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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문제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7년 6월
평점 :
큭큭큭... 하는 실없는 웃음과
찡~ 하고 마음을 울리는 잔잔한 감동까지.
내가 사랑하는 작가 오쿠다 히데오의 유쾌함과 엉뚱함과 따뜻함이 잘 드러나는, 오쿠다 히데오스러운 소설이다.
일본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지만 읽다보면 그 나라 국민성보다 그저 우리네 이웃이야기 같은 그의 소설 속 주인공들은 어쩌면 내 이웃의, 내 친구의 혹은 나의 이야기일법 하다. 냉정하게 보면 분명 문제가 있고, 주인공들은 나름 꽤 심각하지만 독자들은 그 상황을 둥굴게 이해할 수 있다. 작가의 따뜻한 시선덕분에 상황은 심각하지만 마음을 졸이기보다 그저 그들을 응원하거나 격려하게 된다. 혹은 이해되고 공감되어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우리 집 문제는 6개의 가정사가 나오는데 다들 우리가 겪을 법한 소소한, 아니 큰 문제를 가지고 있다. 남들이 보면 뭐, 그럴 수 있지 하는 문제이지만 그들에게는 세상 가장 심각하고 고민스럽고 세상이 무너진 듯 하기도 하다. 한발치 떨어진 상황에서 보기에 그만큼 절박하지 않지만 충분히 그들의 마음이 이해가 되었다. 소설 속 주인공들은 각자 자신의 상황에서 열심히 노력한다. 중년의 여자 그리고 남자도, 막 결혼한 신혼부부도, 부모님의 이혼을 알게된 아이도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자신의 시간을 살아간다. 가정을 지키거나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지탱해주거나 혹은 나 스스로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좋은 결론을 내어놓는다. 오쿠다히데오의 소설이 늘 그러하듯 그들이 내린 답이 정답인지 아닌지 잘 모른다. 결론을 내린 이후의 모습은 상상에 맡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인공의 갈등이 충분히 전해지기에 그들이 내린 결론이 최선이었음을, 그리고 그 결정에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간다. 무엇보다 내 아내, 혹은 남편을 위해, 또는 하나의 가정을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서로를 응원하는 그들의 결말이 너무나 아름답다. 때로는 코끝이 찡해지는 느낌이 들때도 있다. 그의 소설을 다 읽고 나면 이런 소시민이 살고있는 우리네 세상은 아직 아름답고 살만한 곳이라고 느끼게 해준다.
어느가정이나 문제가 없는 집은 없다. 혼자가 아닌 둘 이상이 한 공간에서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산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문제를 가지고 온다. 핏줄이어도, 핏줄이 아닌 남인 경우는 당연히 더욱 그러하다. 우리는 평생을 부대끼며 그 문제를 해결하면서 이 가정을 지키고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수천년간 역사속의 가족들이, 우리 주변의, 그리고 우리 자신의 가족들이 그러하다. 참 대단한것 같다.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이유가 이런 따뜻함과 배려와 이해가 아닐까 생각하면서 기분좋게 책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