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피쉬 보이 블랙홀 청소년 문고 6
리사 톰슨 지음, 양윤선 옮김 / 블랙홀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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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골드가 들어가서 묘하게 멋져보이는 제목이지만 실은 '금붕어소년'이다.
어항속과 같은 공간에 둥둥 떠서 창밖을 바라만 보는 아이의 뒷모습은 슬프고 따뜻하다. 파란색인데 파스텔톤이라 그런건지 묘하게 풍기는 분위기가 그런건지.. 주인공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

강박충동장애를 가진 소년은 방 안에서 나가지도 않고 자신의 방안에서 밖을 쳐다보며 지낸다. 자신이 방만이 깨끗한 장소이고 그 어느 곳도 안전하지 않다. 손이 헐만큼 뜨거운 물로 자주 손을 씻어야 하고 스물이라는 숫자를 생각해야 마음이 안정된다. 라텍스 장갑이 없이는 문을 만질수도 없다. 하지만 본인이 정상이라고 계속해서 생각하며 끊임없이 바깥세계와 연결되고자 한다. 창밖을 쳐다보며 메모지에 그의 이웃에 대한 관찰을 하고 이야기를 적는 것이 그러한 이유이다.
대화를 할 상대는 없지만 언젠가 벽에 생긴 멋진 갈기의 사자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마음의 위안을 얻는다.

그의 옆집에 멋진 장미정원을 기르는 찰스할아버지네 집에 손자손녀, 케이시와 테디가 잠시 머무르며 살게 되고 새로운 이웃의 등장에 매튜의 메모지도 새로운 내용들이 적힌다. 그러다 테디가 사라지고 경찰과 동네 수색대가 정신없는 와중에 매튜와 또다른 외톨이(가정환경이 좋지 못한) 멜로디는 매튜의 메모장을 통해 자신들이 범인을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특정한 사건으로 인해 심적 충격을 받은 작은 소년이 겪고 있는 강박장애라는 문제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이해하지 못하고 슬퍼하고 압박하고 소리지르고 눈물흘리는 부모님과 그를 바라보는 아이의 시선이 겹쳐지면서 각자의 사정이 안타깝다. 실제로 저럴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에 부모의 마음도 이해가 되고 그 순간 아이의 머리속은 저렇구나라는 깨달음도 있었다.
어린 아이의 납치라는 사건은 강박장애에 빠진 매튜에게 계속해서 밖으로 나갈수 있는 기회를 주었고 멜로디는 본인의 상처와 비밀을 공유하고 계속해서 친구가 되어준다. 거기에 또다른 상처입은 아이, 제이크가 등장하고 이들은 함께 문제를 해결하려고 시도하면서 손을 잡고 세상으로 한걸음 걸어나왔다.

책을 읽고 틈틈히 나오기는 했지만 매튜의 이야기에 눈물이 나왔다.(요새 툭하면 눈물이 나온다 ㅡㅡ) 그의 마음이 , 그리고 그의 부모님의 마음이 상상이 되서 더욱 그러했다. 술술 읽히고 재미있는 책이고 감동도 있다. 하지만 나에게 가장 좋았던 것은 아이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새로운 시각을 주었다는 점이다. 가끔 강박증이나 문제를 가진 상처입은 아이들을 만난다. 내가 겪은 적이 없는 문제라 열심히 그들을 위해 노력하고 눈을 맞추고 이야기하고 싶어하지만 답답하고 속상할 때가 많다. 매튜의 부모님처럼.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들의 마음을 전혀 모르겠기에 그랬던 것 같다. 개개별로 다들 다르겠지만 마음이 아픈 아이들에게 어떠한 마음과 자세로 다가서야 하는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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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 프리다 칼로 이야기 - 강인하고 슬픈 영혼
마리아 에세 지음, 윤승진 옮김 / 책이있는풍경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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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의 여성, 아니 페미니스트의 대표적인 화가 프리다 칼로는 자신이 색채가 뚜렷한 화가이다. 강렬한 색채와 화려한 색감 표현으로 고통스러워보이는 여성, 자신의 모습을 그린 화가이기에 그녀의 성격과 강인함을 짐작할 수 있다. 허나 그녀도 사람이었고 어여쁜 소녀였으며 사랑에 고통받은 여인이었다.
오히려 강해보이는 신념으로 끔찍한(주관적이지만 그녀의 사랑, 디에고는 끔찍한 남자이다.) 남자에 대한 사랑을 끝까지 관철한다. 아무리 상처를 받아도 말이다. 주변을 의식하지 않는 주관으로 본인을 잃지 않기 위해 그림을 그렸고 신체적인 고통을 이겨냈다.

