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P3 기질 금속단백분해효소(MMP, matrix metalloproteinase)로 알려져 있는데, 생물이 발달하고 상처를 치료할 때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효소군은 상피 조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상피조직은 물질을 몸 안팎으로 나르고 체내 기관을 보호한다. 기질 금속단백 분해효소는 소화효소로서 (마치 불도저처럼) 기관을 새로 만들고 낡은 기관을 복원할 수 있도록 길을 닦는다. MMP3의 특정 위치에 있는 염기는 ‘스트로멜리신1stromelysin-1‘로 불리며, 동맥벽을 이루는 세포 밖 바탕질을 분해하는 효소의 생산량에 영향을 미친다. MMP3 단백질은 이런 식으로 혈관의 탄력과 두께를 조절한다. 나처럼 저발현 유전자형을 지닌 사람은 죽상경화증에 좀 더 걸리기쉽다. 이 질환은 동맥벽에 플라크가 쌓여 동맥이 좁아지는 것이다. - P320
나는 당시 DNA 기술에 비추어 앞으로 몇 년만 지나면 게놈에서바이러스를 되살릴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나는 이 점을 들어 연방 공무원들에게 천연두 바이러스를 공개 처형하는 식으로 사람들에게 이제는안전하다는 잘못된 환상을 심어 주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나는 바이러스를 파괴하는 행위가 현명하지 못한 짓이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천연두 감염원은 세계 곳곳에 남아 있다. 미국과 구소련은 천연두예방 접종을 중단했다. 하지만 이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숨겨지거나 잊힌채 어느 냉장고에 들어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게다가 천연두로 숨져영구동토층에 매장된 희생자의 사체에 바이러스가 들어 있을 수도 있다. 쓸데없는 걱정이 아니다. 1918년 독감 바이러스를 2005년에 되살린 건1918년 11월 이후 알래스카 영구동토층에 누워 있던 여자 시체를 찾아낸덕분이었다. 이 바이러스는 전 세계에 퍼져 약 5,0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유행성 독감의 한 변종이었다. 문제는 DNA 염기서열로 천연두 DNA를 합성할 수 있다는 사실만이 아니었다. 인간과 가까운 유인원을 비롯해다른 종을 감염시키는 마마 바이러스가 수없이 존재하며, 이들이 진화하면 다시 인간을 감염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 P262
또한 나는 학계에 있을 때 마음에 들지 않던 요소를 모두 없애버렸다. 가장 먼저 종신재직권을 폐지했다. 정기적인 재점검이나 계약 갱신을 받지 않고 영구적으로 자리를 차지하는 제도 말이다. 시대에 뒤떨어진 제도인 종신재직권은 해당 기관에 이중으로 피해를 입힌다. 이런 환경에서 승승장구하는 열등한 사람들이 무엇보다 원하는 건 자기보다 더 열등한 이들을 주위에 심는 것이다. 또한 자신의 은밀한 결점이 드러나지 않도록자기보다 뛰어난 사람을 몰아내는 데도 열심이다. 나는 국립보건원에서9년을 보내며 기관 내 프로그램이 변질되는 과정을 지켜보았다. 인재가모험을 감수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보호해주던 환경이 오히려 학문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외부의 자금을 얻기 위해 경쟁하지 않으면 과학은 발전하지 않는다. - P250
EST의 영감이 떠오른 것은 일본에서 돌아오는 비행기 안이었다. 하지만 위대한 생각이 동시에 여러 사람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일은 흔하게 일어난다. 시대의 사상 조류에 비슷하게 대응하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EST의 영감이 정확히 언제 어떻게 번득였는가는 꼬집어 말하기 힘들다. 캐플런이 내게 가르치기를 현명한 사람에게는 훌륭한 아이디어가 지천으로 널려 있다고 했다. ‘훌륭한‘ 아이디어를 ‘위대한‘ 아이디어로 만드는건 아이디어를 현실로 바꾸는 방법인 것이다. 과학의 역사를 살펴보면 아이디어를 생각해낸 사람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추진하지 못하는 사이 다른 사람이 비슷한 영감을 얻어 이를 입증해내는 일이 수두룩하다. 예를 들어 진화의 개념을 처음 생각해낸 사람은 다윈이 아니다. 글로 표현한 것도 그가 처음이 아니다. 하지만 그는 평생에 걸친 연구와 저술을 통해 아이디어의 타당성을 뒷받침했다. EST도 마찬가지였다. 브레너는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자신의 데이터를 한 번도 발표하지 않았다. - P197
《수상록》의 최종 교훈인 이 무지는 원초적 무지, 알기를 거부하고 알려고 노력하지 않는 자의 "아둔한 무지"가 아니라, 지식을 두루 섭렵하고 나서 그것들이 죄다 반쪽짜리 지식에 지나지 않음을 깨달은 무지, 박식한 무지다. 훗날 파스칼이 말하듯이, 이 세상에 모든 것을 안다고 믿는 반쪽짜리 학자들보다 나쁜건 없다. 몽테뉴가 예찬하는 무지는 자신이 모른다는 것을 아는 자, 소크라테스의 무지다. - P1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