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미래 - 2013년 제37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김애란 외 지음 / 문학사상사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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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 어김없이 김애란이 있다. 김애란의 나온 소설을 거의 다 읽고

 실제로 저자와의 대화 자리에서 만나기도 했다. 수줍은 듯 재치있는 듯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그녀를 보며, 나도 함께 사인구절에 적힌 문학 만세,

 를 외치고 싶은 기분이었다지.

 

 침묵의 미래는 차치하고(독특한 화자의 설정이 돋보였...다지..) 누가 함부로 해변에서

 불꽃놀이를 하는가, 라는 자선 대표작을 보면서 문득, 문학적 자서전과 두근두근 내

 인생과 함께 김애란에게 있어 부모님이 아름답게 만나고 사랑하고 빛났던 시절의

 의미는 참 두근두근하고 소중한 것이로구나 싶었다. 부모님의 서먹한 뽕치기에서 그녀의

 뻥치기가 시작되었다는 고백도 찰지고, 다감하게 이어지는 편혜영의 "김애란론" 도

 보기 좋았다.

 

당신이 모르는 이야기, 라는 내가 모르는 작가의 작품은 다소 시니컬하고 섬뜩했다.

죽음 바이러스의 화자의 입장에서 진행하는 소설. 역시 죽음에 관한 소재를 다룬, 엄마도

아시다시피가 다소 그로테스크하게 지나가고 편혜영의 밤의 마침 차례. 성폭행이라고

해야 할까, 세간을 한창 떠들썩하게 했던 유아성폭행이라는 주제를 건조하게 덤덤하게

풀어가는 작품이었다.

 

그 다음에는 두 남성작가의 작품 배우가 된 노인과 절반 이상의 하루오가 이어진다.

두 작품은 남성작가가 썼다는 외에도 노인과 하루오라는 다소 특이한 캐릭터를 관찰하는

시점에서 진행된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밖에도 내가 있고, 여자친구가 있고, 노인과 하루오를

중심으로 진행된다는 것. 손홍규는 가족사를 의미심장하게 다룬 작가로 다가왔고 이장욱은

고백의 제왕이라는 작품집 제목을 기억하고 있었는데 들러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을 장식하는 두 작품 염승숙의 습과 김이설의 흉몽은 조금 착잡한 기분으로 읽었던

작품이다. 질퍽한 삶. 그런 것들을 떠올리게 하는.

 

 

이렇게 읽는다. 문학의 미래를. 두근두근하는 어떤 것들을. 읽고 싶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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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 혜민 스님과 함께하는 내 마음 다시보기
혜민 지음, 이영철 그림 / 쌤앤파커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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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작년에 친구의 감상으로 먼저 접해들었다. 전화 통화를 하는 중이였고, 나는 오후

마실 중이었다. 친구는 먼 대륙으로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친구는 어떤 구절이 인상적

이었다를 이야기했고, 우리는 웃으면서 바야흐로 "스님이 멘토인 시대?"가 오고 있는가,

에 대해서 묻기도 했다. 그러면서 어떤 아이러니를 느끼기도 했을 것이다.

 

시대가 어떻든, 아이러니가 어떻든 뒤늦게 이 책을 접한다. 멈춰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아주 완전히 막 신선하고 놀라운 책은 아니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런 책들을

만났을 때와 못지 않은, 책을 읽어가는 즐거움이 있다. 책을 읽던 1월 초반, 중반 즈음의 나는

좀 지쳐 있었고 약간은 시달리는 듯한 기분이라 새해 벽두부터 이게 뭐지 하고 있었는데,

잠들기 전에 쉬어가듯이 멈춰서서 이 책에 들르곤 했다. 그러면 조금씩 들렸다. 다정하고 따뜻한

기운이 내게 받아들이라고, 살아가라고, 다 잘될 거라고 말해주는 듯했다. 아주 차분하고 편안하고

해서 나는 그러면 이런 저런 시달림들을 내려놓고 마음을 진정시키곤 했다. 그러니까 이 책은

내게 고맙고 좋은 책이다.

 

예를 들자면 이런 구절,

우리 삶은 특별한 시간보다 평범한 시간이 더 많다. 은행에서 순번표를 뽑아 기다리고 식당에서 음식 나오길 기다리고, 지하철에서 시간을 보내고, 친구에게서 연락이 오면 문자를 보내고, 결국 이 평범한 시간들이 행복해야 내가 행복한 것이다.