태어날때부터 척추기형을 (소아마비가 아니라한다.)겪었고 1925년, 버스사고로 긴 버스손잡이 기둥이 몸을 관통하였다. 그때 그림을 그리며 자신의 고통을 이겨내는 방법을 배우기 시작한다. 첫남자 알레한드로와 헤어지고 이미 2번째 부인을 둔 운명의 남자 디에고를 만나 결혼을 한다. 이 때 그녀는 자신을 숨긴다. 학생 때부터 입던 바지가 아닌 전통의상 치마를 입고 그를 위해 요리한다. 하지만 1년 후 남편의 외도가 시작되고 아이를 유산하며, 여전히 그림으로 고통을 승화시켰다. 미국을 갔고 아이를 또다시 유산했고 다시 멕시코로 온 그녀의 인생은 다시 고통으로 범벅되는 듯하다. 큰 수술을 겪었고 또다시 유산, 심지어 처제와 외도를 한 남편에 의해 그녀의 인생은 무너져버렸던 것 같다. 그리고 그녀는 자유롭게 본인의 모습을 보이며 살게 된다. 자유연애가 이어졌고 정치적인 사건들에 연루되어 힘든 일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디에고와 이혼, 재결합이 이뤄진다. 일기를 쓰고 아이들을 학교에서 가르치던 프리다 칼로, 1946년 큰 수술로 후에도 본인의 첫 개인전을 열고 침대째 미술관을 가지만 다리를 절단하고 얼마 가지 않아 47살, 젋은 나이에 숨을 거둔다.

[책에 대해]
마리아 에세라는 일러스트작가의 첫 작품이다. 이 책은 프리다 칼로에 대해 그림만 접해서 그녀를 잘 모르는 이가 본다면 더 재미있을 것도 같다. 그녀의 애정관계가 주요한 일생의 사건들을 연도별로 간단간단하게 표시해놓은 것들은 그녀에 대해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기도 하고 눈도 즐겁다. 그녀의 그림을 일러스트로 표현하였고 각 작품에 대한 사건의 설명이 나오기 때문에 그림을 이해하기도 편하다. 시대순으로 흘러가는 이야기지만 워낙 그녀의 인생이 사건사고가 많고 고통이 많이 섞여있어서 불편할 수도 있지만 보기 예쁜 일러스트 그림을 보면서 순화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소장하고 있고 싶은 그림들이다. 다만 미술사적 의미는 거의 없다. 그녀의 그림을 사랑한다면, 원본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마라. 단 한 작품도 실려있지 않다. 그녀가 스스로 쓴 일기같은 형식이지만 인생의 다양한 사건들이 가볍게 다뤄지고 있어서 자세한 이야기가 깊이 있게 나오지는 않는다. 하지만 나는 이정도만 알아도 충분한 것 같아서 만족했다.

