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ielraum'은 놀이를 뜻 하는 'spiel'과 공간을 뜻 하는 'raum'이 합쳐진 단어로 우리말로 '여유공간' 정도로 번역할 수 있다.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율의 공간. 물리적 공간은 물론 심리적 여유까지 포함하는 단어다. 저자의 슈필라움은 여수 바닷가가 한 눈에 보이는 작은 화실이라고 소개한다. 그 화실에서 그는 그림도 그리고, 풍경에 젖어들기도 하며, 글도 쓰고, 옛 추억에도 잠긴다. 그는 이야기한다. 자기만의 공간이 있어야 자기 이야기가 생긴다고. 자기 이야기가 있어야 자존감도 생기고, 봐줄만한 매력도 생긴다며. 한 인간의 품격은 자기 공간이 있어야 유지가 된다. 아무리 사람들 틈바구니 속에서 부비며 사는 것도 좋지만, 하루 중 잠깐이라도 나만의 공간에서 나만의 시간을 가져야만이 심리적으로 여유를 갖게됨을 느끼게 해준다. 저자는 '나 때는 말이야'가 아닌 현재진행형을 사시는 멋진 분이다. 독일 유학생활 경험했던 일부터 일생에 걸친 모든 이야기를 툭툭 털어내듯 써냈는데, 참 꼰대스럽지 않게 들리는 마력이 있다. 잔잔한 여수 바닷가처럼, 그의 글 역시 너무나 잔잔하게 내 마음 속 깊이 파고든다. 아마 손이 자주갈 것 같은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