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펙트 마더
에이미 몰로이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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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30대 여성이고, 언젠가는 한 남자의 아내가 될테고, 언젠가는 나를 닮은 아이의 엄마가 되겠지.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엔 이런 상상을 하면 마치 드라마에 나오는 행복한 가정, 늘 밝은 미래만 가득할 것 같았지만 이제는 현실을 알게 된 나이. 지금은 친구들과 만나면 결혼보다 더 두려운 건 임신, 출산, 육아. 그 중 가장 두려운 건 육아. 자꾸만 악화되는 경제상황 속에서 이제는 맞벌이는 필수, 게다가 남성도 육아휴직을 쓸 수 있지만 쓸 수 없게끔 만드는 직장 내 시선들, 출산 후 육아휴직(이 아직도 안 되는 직장도 많겠지..)을 하고 나면 파워워킹맘이 되느냐 아니면 경력단절맘이 되느냐의 기로에 서게 되는 여성들. 나빠지는 환경 속에서 자주 아픈 아이들 덕분에 실질적으로 친정이든, 시댁의 도움 없이는 아이를 키우기가 너무나 힘들어지다보니 자꾸만 저출산의 길을 가게되는 것 같다. 게다가 아동범죄는 왜 이리도 끊이지를 않는건지. 왠지모르게 이 책을 읽는 내내 현대사회의 엄마들이 두려워하는 현실 그대로를 반영한 듯한 내용에 한숨이 푹푹 내쉬어졌다. 싱글맘인 위니는 알마에게 처음으로 생후 7주 된 아이를 맡기고 맘동네친구들과 일탈을 하러 나간다. 그런데.. 아이가 사라졌다. 금쪽같은 아이가.
읽으면 읽을 수록 제목 자체가 무서웠다. 완벽한 엄마라니. 우리는 평생토록 완벽한 인간도 될 수 없는데 완벽한 엄마가 되어야 한다니. 제목 자체만으로도 엄마들이 겪어야 할 엄마로써의 압박감을 다 표현해낸 듯한 느낌이다. 내 주변 아이엄마들은 늘 아이들한테 미안하단다. 전업주부라 미안하고, 워킹맘이라 미안하고, 미세먼지 많은 것도 미안하고, 더운 것도 미안하단다. 게다가 주변인들에게 아이가 너무 보채서 미안하고, 너무 울어서 미안하고, 너무 활발해서 미안하고, 너무 낯가려서 미안하고. 분명 우리 엄마도 나를 그렇게 키웠다. 나와 동생에게 미안하고, 우리로 인해 주변인들에게 미안하고. 대체 뭐가 그렇게나 미안한걸까. 엄마라는 존재 자체가 슈퍼우먼같은데, 대체 얼마나 어떻게 더 해야만이 완벽한 엄마가 될 수 있을까.
단 한 번의 일탈로 유괴된 아이. 그리고 그 속에서 느껴지는 엄마들의 불안감. 육아를 해 보지 않은 나조차도 너무나 오싹해지는 상황들인데, 육아 중인 엄마들이 읽으면 그 어떤 스릴러보다도 더 소름돋을 것 같다. 어찌보면 우리 사회가 엄마들에게 죄인이라는 프레임을 씌우고 더욱 구속해가는 것은 아닌지. 정말 다시 한 번 생각하게끔 하던 책이었다. 500페이지가 넘는 소설이지만 시간 순삭..! 이제는 우리가 임신테스트기에 두 줄이 나타난다해도 두려워하지 않는 세상이 오기를. 엄마들에게 너무나 많은 잣대를 들이대지 않기를. 이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는 것을 인지하면서도 엄마들에게만 완벽하길 바라는 모순된 생각은 이제 버리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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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브, 힘낼지 말지는 내가 결정해 카카오프렌즈 시리즈
하상욱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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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시팔이 하상욱과 카카오프렌즈의 소심한 오리 튜브가 만난 이야기. 여전히 사이다스럽고 여전히 속 시원한 짧은 글들과 귀여운 튜브가 가득가득한 이 책. 그래, 힘낼지 말지는 내가 결정하는거지, 위로를 가장한 충고는 넣어둬~넣어둬~
한창 하상욱 시인의 짧은, 그리고 격공하는 시들이 인기일 때 나 역시 푹 빠져서 늘 챙겨읽었더랬다. 작은 🌶가 맵다고, 어떻게 저 짧은 글에 우리의 마음을 다 녹여낼 수 있을까 싶던 그런 글들을 종이로는 처음 접해보는 듯. 한 장 한 장 읽을 때마다 늘 입안에만 맴돌다 꿀꺽 삼켜야만했던 돌직구 발언들을 튜브의 입을 통해 전해주어 더 공감이 갔던..