[마무리]
페미니스트 프리다 칼로와 그녀의 여성편력 남편 디에고에 대해 평소 궁금하긴 했었다. 그리고 그녀의 삶 역시 궁금했었다. 그림을 보면서 나는 절대 운명의 장난 따위에 지지 않겠어 라는 느낌의 강한 여인을 보았지만 보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고 마치 단단한 껍질 속 연한 속살이 다친 것을 숨기려하는 여린 여인이 소리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대체 어떤 삶을 살면, 어떤 성격의 사람이면 이런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 , 했었는데.. 같은 여자라 그런지 마음이 짠했다. 나에게는 그녀에 대한 이야기를 편하게 들려주었기에 괜찮은 책이었다. 일러스트도 나름 이뻤다. 하지만 이건 프리다 칼로의 책은 아니다. 그녀에 대해 이야기한 마리아 에세라는 신인 일러스트의 책일 뿐이다. 기회가 된다면 그녀의 전시회장이나 혹은 서점에서 진짜 그녀의 그림책을 한권 사고 싶다. 진짜 그녀의 그림이 있고 그녀의 혼과 마음이 나타난 그런 책을 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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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인재를 만드는 4차 산업혁명 멘토링
권순이 외 지음 / 북캠퍼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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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계에서 요즘 핫한 핵심사항 중 하나는 [진로]이다. 초등학교부터 중, 고등학교까지 장래희망을 쓰고 정하는 것이 의무사항이 되었고 부모도, 방송도 미래 직업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성적에 따라 적당한 대학의 적당한 과를 선택하는 우리의 세태를 문제삼기도 한다.
교육에 관심이 많은 나로서도 항상 아이들의 진로는 고민이자 흥미거리이다. 사회는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는데 교육은 따라가기가 늘 버겁다. 보편적인 인간상과 창의적인 인간상의 갭을 메꾸기도 어렵다. 도덕적인 인간성을 강조해야하고 질서를 무시할 수 없지만 시시각각 바뀌는 사회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창의적이고 메타적 인지구조를 가르치는 일도 무시할 수 없다.
나름 방향성을 잡은 것이 기본적인 사회에서 살아가야 할 가치적 덕목을 교육하되 자신의 개성과 특기에 자부심을 가질 수 있게 격려해주고 사회의 변화를 중간중간 계속해서 흥미롭게 알려주는 방법을 택했다. 고로 항상 사회의 변화를 읽고 공부해야 하는 책임감을 느낀다.

4차 산업혁명은 사실 공식적인 단어라고 하기 어렵다. 시기를 정하기도 쉽지 않다. 이 책에서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것을 정의하기 위한 핵심키워드를 정립하고자 노력한다. 그리고 대표적으로 앞으로의 산업을 주도할 만한 9가지의 산업분야를 간단하지만 핵심내용을 잘 담아서 설명하고 있다.

먼저 아쉬운점.
분야의 전문가가 쓴 책이 아니기에 전문적인 부분은 부족하다. 비슷하게 분야를 나누고 처음과 끝에 4차 산업에 대해 설명하고 중간에 각 핵심분야를 설명하여 구성을 맞추고는 있지만 여러명이 쓴 글이다보니 흐름이 아주 자연스럽지는 못하다. 같은 내용이 두서없이 반복되기도 하고 앞뒤 말이 조금 다른 경우도 있다. 개인적으로 드론에 대해 전문적으로 쓰여진 미래산업에 대한 책을 읽었는데 그래서 내용이 너무 아쉬웠다. 대상이 학생들 위주이다보니 어쩔 수 없다고도 생각했지만 어른이 깊이 있게 보기에는 내용이 겉핥기수준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럼에도 읽기를 권유하는 이유.
중학생 혹은 고등학생까지. 그들이 살아가야 할 세상의 흐름을 한 권의 책으로 설명했는데 깔끔한 편이다.
1차부터 3차까지의 산업혁명을 핵심키워드로 설명하고 더 나아가 이러한 흐름으로 4차 산업혁명을 설명하고자 시도하고 있는데 자연스럽게 이해된다. 한번 정리가 되서 정의가 명확해지니 어른이 읽어도 정리가 된다. 여러직업의 사람들이 글을 썼기에 문체가 다양해서 지루하지 않고 접근방법이 조금씩 달라서 매 장마다 흥미를 끌 수 있어보인다. 책을 좋아하는 아이들은 당연하고 글을 읽는데 조금 어려움을 느끼는 학생도 과학을 좋아한다면 사진과 함께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인공지능, 로봇, 자율주행자동차, 드론, 가상현실과 같이 미래지향적인 동시에 학생들이 좋아할 만한 내용을 지나치지 않게, 중요한 핵심내용을 다 포함하며 설명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권해도 미안하지 않고 재미있는 책이야 라고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아 뿌듯하다. 문체 역시 전체적으로 선생님이나 강사가 친절하게 설명하듯 쓰여져 있다. 종결어미를 이렇듯 통일시켜 놓고 보니 지루함이 친절함에 덮여 좀 더 기분좋게 책이 읽혀진다.