 

우리가 사소하게 생각하고 무심히 흘러보낼 시간의 층위를 돌아보게 되기도 했고,

 

마음이 울적하면 그 마음 가만히 내버려 두어라. 붙잡지 않고 가만히 내버려 두면 마음은 자기가 알아서 저절로 변한다.

 

이런 문장을 읽으면서는 우울해하지 말아야지, 라는 결심을 의식적으로 갖게 되는 강박에서 자유로워질 수도 있었다.  친구가 이 책이 왜 좋다고 한지를 알 것 같다. 직접 읽기 전에는 함부로 판단할 수 없는 것이다. 잘 들러 잘 쉬다 온 것 같은 기분이다. 이제 스님 인도 없이도 한번씩은 멈춰서는 내가 되어야 할..... 이것도 내가 나한테 어쩌라고 인위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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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앓이 - 나에게로 떠나는 마음여행
크리스토프 포레 지음, 김성희.한상철 옮김 / Mid(엠아이디)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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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내게 새로운 경험을 선물한 책이다. 먼저 마흔을 알고 마흔을 앓게 한 경험?

그 경험도 어찌 보면 새로움에 속한다. 하지만 보다 더 새로운 경험이라면, 프리뷰어 활동이라는

것으로, 그렇다. 나는 작년에 이 책을 먼저 보고, 부족한 생각이나마 보태보고, 함께 책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는 것에 아주 조금은 발을 대보았다. 100명의 독자들의 심지가 함께 보태져서

만들어졌다는 책. 그만큼 더 빛날 것으로 기대되는 "마흔앓이" 는

 

그러니까 마흔, 인생의 중년 즈음에 접어든 정신적 위기, 방황, 여정을 다룬다. 프리뷰어 활동을

신청할 때와 마찬가지로 "마흔앓이" 에서 가장 나의 시선을 끈 것은 융이라는 정신 분석학자의

이론을 접할 수 있다는 점.  우리는 마흔이 되기까지, 그러니까 인생의 이차 성숙기에 접어들기

까지 사회적 페르소나, 가면을 쓰는 방법에 길들어져 진정한 자신을 잃고 살다가 어느 사이엔가부터 마음 깊숙한 곳에 바람이 부는 듯한 공허하고 허무한 감정에 시달리게 되고..

 

바야흐로!! 진정한 자신과 만나게 될 여정의 입구에 도착한다. 이때 우리는 잊고 지낸 자신의

진정한 모습, 잊혀버린 꿈들, 묻어둔 욕망들을 발견하게 되고 차츰차츰 그런 것들을 끄집어내는

기회를 접하는데 안정적으로 살아왔던 데에 익숙해진 사람이라면 내며의 소리가, 더 깊은 곳에서의심원한 바람이 혼란스럽고 뼈아프게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충실히 내면을 따른다면 그 뼈아픔은 흔히 말하듯, 더 발전하기 위한 통과의례, 성장통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 마흔앓이는 우리가 마흔을, 인생의 중년기를 더 깊이 알고 더 가치있게 살고 그리하여 삶이 흘러가는 방향을 더 순조롭고 풍부한 방향으로 이끌어가려는 표지판 역할을 해 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한때 서른에 대한 책이 쏟아져 나온 적이 있다. 나도 몇 권 읽어오기도 했고. 이제 초점은 마흔으로

이동한 것일까? 사실 문제는 사회적 표식으로서의 나이가 아니다. 내 감정적인 나이가, 정신의 나이가, 마음 속의 여정이 가리키는 축이 어디쯤이냐가 더 중요할 것이다. 나는 사회적인 자아를 어떻게 길들여 왔는지, 그속에서 내면의 자기는 어떤 모습을 취하고 있는지, 그리하여 내 영혼의 여행은 어디쯤으로 향해가고 있는지 이런 것들을 돌아보게 만드는 책. 이라면 조금은 일찍, 아니, 다시 한 번, 혹은 뒤늦게라도 앓아보면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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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야 하는 이유 - 불안과 좌절을 넘어서는 생각의 힘
강상중 지음, 송태욱 옮김 / 사계절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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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학자 강상중의 책이 새로 나왔다. 해를 거듭되어도 계속되는 고민. 물론 이 책은 작년에

나왔고 제법 반응을 모았던 책이기도 한 듯. 2012년 화제의 책 중 읽지 않았던 책들 중 두 권을

골라 읽었는데 다른 한 권은 곧 리뷰할 예정이고 한 권이 바로 이 책이다.