튜브가 이토록 귀여운 캐릭터였을줄이야..! 소심하고 겁 많고 마음 약하지만, 화가 나면 입에서 불을 내뿜는 미친 오리로 변신하는 튜브🔥 마치 나와 같은 느낌...🤔 라이언과 어피치에 이은 튜브의 이야기. 그 다음은 또 누구일지, 어떤 귀여운 모습과 함께 우리 속을 달래줄 글이 나올지 여전히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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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작업실에서는 전혀 다른 시간이 흐른다 - 슈필라움의 심리학
김정운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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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ielraum'은 놀이를 뜻 하는 'spiel'과 공간을 뜻 하는 'raum'이 합쳐진 단어로 우리말로 '여유공간' 정도로 번역할 수 있다.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율의 공간. 물리적 공간은 물론 심리적 여유까지 포함하는 단어다. 저자의 슈필라움은 여수 바닷가가 한 눈에 보이는 작은 화실이라고 소개한다. 그 화실에서 그는 그림도 그리고, 풍경에 젖어들기도 하며, 글도 쓰고, 옛 추억에도 잠긴다. 그는 이야기한다. 자기만의 공간이 있어야 자기 이야기가 생긴다고. 자기 이야기가 있어야 자존감도 생기고, 봐줄만한 매력도 생긴다며. 한 인간의 품격은 자기 공간이 있어야 유지가 된다. 아무리 사람들 틈바구니 속에서 부비며 사는 것도 좋지만, 하루 중 잠깐이라도 나만의 공간에서 나만의 시간을 가져야만이 심리적으로 여유를 갖게됨을 느끼게 해준다. 저자는 '나 때는 말이야'가 아닌 현재진행형을 사시는 멋진 분이다. 독일 유학생활 경험했던 일부터 일생에 걸친 모든 이야기를 툭툭 털어내듯 써냈는데, 참 꼰대스럽지 않게 들리는 마력이 있다. 잔잔한 여수 바닷가처럼, 그의 글 역시 너무나 잔잔하게 내 마음 속 깊이 파고든다. 아마 손이 자주갈 것 같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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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사람을 그만두면 인생이 편해진다 - 남에게 휘둘리지 않고 내 삶을 지키는 자기주장의 심리학
데이먼 자하리아데스 지음, 권은현 옮김 / 홍익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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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 때는 직장에서 네네걸이었다. 뭐만 하면 네네, 제가할게요~ 그때 내가 너무 무리하는 것이 보였는지, 한 선배는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가 되는거야. 그냥 못 한다고 해. 그렇다고 너한테 뭐라고 할 사람 없고, 뭐라고 하면 그게 미친x이니 신경 쓰지마'라고 했지만, 나는 여전히 네네걸이었고, 선배의 말 대로 호의가 권리가 되고 부탁이 명령이 되는 것은 한 순간이었다. 나는 그 때 왜 거절을 못했을까? 무엇때문에 그렇게 무리를 하며 호구의 길을 자진했던 것일까?
이 책에서 열거한 거절이 힘든 이유는,
1)남의 기분을 상하게 하고 싶지 않다.
2)다른 사람을 실망시키기 싫다.
3)이기적으로 보이기 싫다.
4)다른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다.