총체적으로 이 책은 중 고등학생들이 자신이 앞으로 살아가야 할 사회에서 가질 직업이나 사회의 변화를 맞이하기 전 어떤 직업이 있는지 흥미롭게 알려준다. 어떤 사회가 될지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자신의 미래 직업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기회를 던져주는 책으로 추천한다. 물론 가볍게 어른들이 읽기에도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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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할 땐 뇌 과학 - 최신 뇌과학과 신경생물학은 우울증을 어떻게 해결하는가
앨릭스 코브 지음, 정지인 옮김 / 심심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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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자면 우울증에 대한 일반인 대상의 책 중에서 단연코 베스트에 속하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주관적이다. 나의 신경학적 지식 혹은 뇌과학에 전무한 지적 상태로 보자면 그렇다는 것이다. 우울증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본 적은 없지만 살면서 가끔 우울함에 심각하게 바닥을 쳐보고 나 이러다 우울증이 오면 어떻하나 의문을 가져본 사람으로서 보자면 그렇다는 점이라는 것. ㅎㅎ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와 같지 않을까?

앨릭스 코브라는 세계적 신경학자이자 우울증 전문가인데 우울증을 뇌 괴학으로 연구하여 그 연관 관계를 연구한 사람이다. 개인적으로 문과형 인간이지만 과학을 신봉하기도 한다. 맹목적인 진실은 아니겠지만 많은 현상을 분명한 원인관계를 밝혀 설명해준다는 점이 명쾌해서이다.

책에서도 나오는 바 인간은 그냥 두려움이나 공포 혹은 어떤 감정을 느낄 때 막연한 감정에 시달리는 것보다 [그 원인과 매카니즘을 알고 있을 때] 조금 덜 공포나 두려움을 느낀다. 해결이 되지는 않더라도 그 감정의 원인을 알면 맞설 수 있는 힘이 생길 수 있다는 말이다.

우울증을 [하강나선]이라는 상태로 표현하고 있는 이 책은 우울증은 하강된 상태를 계속 유지하려고 하는 것이며 이 상태는 뇌의 많은 조직들이 서로 상호작용하면서 촉발되는 결과라고 말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 상호작용 방식을 변화시킬 수 있고 어떤 방법으로 [상승나선]을 탈 수 있는지까지 설명함으로서 하나의 완성된 우울증에 대한 고찰을 드러낸다.

