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과 연초가 정신없이 몰아치고 있다.  모닝페이지는 커녕, 간단한 다이어리도

남기기 힘든다. 해야 할 일, 만나야 할 사람들, 그 속에 끌려다니는 나.

하지만 마음이 지치면 몸은 두배로 지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주 이틀의 만남은

참 좋았다.

 

 

2일부터 친구에게 직구를 맞았다. 강직구였다. 그 친구는 그런 직구를 던지고

친구 한 명을 잃은 적이 있다. 하지만 나는 다르다. 물론 타격이 있긴 했다. 하지만

나를 생각해서, 내가 좋아서 한 말이라면 그렇다. 예전엔 그걸 몰라서 참 많이 싸웠는데

그러고 보면 사람을 만나는 것도 하나의 연습이란 생각도 들어. 그래서 한달도 채 안 돼

만났는데 즐거웠다. 예전처럼 다시 웃고, 직구를 두고 태연히 농담도 하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많이 좋아졌다는 말을 듣고 격려를 받았다. 나는 성의를 보였고 그 친구는 그 성의를

잘 받아주었다. 아마 우리의 우정은 한 단계 성장한 것 같다. 무언가를 감당하지 않으면

얻을 수 없는 것도 있다. 모든 감당에 얻음이 따르는 것은 아닌가.

 

 

그런가 하면 요즘 같은 시기에 했던 어떤 실수에도 지적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 덕분에

한가지 더 조심하는 점을 배웠다. 다른 이들을 아주  조금은 헤아릴 수 있게 된다. 적어도

지적받은 상황에서는. 도무지 쉽게 배울 수 없는 걸 가르쳐 주는 친구들, 그런 친구들을

만나게 하는 인생. 그래서 우리는 살아갈 힘을 얻는 거겠지. 피곤하지만 고맙다. 불안한

것도 사실이지만 해 낼 수 있다고 믿는다. 우선은 내가 믿는다. 나부터.

 

 

그리고 조금씩 서로에게 익숙해지는 법. 함께 일하고 웃는 법. 서로 맞지 않는 걸

조정하는 법. 서로 다르지만 좋은 점을 발견하고 배우려는 법. 뭐 그런 것들을

연습하고 익혀나가고 있다.10년 전만 해도, 지금이 좋다라는 것이 불안했다.

그런 자격이 없는 것만 같고, 곧 뭐가 잘못될 것 같고 그랬어. 힘든 사람들도 많은데

나만 좋으면 되나 싶기도 했어. 그리고 그게 전부인 줄만도 알고 철없이 굴었던

것도 사실이지. 철은 지금도 없겠고, 지금도 여전히 모르는 게 많겠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걸 하게 되고서부터는, 서툴게 조금씩 익숙해져가고부터는

또 난 달라지고 있다. 내가 행복해질 자격이 인간이라는 걸 받아들이게 되었다.

우선은 인간이기 때문에 그렇고, 또 힘든 시절도 있었지만 어떻게든 헤쳐내 왔고

그리고 노력하고 노력하고 기다리고 기도하지 않았던가. 그리고 지금이 행복하다고,

좋다고 인생은 아름다워~~ 룰루~~ 또 이런 건 아니라는 것도 안다. 분명 또 좌절도

하고 시련도 겪고 실망도 하고 그러겠지. 하지만 말이다. 그렇지만 난 몸으로 알고 있다.

어떻게든 이겨낼 거고, 다시 좋아질 수 있다는 거. 연을 좇는 아이, 라는 책에서도 그랬다.

'다시 좋아질 수 있는 방법이 있단다' 책에서 읽는 것도 좋았지만, 직접 겪고 또 믿는 것도

중요하겠지.

 

 

어떤 전반적인 좋은 기운을 느낀다고 하아~~ 행복해요~~ 이런 건 아니다.

여전히 난 고민하고, 여전히 난 어렵고, 여전히 난 괴로워하고, 어떤 때는 하아

하는 한숨과 고뇌같은 거.. 뭐 난 그런 인간이니까. 하지만 좋은 흐름을 갖고

좋은 방향으로 가려고 노력하는 거니까, 더 중요한 구심점을 바라보는 법을

마음 속에 넣고 있으니까 향해가고 있으니까 그러니까 좋아요. 자, 다시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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