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슬픔 - 엉뚱발랄 과부 소피의 팍팍한 세상 건너기
롤리 윈스턴 지음, 송정은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좋은 슬픔이라.. 이 책을 접했을 때 역설적인 제목이 눈길을 끌었다.

  결혼한지 3년만에 남편을 암으로 보내고 미망인이 된 소피. 소피에게 남편의 사별은 7kg 불어난 몸무게, 강박증과 함께 직업까지 잃게 된다. 소피는 우울감과 절망감을 떨쳐버리고 새로운 삶을 찾기 위해 친구가 사는 애슐랜드로 이사를 간다. 이사를 간 후에도 그녀의 삶은 좀처럼 나아질 줄 몰랐다. 큰 제약회사의 홍보담당자에서 레스토랑 웨이트리스로, 또 샐러드 걸로 떨어지게 된다. 그러던 중 레스토랑을 나간 제빵사 대신 디저트를 만들게 되면서 소피는 재미을 가지게 되고 크림 브릴레를 만드는 것이 텔레비전 CEO에게 조언을 해주는 것보다 적성에 더 잘 맞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때부터 그녀의 일상은 다시 제대로 돌아가기 시작한다. 멋진 연극배우 남자친구 드류가 생기고 자신만의 베이커리를 차리게 된다. 물론 그 과정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공황장애를 가지기도 하고, 친구 루즈와는 관계가 약간 틀어지기도 하고, 드류를 만나는 것에 대한 죄책감과 두려움을 가지기도 한다. 또한 시어머니가 알츠하이머병을 가지기도 한다. 이사오기 전과 비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든 일이 생겨나지만 이 전과는 다르다. 이제는 남을 돌아볼 수 있게 되고 제빵사라는 꿈이 있기에 이제는 다시 자신의 행복을 지키고 가질 수 있게 된다.  


  이 책을 보면서 재미있었던 것은 참으로 다양한 소재와 사람들이 등장한다는 점이었다.

  우선 친구 ‘루즈’의 존재를 들 수 있다. 이혼하고 아이와 함께 사는 루즈는 그녀와 티격태격하면서도 그녀가 자존감을 가질 수 있게 도와준다. 루즈는 그녀의 삶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되어준다. 

  다음은 ‘슬픔을 치유하는 모임’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들 수 있다. 알츠하이머로 아내를 잃은 할아버지, 아이들을 잃은 글로리아와 로저 등 서로의 이야기를 하고 들으면서 또 안아주면서 서서히 치료되는 그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글을 읽으면서 왠지 나도 마음의 치유를 받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큰형과 큰언니’프로그램에서 알게된 열세살의 ‘크리스탈’. 마음의 상처로 인해 자신의 몸을 해하고 나쁜 짓을 하는 크리스탈은 소피의 진심어린 관심은 소피의 시어머니를 잘 챙겨주는 등 남을 배려할 수 있는 사람으로 바꿔 놓는다. 소피의 남을 볼보는 마음이 그녀에게도 전해진 것이다. 

  마지막 등장인물 ‘재스퍼’. 직업도 없고 허풍쟁이인 그를 챙기는 모습에서 비로소 전남편의 죽음을 생각하면서도 우울하지 않는 그녀를 볼 수 있었다.  


  결국 사람이다. 사람의 심리적 상처는 사람이 치료하는 것이다. 추수감사절에 소피를 아는 사람들이 모두 모인다. 모두 가지각색의 인생과 개성을 가진 사람들이 소피로 인해 영향을 받고 또 주며 행복한 마음을 서로에게 전한다. 결국 사람은 서로에게 상처도 주지만 결국 사람을 통해서 상처가 낫는 것이다.

  이 세상은 결코 혼자 사는 곳이 아니다. 그러나 가끔 우리는 그것을 잊어버리고 자신이 제일인양 생각하고 행동한다. 그래서 소중한 자산인 친구를 잃는 사람들도 있다. 가끔은 자신의 힘든 상황에서도 주위를 둘러보아 자신의 소중한 인연을 계속 간직하면 좋겠다. 언젠가는 그들이 자신에게 큰 힘을 줄 테니까..

  이 책은 읽으면서 왠지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듯한 느낌이 많이 들었다. 자세하면서도 섬세한 심정묘사는 책속으로 깊게 끌어들였고 그녀가 보는 모든 것들이 현실감있게 다가왔다.

다 읽고 난 후는 왠지 모를 뿌듯함이 다가왔다. 내가 그녀의 슬픔을 치유해 준 것도 아닌데 그녀의 삶을 바로 옆에서 보면서 함께 슬퍼하고 마지막 그녀의 모습에서는 봄햇살같은 따뜻함과 밝은 미래를 느낄 수 있었다.

 

  [좋은 슬픔]은 작가 롤리 윈스턴의 첫 번째 소설이다. 그녀는 이 책을 5년간 집필했다고 한다. 그녀의 고민과 노력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글의 자세하고도 섬세한 묘사와 함께 남편을 읽은 슬픔을 겪고 새로운 시작을 하는 소피의 행복은 그녀의 이러한 노력에 부응하며 독자에게 잘 전해진 것 같다. 죽음을 대하는 우리의 내면은 <부정 → 분노 → 타협 → 우울 → 수용>의 단계를 밟는데, 그녀는 이를 큰 흐름으로 하여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최근에 죽음에 관한 책이 다수 출간되고 있기도 하지만 우리는 죽음에 대해 깊이있게 생각하게 되는 경우는 잘 없다. 그런 면에서 우리가 죽음, 또는 가까운 사람의 죽음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는 책, 죽음이 ‘마지막’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임을 가르쳐 준 책, [좋은 슬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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