1부[하강나선에 갇힌 뇌]에서는 우울증과 관련하여 작용하는 뇌 회로와 화학물질을 자세히 설명한다. 이성적인 전전두엽과 상치되는 여러 호르몬과
뇌조직의 이름이 나온다. 변연계에 속하는 시상하부, 편도체, 해마, 대상피질들이 나오며 감정에 관여하는 신경전달물질, 세로토닌, 도파민, 옥시토신, 노르에피네프린 등 익숙하거나 혹은 낯선 단어들을 이야기하는데 조금 쉽지는 않다. 하지만 전문가가 일반인들을 위해 알기 쉽게 표현했기 때문에 차분하게 읽으면 절대 어렵지 않다. 선조체와 섬엽을 설명하면서 습관과 중독을 해석해줄 때는 너무 재미있어서 좀 더 자세히 알고 싶기도 하고 뭔나 나의 습관적인 증세들이 해석된 것 같아서 행복감을 느끼기도 하였다.
당신이 고치지 못하는 습관이 있는가? 그건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 우리의 뇌가 선조체가 혹은 측좌핵이 그렇게 조절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도 알려준다. (100프로 장담컨데는 아니지만 희망적이다. 과학적으로 접근해서인지 신뢰도 간다.) 불안과 걱정에 대한 명쾌한 해석도 좋았다. 두가지의 신경과학적 차이를 이야기할 수 있다면 건너뛰어도 된다. 

2부[상승나선을 만드는 뇌]에서는 우울증의 뇌 회로를 변화시킬 수 있는 8가지의 실제적인 조언들을 하는데 당장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고 이를 벗어나고 싶다면 (물론 심각하면 당장 병원부터 가야한다.) 2부부터 읽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본다
많이들 알고 있는 방법들인데 운동, 결정, 잠, 습관, 바이오피드백, 감사, 사교관계, 전문가 라는 방법들이 앞에서 나온 신경학적이고 과학적인 근거들이 뒷받침되면서 어떻게 라는 부분을 설명해준다. 궁금하다면 책을 읽어보기를 바라는 마음에 내용은 생략하겠다 ㅎㅎㅎ

최근에 읽은 일반인을 위한 전문서적 중 가장 마음에 들었고 지적호기심을 수준에 맞게 부족함없이 충족시켜주었던 것 같다. 어떤이에게는 쉬울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관심이 없을 수도 있지만, 보통 사람이라고 자부하는 나로서는 주변에 기꺼이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어느 정도의 우울증을 경험하고 살아가며, 기본교육과정을 배웠기에 이정도의 뇌과학적 설명을 이해하면서 지적만족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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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나를 키우는 도덕경 : 노자도덕경하상공장구 옛글의 향기 4
노자 지음, 최상용 옮김 / 일상이상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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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철학이 대세인 때이고 그리스 로마시대의 사상이 현대사를 구성했다고 하지만 나에게는 동양철학이 더 매력적으로 보인다. 오래된 종이 냄새와 한자번역서를 보면 괜히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 같다. 그럼에도 정작 공자의 논어를 제외하고는 한번도 깔끔한 원서와 번역본을 읽지는 못했다. 아니 읽으려고 굳이 노력하지 않았던 것 같다. 매력적이지만 가까이 하기엔 지겨울 듯 했고 내가 포기할 것이 두려웠다. 해설서도 좋은 것들이 많아서 발취되어 있는 좋은 구절 한 몇 개만 읽어도 나의 알량한 지적호기심과 교만을 잠재울 수 있었다. 그러면서도 항상 노자와 장자가 궁금했다. 나름 꽤 예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바르게 살려고 노력하며 인을 이해하고자 노력한다고 생각했다. 공자의 말씀은 생활속에서 받아들이고 사는데 어렵지만 마음으로 받아들이기에 어렵진 않다. 노자와 공자의 사상은 매번 자유롭고 가볍고 유연한데 와닿지가 않았다. 그런데 그들의 사상을 배우고 싶고 체득하고 싶었다. 나의 성향과 다른 부럽고 따라가고 싶은 모습이 그들의 이야기에 담겨있는 것 같았다.

