 시절, 백성들은 간신들에게 자신들의 것을 빼앗기고 원나라에 노비로 끌려가며 일본정벌에 동원되어 힘든 삶을 산 것은 자명한 일일 것이다.
고려의 굴욕의 역사는 고려의 힘으로 끝난 것이 아니다. 원나라 내정의 혼란기에 주원장이 명나라를 세우면서 마침내 원나라의 지배를 벗어난 것이다.
이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읽으면서 왕권의 약화로 원나라와 신하들에게 휘둘리던 왕의 모습에 참 안타까웠지만, 그 시대의 고려인이라는 이유로 힘들게 살았을 백성들이 참으로 안타까웠다.

이수광은 잊혀져가고 있던 굴욕의 역사를 가진 고려를 이 책 속에서 생생히 되살려냈다. 많지 않은 문헌들을 가지고 고려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 흥미를 가지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서술한 이수광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과거 많은 침략과 억압속에서 살았던 우리들의 조상들의 역사는 끝난 것이 아니다. 현재도 세계 곳곳에서는 자국의 이익을 위해 과거를 조장하고 있다. 또한 보이는 곳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기득권을 차지하기 위한 전쟁은 계속되고 있다. 우리의 것을 지키기 위해 과거를 아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과거 굴욕의 시대일수록 기억하고 다시는 이러한 굴욕의 역사가 생기지 않도록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고려의 몰락은 세자들이 원나라에 가서 어린 시절을 지내고 교육을 받으면서 점차 고려에 대한 애착이 없어짐으로 더욱 가속화되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최근에는 많은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어학연수나 유학을 해외로 가서 그 나라의 문화를 배운다. 물론 배울 것도 많겠지만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들었다. 남의 나라의 것을 배우기 전에 우선 우리나라의 역사를 바르게 배우고 애착심을 가지게 함이 앞으로 우리나라가 더욱 성장하기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 생각된다.

이 책은 우리가 미처 몰랐던 고려의 역사에 대해 쉽게 접근하게 해 줌에 큰 의의가 있다. 미래를 대비하고 이 땅의 아이들에게 우리의 역사를 물려주기 위해서는 과거의 굴욕을 기억하고, 바르게 인식하는 과정이 꼭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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