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의 나라였던 조선시대, 우리 역사에서 조선이라는 나라가 성에 있어서 폭력적일만큼 폐쇄적인 사회였다는 것을 낱낱히 밝혀주는 책이다. 성적 갈망에 있어서 남녀가 동등해야하지만, 가부장적이던 조선시대 문화 상 성은 남성의 전유물로 타락했다. 이러한 사회문화로 인해 기생과 궁녀, 그리고 첩 이라는 여성들의 희생이 시작되었다. 원래 기생이란 '대나무 악기를 다루는 여자'였다. 하지만 남녀 관계에 폐쇄적인 사회 분위기로 인해 '방을 지키는 기생' 즉 매춘의 성격을 띄게 된다. 겉으로 보이는 선비의 나라는 기생 전쟁을 일으킬 정도로 남성들의 환상과 집착으로 얼룩진 음탕한 나라였던 것이다.7세 이전 입궁하여 왕이 눈길 주기만을 기다리는 궁녀들도 있다. 궁녀는 왕만 취할 수 있는 여인들이었고, 그녀들은 일생토록 왕의 눈에 들어 승은을 입는 것만을 기다린다. 만에 하나 다른 남성을 흠모하다 발각이 되면 사형에 처해지고 그의 가족들 역시 귀양길에 오르게 되었다. 그들은 입궁할 때 이미 왕의 여자가 된 것으로 간주되었기에 출궁을 해도 자유의 몸이 되지 못하는 기구한 운명이다. 궁녀는 궁녀대로, 정식 왕비는 왕비대로 결국 왕의 소모품에 지나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 시절 그들은 그런 생각을 하지는 않았겠지만 말이다.지금은 엘리트라 칭하는 여의사가 조선시대에는 여의와 약방 기생 사이인 의녀 취급을 당했다. 그 시절에도 역시나 엘리트는 엘리트였나보다. 조선시대 양반들이 선호하는 첩 1순위였고, 인물이 출중한 의녀를 첩으로 얻으면 자랑스러워했으니 말이다. 아쉬운 점은 의녀들 역시 양반의 첩이 되는 것을 최고의 행운으로 여겼다는 점이다.뺏고 뺏기는 물건 아닌 물건이었던 첩. 첩 도둑질이라는 것을 할 정도로 여성을 하나의 인격체로 보지 않았던 그 시절. 어찌보면 본 부인 역시도 무시 아닌 개무시를 당한 상황이지만 조선의 여성들은 그리 생각하지 않았다. 서로를 적으로 생각하고 서로가 서로를 힘들게 만들 뿐이었다. 흔히 말하는 여성의 적은 여성이라는 말은 아마도 이 때부터 시작되지 않았을까.결론적으로 가부장제도로 인해 남녀차별이 극대화되었던 조선에서 여성의 인권은 없었다. 사회적 분위기가 참 무섭다 라고 느낀 것이 아무리 생각해도 어처구니가 없는 이 상황들을 위해 여자들이 자진해 전쟁을 시작했다는 점이다. 놀라운 점은 500년이 넘게 이어졌던 조선이 끝난 지 불과 110년도 안된 지금, 아직도 부족하다 외치지만 이정도로 남녀평등을 이루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고 여길 수 밖에 없다. 어느 나라던 마찬가지로 남녀가 불평등했던 과거 속에서도 유난스럽게 앞과 뒤가 달랐던 조선의 뒷 모습이 참으로 씁쓸할 뿐이다.가볍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던 이 책은 선비들의 나라였던 조선의 이면을 보게 되어 참 마음이 좋지 않던 책이었다. 물론 흥미로웠던 챕터도 있었지만 첫 챕터부터 펼쳐진 바닥을 치는 여성인권때문인지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는 내내 마음 한 켠이 무거웠다. 앞으로 평등을 위해 나아가야 하는 길이 많다. 과거의 과오를 발판삼아 남녀가 수평적인 관계로 이어질 수 있도록 여성들 뿐 아니라 남성들도 함께 노력하길. 그리고 쉬쉬하며 숨기는 것이 얼마나 잘못된 환상을 일으키는지, 우리나라 성 교육과 성 문화에 대해서도 모두가 함께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띠지에 쓰여 있는 '조선의 밤은 낮보다 아름답다' 과연 진정 아름답다고 볼 수 있는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