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모든 극적인 순간들 - 윤대녕 산문집
윤대녕 지음 / 푸르메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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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이렇게 아름다워도 되는 것인가”

책의 뒷표지 상단에 있는 말이다. 49살의 저자 윤대녕에겐 많은 힘들 일들을 겪었지만 아직도 세상이 아름다워 보인다고 한다. 이토록 모든 것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이유가 궁금해져 이 책을 펴들었다.

윤대녕은 1990년 등단 후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이상문학상⋅현대문학상⋅이효석문학상⋅김유정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이 모든 극적인 순간들’은 2006년 맛기행 산문 ‘어머니의 수저’ 이후 4년만의 산문집이다.
이 책은 49년을 살아온 그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져 있다. 9살까지 시골에서 조부의 밑에서 자랐던 일, 24절기마다 친구와 만나는 일, 역마살을 타고난 아버지와 가난 속에서 자신을 키우신 어머니의 삶에 대해, 자신의 불면증, 연상의 첫사랑 이야기, 책을 읽는 즐거움 등 지난 삶에 대해 오버하지 않으면서도 담담하게 풀어내고 있다. 그의 글을 읽고 있으면 그의 평안하지만은 않았던 삶이 그가 글을 쓰게 하기 위해 그를 연단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어린시절 한학을 했던 조부의 가르침으로 시대착오적이고 반사회적 성향의 사람으로 자랐으며 부모에게 보내졌을 때는 가난으로, 재주가 없음에 한탄하며 권태와 우울에 빠져 살았다고 한다. 그런 그가 더 이상 갈 곳 없고 받아주는 데가 없어 소설가가 되었을지도 모른다고 고백한다. “무엇이든 그 속성을 알기까지에는 많은 시행착오와 그에 따른 사색이 필요하다(p.140).” 그의 지난 시절의 고통과 고뇌하던 나날들은 사물을 보는 넓은 식견과 세월을 아우르는 깊이있는 글을 남겨주었다. 그에게는 전화위복이 된 셈이다. 그의 글은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좀 더 세상에서 긍정적으로 살 수 있는 힘을 주는 것 같다.
이 글에서는 그의 글쓰기와 문학에 대한 한없는 사랑을 느낄 수 있다. 그가 글을 쓰기 위해 집을 떠나 산으로 바다로 가서 한두달을 머무를 수 있는 이유는 그만큼 글쓰기를 사랑해서가 아닐까.. 또한 그는 조부와 살았을 때부터 삼촌의 방에서 잘 때 잠이 오지 않을 때 책장의 책제목을 읽는 등 책과 친하게 지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세월이 가고 옆에 있는 사람들은 바뀌었으나 항상 책을 읽고 깊은 사색에 빠지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그가 글을 쓰는 것은 필연이라는 생각도 든다. 또한 한국문학이 나아온 길에 대해 많이 알지 못하나 저자의 한국문학에 대한 애정이 나에게도 전해짐을 느낀다.

‘현재는 선물이다’라는 말이 있다. 한순간 한순간은 마치 축복처럼 다가왔다가 새벽의 그림자처럼 사라진다는 저자의 말처럼 우연이든 필연이든 현재 이 순간을 놓치지 말고 현재의 일에 충실한다면 우리의 삶은 어느 시점보다 행복하고 항상 축복받는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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