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것들 - 삶의 한가운데 있는 당신에게 건네는 위로와 격려
앤 라모트 지음, 김승욱 옮김 / 청림출판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원제는 grace, eventually이다.  동화적 감성이 남아있기라도 한 탓인지 이런 결말을 좋아한다.

모든 것은 신이 주신다. 당시에는 고통스럽게 느껴질지라도. 그렇게 생각하면 내게는 원인모를

아픔에도 조금은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지나온 시절을 되돌아 보면 당시에는 힘들었지만 지금에

이르러 은총으로 둔갑한 일들이 많았다. 그러므로 지금의 부족함도, 어려움도 언젠가는 은총의

얼굴로 내게 웃어줄지도 모른다고 살짝 기대해본다. 물론 섣불리 은총이라거나 깨달음이라거나

하고 말할 수 없는 일도 있을 것이다. 그런 일들에 대해서는......  섣불리 말을 보태지 않겠다.

 

 

아무튼 앤 라모트를 좋아한다. 마음 가는 대로 산다는 것, 이라는 책을 읽고나서부터다. 그 책은 집에 잘 모셔두고 있으니까. 언젠가부터 많은 책을 소장한다는 데 큰 의미를 두지 않게 되었다. 바꾸어 말하면 집에 데리고 있는 책들은 그만큼 아끼는 책이라는 의미이다. 앤 라모트가 좋은 이유는 간단하다.

앤 라모트는 현존하는 브리짓 존스와도 같은 사람이다, 라고 나는 느낀다.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수필가에 굵직한 문학상도 받았으니 사실은 어느 정도의 입지를 구축한 사람일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수필에서는 그런 입지적인 면모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그녀는 솔직하고, 당당하고, 때로는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하고, 무모한 일을 꿈꾸고, 사소한 문제에 시달리고, 끊임없이 갈등과 문제 속을 헤메 다닌다. 한마디로 우리 주변에서 얼마든지 볼 수 있는 사람이다. 옆집에 가면 이런 아줌마(죄송합니다) 가 있을 것만 같다. 빨간 머리 앤에 나오는 린다 아주머니 같은 분이라고나 할까. 말이 많고 고집을 피우고, 어딘지 수선스럽기도 하고. 하지만 웃음을 잃지 않는다. 사회와 종교를 위해, 특히 어린 아이들을 위해, 작가의 글쓸 권리와 책을 위해 분연히 투쟁하고 노력한다. 그리고 자신이 춤을 추며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는 사람으로 비춰진다는 데에 기뻐한다.

 

 

어머니가 되고, 주일학교 교사가 된다.  소란과 소동 속에 깃든 은총을 발견한다. 계획했던 일은 수포로 돌아간다. 하지만 물러서지 않는다. 지금 이 자리에서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흔히 생각하는 소설가의 이미지란 조용히 말없이 집에서, 고적한 곳에서 글을 쓰고 산책을 하며 영감을 떠올리고 차를 마시고 혼자만의 생각에 잠겨 있는 모습이라고 오해하기 쉽다. 하지만 그녀는 다르다. 엄연히 멋진 글들을 쓰는 작가이긴 하지만, 사람들 틈에 섞여 우스꽝스런 몸짓과 동작으로 함께 춤을 추고, 자신이 원하는 바를 달성하기 위해 거리를 오가며 시위를 하고, 거침없이 웃고 떠드는 모습이다.  생생하고 강렬한 생명력과 의지로 거리에서, 자연에서, 일상에서 우리들 눈에 쉽사리 들어오지 않는 은총을 한 움큼씩 집어드는 작가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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