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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 나는 나일 때 가장 편해 ㅣ 카카오프렌즈 시리즈
투에고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10월
평점 :
품절
내가 가장 나다울 수 있는 시간은 과연 언제일까. 아무리 직장에서 친한 동료가 있더라도, 늘 만나면 즐거운 친구 사이라도, 나의 모든 모습을 몽땅 보여준 것만 같았던 가족 앞에서도 모두 다른 옷을 입고 다른 가면을 쓰고 있다. 동료라는 옷, 친구라는 옷, 가족이라는 옷. 모두에게 다른 모습을 보인다고 해서 그것이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칭찬과 위로를 해주고 싶다. 각 상황에 맞추어 열심히 살고 있다는 것이니까. 오로지 나다울 수 있는, 아무런 옷을 입지 않은 편안한 상태는 혼자 있을 때 인 것 같다. 그 누구의 눈치를 보지도 않고, 그 누군가의 마음을 신경쓰지 않고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바로 그 시간. 옆에 누군가가 있으면 정말 즐겁고 유쾌하지만, 나는 하루일과를 마무리하고 나 혼자 하루를 되돌아보는 순간이 가장 편하다. 표지에 그려진 무지같이 무념무상으로 뒹굴거리는 그 순간이.
카카오 프렌즈들의 캐릭터를 단 한 번도 알려고 한 적도 없고, 알지도 못했다. 아르테에서 카카오와 꾸준하게 손 잡고 나온 책이 어느덧 네 번째. 함께 모아놓고 사진찍고 싶었지만, 나머지 책들은 본가에 놓고 왔네 ᵒ̴̶̷̥́ ·̫ ᵒ̴̶̷̣̥̀ 이번 무지 캐릭터를 이해하고는 제일 정이 가는 캐릭터가 되었다. 세상을 살아가기 위한 방어기제로 토끼옷으로 본모습을 숨기고 지내는 단무지는 어쩌면 늘 씩씩한 척, 늘 마음 넓은 척, 늘 밝은 척 하며 어두운 이면을 숨긴 채 밝은 가면을 두르며 오늘도 살아가는 현대인들을 가장 잘 표현한 캐릭터라고 생각되기 때문에(나만 그런가)
투에고 작가님이 전하는 마음을 툭 건드는 여러 글들 중 가장 기억에 남던 부분은 기억의 옷장 이야기다. 우리의 옷장에 걸린 수 많은 옷들 처럼, 타인의 기억 속에 나는 각기 다른 모습으로 보여질 거라는 글. 작가님의 말대로 나는 누군가에게는 좋은 사람, 누군가에게는 애쓰는 사람, 슬프지만 누군가에게는 상처를 준 사람, 혹은 누군가에게는 싫은 사람이 될 수도 있겠지.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으로만 남을 수 없다는 것을 안다. 열심히 노력해도 진심과 다르게, 나의 진심이 왜곡되어 전달될 수도 있는 거니까. 모든 것은 받아들이기 나름이다. 그렇지만 매 순간에 최선을 다 했다는 사실은 나만이 알 수 있겠지. 나만큼은 꼭 잊지않고 기억해줘야지. 그렇지 않으면 타인들에게 끌려다니며 나를 내가 사랑하지 못할 수도 있을테니까.
어찌보면 이 독서계정 역시 가장 나다울 수 있는 공간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든다. 이 공간에 책을 읽고 그 누구에게도 하지 않은 속 이야기를 주절주절 써내려가며 나 자신을 더욱 알아가는 시간을 갖고 있다. 내가 쓴 수많은 가면들 속에서 중심을 잡을 수 있도록 해주는 고마운 북리뷰, 가끔은 이상과 현실에 부딪혀 힘이 들 때도 있지만 점점 단단한 내가 되어가는 과정이라 생각하며. 오늘도 필요한 가면을 두르고 한 주 열심히 힘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