5)낮은 자존감에 떠밀려 살아간다.
6)다른 사람이 좋아해주기를 바란다.
7)중요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다.
8)기회를 놓칠까 봐 두렵다.
9)정서적 괴롭힘에 항복한다.
10)충돌이 싫다.
나의 가장 큰 이유는 10번, 충돌이 싫다 였던 것 같다. 애초에 트러블 일어나는 것이 싫어 그냥 내가 조금 희생하고말지~ 가 그들의 표적이 되었을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고, 어느 순간부터 나는 남에게 휘둘리며 선배고 후배고 동기고 모두에게 잘 도와주는 동료가 되어있었다. 그래서인지 퇴사하기도 너무 힘들었고(퇴직의사 밝히고 1년을 못 그만두고 질질 끌려다님) 결국은 주변에서 '너 없어도 직장은 다 돌아가. 자꾸 휘둘리면 너 평생 못그만둬'라는 소리까지 들었다. 퇴사 전 송별회식날 ㅇㅇ이 그만두면 행정업무는 누가 하나, ㅇㅇ이 그만두면 무슨 상황마다 누가 도와주나 라는 말을 들었지만, 결국은 누군가 잘 메꾸고 있겠지. 어찌보면 그런 소리들이 스트레스이자 묘한 쾌감이었었던걸까? 하지만 퇴직을 하고 나는 엄청난 트라우마에 시달렸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고, 단물 쪽쪽 빨리고 난 후에야 퇴직을 시켜줬다는 것을 인지하고 나서 굉장한 상실감에 빠졌다.(주변에서 이야기해 줄 땐 전혀 인지못하던 바보 멍충이..) 그제서야 나는 잘못되었던거구나. 내가 나를 스스로 옭아매고 있었구나를 느끼고는 이제는 당당하게 거절할 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 그냥 못하면 못한다고 하고, 힘들면 힘들다고 하고. 내 감정에 충실하게.
거절을 할 때에는 미적미적한 태도로 돌려서 얘기하거나 변명, 거짓말을 하지 않고 예의와 정중함을 갖추고 돌직구로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다. 변명과 거짓말은 거절 후 서로의 감정만 안좋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이러이러해서 도와줄 수 없음을 정중하게 설명 후 확실하게 거절의 의사를 밝힌다면 제정신인 사람들이라면 이해를 한다. 이해 못 해주는 사람들이라면 본인을 호구로 보는 것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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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하는 삶 - 여성의 몸, 욕망, 쾌락, 그리고 주체적으로 사랑하는 방식에 관하여
에이미 조 고다드 지음, 이유진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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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보면 내 세대 역시 제대로 된 성교육을 받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성에 대해, 욕망에 대해 쉬쉬하며 살아왔고 남성이던 여성이던 성적 쾌감을 표출하는 것이 대해 '밝히는 사람'이라는 낙인이 찍히며 성적 자존감에 대해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던 것 같다. 숨기기만 한다고 능사가 아닌 것을,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 많은 나라들에서도 여성의 성적 욕망을 비밀리에 묻어두고 억압당해왔다는 사실이 참 놀라웠다. 여성들의 섹슈얼리티를 손상시키는 그릇된 신념, 강박, 수치심, 죄의식, 트라우마.. 이 책은 섹슈얼리티 분야에서 20년 이상 활동하고 연구한 에이미 조 고다드가 성적으로 이끌림을 당하고, 파트너의 욕망을 따르도록 살아온 여성들이 스스로의 욕망을 파악하고, 주체적으로 행동하며, 여성으로서 자신감과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많은 편견과 억압 속에서 여성들 역시 정당하게 성적 즐거움을 느끼려면 제대로 된 교육과 오픈된 인식변화가 필요할 것이다.
이러한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는 터라 읽는 내내 어색하기도 했지만, 건강한 사랑을 하기 위한 여성들을 위한 필수 도서라고 생각된다. 특히나 청소년기 여성들에게도, 갓 20대 초반의 여성들에게도 꼭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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