[내 안의 나를 키우는 도덕경]은 원본에 충실하고 담백하게 번역만 하려고 노력한 책이다. 정확하게 자신이 직접 쓴 책이 한권도 없고, 그럴듯한 명맥이 이어지는 제자도 없는 노자는 주나라를 떠나는 도중 만난 관문지기에게 그의 요청에 의해 2권의 짧은 책을 주는데, 속설에 따르면 그것도 그가 직접 쓴 것은 아닐지도 모르고 구전된 것을 누군가 집필했다는 말도 있다. '도'에 대한 '도경'과 '덕'에 대한 '덕경' 총 81편의 짧은 글이 전부이다. 한자어의 글만 모은다면 몇 장 되지 않은 이 짧은 글은 후세까지 이어지고 인류역사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며 정치, 문학, 종교, 경영 등 많은 분야에 흔적을 남긴다. 이 도덕경의 주석서 중 가장 최초이자 온전한 것인 '하상공장구'를 번역하여 옮긴 것이 이 책이다.

제대로 도덕경의 원문을 읽고자 한 나에게는 너무 감사하고 필요한 책이었다. 총 4권으로 나누어져 있고 각 권마다 앞 장에 그 권의 대표적인 이야기가 실려있다. 자연생태적인 그가 남긴 가장 유명한 말이자 나에게 가장 와닿는, 필요한 말은 물에 비유한 우리네의 모습이다.

가장 좋은 것은 물과 같습니다. 
물은 만물을 아주 이롭게 하면서도 다투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싫어하는 곳에 머물기도 하며
그러므로 물은 도에 가깝습니다.
머물면서 땅을 기름지게 하고/마음은 깊은 연못 같으며
줄 때는 매우 어질고/말할 때는 매우 믿음직스러우며
정직하여 다스림을 잘하고/일에 있어서는 모든 것을 잘하며
그 움직임은 때를 잘 맞츱니다./오직 다투지 아니하니
그러므로 허물이 없습니다.

너무 익숙하지만 읽을수록 나의 모습이 투영되어 부끄럽고 반성하게 되는 구절이다. 최근 만난 직장동료 중에 나이는 어린데 심성이 곱고 일할 때 좋은 자료들을 아낌없이 내어주며 본래 자기가 만든 것이 아니니 기꺼이 나눌수 있어 기쁘다고 한 이가 있다. 내가 힘들어서 이제 못하겠다 내팽게친 일을 본인이 하겠다고 하고 다른 사람들이 떼어버린 일들까지도 본인이 떠맡아하면서도 다음 후임자가 힘들어할까 걱정이라고 이야기한다. 그 일을 잘 해내고 곤란할 때는 솔직하게 말할 줄 아는 그이가 볼수록 존경스럽고 본받을 것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위 구절을 읽으며 그녀가 떠올랐다. 그녀는 물의 이치를 실천하고 있었다.

이외에도 부족한 나에게 12장의 욕망을 단속해야 하는 이유나 23장은 텅 비워 무위로 함 34장의 이루어짐에 맡김, 41장의 같음과 다름의 이야기들은 읽고 책에 표시해두고 다시 읽을 만큼 생각하고 반성할 꺼리를 많이 주었다. 물론 24장의 괴롭지만 은혜로운 충고와 같이 잘난척하기 일쑤인 나에게 제대로 된 날카로운 이야기도 있다.

공자의 논어를 읽을 때도 쉽지 않았다. 엄격하고 단정한 느낌이었다. 노자의 도덕경은 쉽게 읽히는데 생각이 많아진다. 자유롭지만 단단해서 뿌리가 잘 받쳐주고 있어 믿음직스럽다. 그의 말처럼 자연이 진리라 흔들리지 않지만 세상 만물 연결시키며 생각하다보니 나의 모습이 자꾸만 비춰지면서 부끄러움도 반발도 간혹 생긴다. 하지만 자꾸 부끄러운 모습을 돌아보는 내 자신이 싫지 않다. 이 또한 자연의 한 모습이니. 더 인위적이지 않고 흐름에 맡길 수 있게 나를 갈고  닦을 수 있길 바라며 매일 조금씩 도덕경을 꾸준히 보고 싶다고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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