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태 망태 부리붕태 - 전성태가 주운 이야기
전성태 지음 / 좋은생각 / 201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누구나 어릴 때 자신이 사는 작은 동네가 이 세상에서 제일 큰 놀이터인듯 친구들과 활보하고 다닌 기억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머리가 커질수록 바쁜 일상에 쫒겨 과거의 기억은 잊어버리고 산다. [성태 망태 부리붕태]는 작가와 같은 시절을 아닐지라도 내 속에 있던 어릴 적 기억을 끄집어내주었다. 
  저자 전성태는 1994년 [닭몰이]로 실천문학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하여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고 있으며, 2009년에는 민족문학연구소에서 [늑대]로 ‘올해의 작가’에 선정되기도 하였다. [성태 망태 부리붕태]는 그의 첫 산문집이다. 
  [성태 망태 부리붕태]라는 제목은 어린시절 마을 할아버지가 지어주신 별명이라고 한다. 일상에서, 어린 시절 기억에서, 혹은 길에서 주운 얘기를 편안한 마음으로 옮겼다고 서두에서 말하고 있다.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2부에서는 전남 고흥의 시골마을에서 어린 시절 재미도 있었지만 고단하기도 했었던 과거의 기억을 전해주고 있다. 교회에서 3단 액자를 선물받았으나 형에게 양보(?)했던 일, 할머니 장죽 빨던 일, 토굴 팠던 일, 고3 때 산사생활 등등 자신이 겪었던 소소하지만 그 땐 아주 큰 사건이었을 일들을 하나하나 엮고 있다. 그의 생생하면서도 활기있는 필체에 읽고 있으면 저자의 할머니, 어머니, 삼촌, 이웃들이 내 머릿속에 들어와 있는 듯하다. 
  3부에서는 저자가 일본, 몽골 등 여행을 다니면서 느낀 점들을 적어놓고 있다. 
  ‘우리의 소외감은 이내 고독감으로 변한다. 자연의 외경 앞에 선 유한한 존재로서의 고독이다. 그 순간 우리는 자신마저 낯설어진다. 겸허해진다. 자신에 대한 긍정, 생명에 대한 긍정이 마음속 깊은 곳으로부터 충만하다.p.157’ 
  점점 현대화의 바람으로 변해져가는 몽골이지만 아직은 지구의 원초적 모습이 남아있는 그 곳에서 그는 마음의 안식과 휴식을 얻은 듯하다. 
  마지막으로 4장의 제목은 ‘마음을 얻으러 가는 길’이다. 글을 얻어 가는 과정이랄까.. 가장 인상깊었던 글은 염전 염부들의 이야기를 엮었던 ‘열여덟 구멍으로 해가 뜬다’이다. 그는 해를 따라다니며 육체적으로 힘들고 알아주는 사람 없지만, 그래도 열심히 소금을 만드는 염부들의 삶을 생생하면서도 자세히 적고 있었다. 그의 염전에 대한 향수와 애틋함이 잘 드러나 있었다. 

  저자는 한 인터뷰에서 “이 산문집의 제목은 원래 ‘주운 이야기’였다”며 “창작의 영역보다 삶 자체에 의미를 뒀다”고 밝히고 있다. 그의 말 그대로 [성태 망태 부리붕태]는 그가 살아온 삶 자체였고, 그러했기에 하나하나의 이야기가 보석처럼 반짝반짝 빛남을 느낄 수 있었다. 
  비록 전라도 사투리가 곳곳에 쓰여있어 읽기에 어려웠던 부분이 있어서 아쉽기도 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과거의 정많은 시골의 정경을 마음속에 그릴 수 있어서 좋았다. 또한  내 빛나던 어린 시절을 기억하고 즐거움에 잠기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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