 

고민하는 힘. 진중함이 느껴지는 책이었다. 근자에 보기 드문 진중함이 산뜻하게 여겨졌고,

마치 청량제처럼, 그래서 나는 가끔 강상중의 책이라는 청량제를 복용하기로 마음 먹은 듯하다.

지난 책까지 찾아 읽었으니 신간, 그것도 화제의 책을 지나갈리 만무.

 

재일학자이니만큼 우선은 굵직굵직한 일본 고전에 기본 줄기를 대고 있다. 지난 책들에서도

비중있게 회자되었던 나쓰메 소세키도 언급되고, 이밖에 비참한 상황에서 삶을 긍정하려는

시도의 대표주자(?)격인 빅터 프랑클과 프레드릭 제임슨의 영향도 받았다. 저자의 진중함은

무게있는 독서에서 비롯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깊이가 녹록치 않은 책을 더 깊이있게

버텨읽는 시도, 책과 책의 연결과 만남을 즐기는 독자로서는 지적인 유희를 접할 수 있는

책이다.

 

그리고 새로운 개념들도 접할 수 있어서 좋았다. 액체화된, 유동하는, 흔들리는, 불안정한

현대를 살아가고 있다는 개념과 더불어, 병든 인간으로서 살아가다가 다시 거듭나는 자세에

대해서도 배웠다. 거듭나기 위해서는 삶의 근간이 뿌리 채 흔들리는 경험을 해야 한단다.

그 경험을 딛고 일어나 거듭 나야 한다고. 나는 거듭나고 있는가, 적어도 거듭남에 유념하는

인간인가, 하고 돌아본다.

 

 

아들이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비할 데 없는 비극 속에서 저자는 글을 쓰고 자신과 더불어

현대적인 비극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함께 삶을 긍정하자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래, 그럼에도 불구하고다. 삶이란 우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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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펭귄의 북 디자인 이야기
폴 버클리 엮음, 박중서 옮김 / 미메시스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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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디자인 스토리. 이 책은 sns을 통해 추천받았다. 재밌겠다! 하는 기분으로.

우리집에도 펭귄 북이 몇 권 꽂혀 있다. 그런데 이 책의 관점은 북 디자인에 있다.

대학 때 어느 교수님은 표지를 펼쳐보이고 우리들의 의견을 묻곤 하셨다. 인상이 어떻고

이것은 뭘 의미하는 것 같으냐며. 늘 어섬어섬 대답했고 아 그런가 하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딱히 북 디자인에 관심을 갖게 되지는 않았다. 표지를 열심히 보게 되지도 않고. 원래도

이미지나 그림에 별로 영감을 받게 되는 내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이미지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어느 사이엔가 하게 되었으며, 그래서 이 책이 더욱

읽고 싶어졌던 것 같다. 다름아닌 펭귄이라 더 그랬던 것도 같다. 누구의 말이 옳은 것 같은가?

라는 질문과 함께 북 디자인을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들이 소개된다. 일러스트레이터와 아트 디렉터,

저자, 편집자, 번역자 등의 사연과 입장이 이어진다. 왜 이런 시안이 나오게 됐는지, 왜 그 디자이너를 선택했는지, 표지를 본 저자의 반응은 어땠는지. 서로 합이 맞아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경우도 있고,몇 번의 티격태격과 수정과 다시! 가 이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서로의 의견이 추가되고, 때로는 각자의 의견이 대립하기도 하는 그 매커니즘이 더욱 매력적인 펭귄의 제일 앞 자락을 만들어냈으리라.

 

디자이너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크리에이티브다, 아무래도. 좀 더 기발하게, 좀 더 명쾌하게 책의 이미지와 분위기를 전달할 수 있도록 그들은 치열하게 고민할 것이다. 때로는 쉽게 이해하기 힘든 기하학적인 디자인이 최선이기도 하고, 어느 때에는 나라도 할 수 있겠다 싶은 단순한 디자인이 천재성을 드러내기도 한다. 디자이너의 고민, 바뀌는 시안들. 몇 몇 그림은 퍽 눈에 와닿아 찍어두기도 했다.

 

 

어떻게 보면 표지들이, 표지들의 역사를 다룬 이 책이 펭귄의 역사를 반영하는 듯도 하다. 개인적 성과라면 아무래도 이제부터는 한번이라도 책 표지를 더 들여다 보고 북 디자인에 대해 더 생각하게 될 것 같다는 것. 어찌 보면 소박한 성과이지만 때로는 소박한 즐거움과 배움을 위해 책을 읽기도 하고 소박한 것들이 삶을 움직이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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