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처럼 소중한 고객님들의 신상이 팔려가나고 난 후에도 다시 아침이 밝았다.

  왠일로 꼬박꼬박 할당량을 지키고 있나 했더니만 그저께부터 스케줄이 꼬이기 시작.

  피곤한 심신을 부여잡고... 미친 수다 판을 벌이는가 하면... 느닷없이 몇 년 전에

  간 콘서트들의 추억을 찾아다니는 가운데, 성큼 밝은 일요일 오전.

 

 

  집에서도 꼭 자외선 차단제를 발라야 한다던 어느 남정네의 말이 실감날 만큼의

  햇살을 맞으며 나는 어제의 대화를 곱씹고 있노라. 몇달 전의 어떤 조각들.

  나는 알고 있지만 상대방은 전혀 모르는 것들. 좀 허무하기도 하고 우습기도

  하고 이런 느낌이다. 원래 타고나기를 오해 대마왕이라 혼자 이런 저런 뚱딴지

  같은 각본을 잘 쓰긴 하지만 그땐 이런 거였어, 라는 류도 아니고 아예 전혀

  몰랐다니 아...네..... . 이렇게까지 제대로 오해였음을 확인당한 건 처음이라...

  아주 좋은 가르침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있다... 그러니까 어느날 새벽엔가

  또 소설 쓰고 있을 때, 그날의 확인사살을 떠올려 봐 라고 내게 일깨워 줄 수 있는 거다.

 

 

  앗. 이런 이야기를 하려던 게 아니었는데. 어제의 우울함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려 했던 거다. 그리고 어떤 변화에 대해서도. 금요일에 무리를 했고,

  어떤 구석들이 날 괴롭혔고, 나는 집에 돌아와서도 또 애를 쓰고,

  모든 무리와 애와 괴롭힘이 침대에서 나를 짓눌렀고

  그래서 토요일 오전 무렵에는 다시 아른아른했고 그런데도 꾸역꾸역

  다시 밖으로 나가 방긋거려야 했고 방긋거림 속에서 나는 참 운 좋은

  사람이구나 하는 걸 문득 느꼈고 그러다가 다시 엄청난 추위를

  여름용일 게 틀림없을 것만 같은 스타킹으로 고스란히 맞아야 했고

  거의 질주하다시피 하는 마을 버스에서 다시 우울함이 고개를 들었고

  푸른 새벽의 보옴이 오면, 을 들으며 나는 왜 이 슬픔을 껴안을 수 없는가를

  생각하고 백미터 달리기에라도 나간 사람처럼 전속력으로 달려 집으로

  돌아왔고 돌아와서는 부모님께 간단한 상황 보고를 드리고

  그리고 방에 갇혀서 부스럭거리며 책인가를 밀린 일감인가를 뒤적거렸고

  그러다가 어떤 대화를 맞았고, 술 몇 잔 들이키며 하듯이 오래

  이야기했고 그러다가 신데렐라 타임이 지나갔고 다행히도 좀 푸욱 잔 것

  같지만 아직도 많은 군데가 욱씬거리고 있고 간신히 커피를 마시고 있고

  심경이 어쩐지 복잡들쑥하여 이런 말들을 끄적대고 있고.

 

 

  그러니까 약간의 꿈틀거림으로 지난 며칠을  다독이려는 참. 

  평소보다는 약간은 더 치달았던 리듬이 가라앉아

  평행선으로 진입하려는 즈음.

  이것이 내게 익숙한 일상이라는 안온한 느낌. 귓전에 명쾌발랄하게

  울리는 음악, 모두 내가 고른 음악들.  

  나를 온통 둘러싸고 있는 책들. 나 아니면 알아볼 수

  없는 글씨들이 적힌 달력이며 노트며 프린트들. 이 철저한 나 같고

  나 다운 것들. 다섯달 차에 접어들어 어느덧 눈에 익은 풍경들,

  아스라한 산의 능선이나 오목조목 다가오는 녹빛 같은 것.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어느 한 순간. 느린 듯 빠른 듯

  찰랑거리며 흘러가는 시간의 흐름. 어느새 감감해져

  단어를 지우고, 한번씩 멈추고 호흡을 가다듬고 있는 시간이랄까.

  그러니까 이제 다시 나, 적인 일상 속으로.  

 

 

  미묘한 듯, 결론은 다시 긍정이다. 위에서 왜 변화라는 단어를 썼지,

  결국은 평소대로 돌아오는 건데 하고 생각해서 주춤거렸는데

  아 우울함에서 평온함으로의 변화로구나.... 라고 거슬러 거슬러 보다 알다.

  참... 언제나 글은 나를 앞질러 가곤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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