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월일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10월
평점 :
품절


한국에는 박완서 선생님이 있고, 일본에는 히가시노 게이고가 있다면 중국에는 옌렌커가 있다!(지극히 주관적인 생각) 옌렌커의 전작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를 너무 재미있게 읽은 터라 이번 '연월일' 역시 기대 만빵. 중국 군인이었던 그는 중국의 공산주의적 사회를 은근히 돌려까기하는 능력으로(?) 작품에 있어 많은 제재를 받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내에서 폭발적인 인기와 노벨문학상 후보로도 오랫동안 거론될 만큼 엄청난 필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장편소설이 비해 단편소설에 대한 호불호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단편소설을 좋아한다. 사실 단편소설이라하면 뭔가 💩싸다 만 느낌? 맛있는 음식 딱 세 입만 주고 뺏는 느낌? 같이 여운이 짙게 남는데, 그 여운도 좋고 성격이 급한 나에게 장편소설처럼 호흡이 긴 소설은 정말 흥미롭지 않으면 읽는 중간중간 지루함이 추가되기 때문에 단편소설의 매력을 많이 느낀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중국 작가가, 본인의 작품들 중 직접 고른 중단편 모음이라니.. 어머, 이건 반드시 읽어야 해..!
철학적인 느낌까지 받을 정도로 인간의 고유한 내면을 직접적으로 볼 수 있는 기회. 인간이 제일 외롭고 쓸쓸하며 비참해지는 순간, 보여지는 내면의 모습에 읽는 나 조차도 씁쓸해지고 서글퍼지는 마력이 있다. 인간의 본능과 고뇌. 그것이 얼마나 슬픈 것인지, 인간이 얼마나 슬픈 동물인지. 굳이 갖다 붙이자면 비슷한 장르를 보여주는 작가는 다자이 오사무. 하지만 이 둘의 성향은 너무나 다른 것 같다. 둘 다 인간의 끝을 난해하게 드러내주는 반면 다자이 오사무는 아주 어둡게, 옌렌커는 아주 덤덤하게 때로는 엉뚱하게 표현하는 능력이 있기 때문.
나는 예전부터 이도우 작가님과 히가시노 게이고에게 입덕했다. 그리고 전 작인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를 읽고 흥미로웠던 옌렌커에게 이번 작품을 통해 입덕해버렸다. 그가 보여주는 중국 시골 서민들의 삶은 우리네와 참 비슷한 듯 다른 모습을 보였고, 생각보다 일본에 비해 중국과 우리가 더 비슷한 듯한 느낌을 중국 문학을 읽으면 읽을수록 느낀다. 공산주의국가에서의 군인의 삶은 어땠을까. 그 삶이 어땠기에 이런 글들이 나올 수 있는 걸까. 문득 그의 작품 뿐 아닌 그의 인생이 궁금해진다. 바쁜 일만 마치면 옌렌커의 다른 책들도 사모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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