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기가 좋다
한창훈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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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 속에서 맛보는 즐거움중 나를 위한 일들은 이런 저런 이유로 뒤로 미루다 보니


책읽는 즐거움마저도 잊고 살 때 가 있다.

무제한 용량인 듯 한  머릿속에 갑자기 3줄정도의 글자를 집어 넣기도 버거워지는 때가 있기도 하다는 것을

깨달을 쯤에....

지금 있는 자리에서 있는 듯 없는 듯한 사람이 되어가고 있음에 겁이 덜컥 나고

어떻게든 살아있는 모양새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마음이 불끈 튀어 오른다.

"나는 여기가 좋다"라는 제목을 보고 책을 선택하는 순간부터 책을 읽고 나서 다시 구석구석 되돌아가서

생각해보는 지금까지 이 책은 나에게 편안함 이란 느낌을 준다.

2004년 여름부터 2007년까지 발표된 단편들을 한 권에 엮어서 나온 한창훈의 소설.

단편들이 모여있음에도 연결 된 듯한 느낌을 준다 했더니,

첫 번째 이야기(나는 여기가 좋다)에서 나온 주인공이 ,(섬에서 자전거 타기)에서 다시 등장하고,

마지막 단편(아버지와 아들)에서는 삼촌으로 나온다.

이런 점 을 두고 문학평론가 김명환은 이 책의 해설부분에서 "연작소설집도 아닌 터에 하나의 인물이 여러 단편에

거푸 등장한다는 사실을 무심하게 지나칠 수 없는 노릇이고, 나아가 한창훈 문학에 관심을 가져온 독자라면

이것이 작가의 작품세계에 차오르는 새로운 기운의 징조는 아닌지 생각해볼 만하다."라고 했다.

이런 점을 다시 확인하고 나니 이 소설만의 독특한 이야기 구조에 신기한 것을 발견한 듯,

자꾸 떠들어대고 싶어진다.

 

나는 여기가 좋다-"그가 평생 어부로 살아 왔듯이 그녀도 어부의 아내로 살아온 것이다.

싫든 좋든 산골이 싫어 뛰쳐나온 사람이 결국 장작 패고, 불 때는 짓을 제일 잘하듯...."

주인공 사내의 이야기보다 오히려 나에겐 사내의 아내 이야기에 더 공감되더라...

"어찌 보면 우는 대신 늙어버리는 것을 택한듯도하다"

섬을 떠나고 싶다는 아내의 이야기에 섬을 떠나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내는 세상사람들의 내면에 있는

 새로운 것에 대한 모든 두려움과 같을 것이다.

이래 저래 내 삶에 책임지겠노라, 있는 자리에서 만족하면서 살아보려 하다보니 시간은 자꾸만 흘러가고.

이젠 내 자리에서 나가자고 손잡아 끌어도 무서워서 내가 쳐놓은 선을 절대 넘지 못해 벌벌 떨며 주저앉아

버릴 것 같은 그 마음...

단편소설속의 이야기들이 하나같이 모두 친숙하게 느껴지는 것은 한창훈 소설의 특징이다.

"선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생생한 언어, 그 속에서 피어오르는 야무진 기운" 이라는 말처럼

평범한 이야기 속에서 느낄 수 있는 내면적인 깊은 이야기들이 단편들을 모두 읽고 나서도

"나는 여기가 좋다"라는 제목에 자꾸만 눈이 간다.

 

[가장 가벼운 생]-

"손노인의 말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쉬우쉬우 몰아쉬더니 오래지 않아 고른 숨이 되었다.

잠든 것이다.나는 벽장 속 이불을 깔고 그를 옮겼는데 보기보다 무겁지 않았다.

며칠을 굶다시피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나는 자꾸 오래도록 담아왔던 어떤 말의 무게가 빠져나와서 그렇다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

말의 무게라...

그러고 보면 있지도 않은 미래를 생각으로 쌓아올리고 마음속에 담아두고 무겁게 지낸 날들이 얼마나

많은지...

그렇게 살지 않아도 될것을... 속태우며 살아온 날들은 뒤돌아보니, 왜그리 많이 만들어두었는지 바보스럽기만 하다.

가볍게 , 마음 편하게 살 수 있는 날들을 왜그리 무겁게 짓누루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게 되고,

 다시 내 자리로 돌아 왔을 때는 정말 많이 내 삶이 가벼워진 듯 하다.

오랜만에 책에 빠져보는 시간을 갖는 것만으로도 내겐 삶에 평정을 유지하는 듯하고

 힘이 샘 솟아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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