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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아이, 지구 입양기
데이비드 제롤드 지음, 정소연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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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지독한 족쇄가 되는 경우가 있다. 우리는 태어나면서 자의든 타의든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가족이라는 관계에 묶고 살아가게 되지만 그 관계를 올바르게 유지시킬 수 있는 사람을 나누는 방법을 알고 태어나지는 못한다. 어두운 밤 스위치를 켜기 위해 더듬어 가는 것 마냥 실수를 통해 우리는 사랑을 나누는 방법을 배워가게 되지만, 때로는 그것이 사랑이라는 이름의 굴레가 되어 서로를 지나치게 속박하게 되거나 반대로 지독한 애증으로 서로를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맞게 되기도 한다. 소소한 다툼과 문제거리들을 제하고 볼 때 이럭저럭 나쁘지 않은 부모나 친지를 만날 수 있다는 것도 어찌 보면 적지 않은 행운이다.

그런 행운을 가지지 못한 아이에게 세상이 자신을 향해 열려 있지 않다고 느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런 세상에 맞닿은 채로 이리저리 휩쓸려 다녀야만 하는 상황이라면, 어느 날 누군가가 사랑을 주고자 다가온다고 하더라도 단번에 그 마음을 올곧게 받아들여주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언젠가는 또 예전처럼 닫히고 홀로 남을 것만 같은 느낌, 남들이 모두 멀쩡하게 살아가는 이 지구 위에 혼자 다른 별에서 떨어진 화성인이 된 것 같은 느낌. [화성 아이, 지구 입양기]는 이런 심정으로 적지 않은 세월을 보내야 했던 한 아이와, 그 아이를 사랑하고 함께 가족이 되길 원한 한 아버지가 서로를 가족으로서 사랑할 수 있게 되기까지를 그린다.

혼자 지내는 밤에 적지 않게 길어질 때면 가끔 그래도 나를 조건 없이 사랑해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확실 때문에 안도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혼자 살아가야 할 날이 많은 것이 인간이라고 이야기하지만, 가끔 세상은 각박하고 거칠어 혼자 지탱하고 서 있기가 힘든 날이 있다. 이 독한 세상에 나 혼자 달랑 버려졌다고 생각하는 것 보다는, 어찌 되어도 내 곁에서 함께 있어 줄 누군가가 있다고 믿는 것이 조금 더 낫지 않을까. 그것 때문에 화성으로 돌아가기를 포기하고 지구인이 되어야 한다고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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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웨어, 누가 이렇게 개떡같이 만든 거야 - 사용성을 제대로 이해하는 유쾌한 통찰
데이비드 플랫 지음, 윤성준 옮김 / 인사이트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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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성]이 대세다. 그걸 UI라고 불러도 좋고, 사용자 접근성이라고 풀어서 말해도 좋다. 오프라인-PC로 이어지는 전통적인 관념의 소프트웨어의 의미가 희석되는 대신 소프트웨어 플랫폼이 웹이나 모바일 기기까지 아우를 정도로 급격하게 넓어지면서 사용자에게 친화적인 소프트웨어 환경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하였기 때문이다. 말이 나와서 말이지, 가끔씩은 이걸 어떻게 쓰라고 만들었는지 궁금할 정도로 꽉 막힌 소프트웨어들을 볼 수 있다. 작자의 말마따나 우리는 비용을 지불하면서 - 그것이 직접적인 금전의 지출이 되었든 다른 방식이 되었든 - 까지 불편함을 감수하고 있는 셈이다.

소프트웨어가 이렇게까지 불친절해지는 원인은 다양하겠지만, 가장 밑바닥에는 [만드는 사람과 사용하는 사람과의 괴리]가 깔려 있다. 이렇게 사용하겠거니 싶어 만들어 놓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절대로 그런 방식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소프트웨어에서 유독 이런 문제가 크게 불거지는 이유는 역시 실물이 손에 잡히지 않고 시간과 돈만 허락한다면 무한히 수정이 가능한 특징 때문일 테고. 거기에 더해 기술적인 난제라든가 만드는 사람들에 대한 특이함과 같은 문제에 대해서도 작자는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시대의 흐름을 타고 있는지 웹 서비스로서의 소프트웨어나 보안과 같은 문제에 대해서는 상세하게 언급하는 반면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소프트웨어에 대한 지적이 다소 부족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게다가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는 부분에서도 낄낄거리며 웃고 즐기기에는 좋은 소위 [까는] 내용들은 많지만 진지하게 고려해서 반영할 만한 부분에 대한 언급은 그리 많지 않은 편이어서, 외려 예전부터 사용자 친화적인 설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본 사람들에게는 그다지 입맛에 맞지 않는 구석이 많다.

바르게 설계되지 못한 소프트웨어들을 씹는 부분 또한 그렇게까지 깊게 분석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른바 [Post Mortem]을 기대했던 본인같은 사람들에게는 실망스러운 부분이 제법 있는 책. 정신 못차리는 사람들을 각성하게 만드는 정도로 딱 좋은 내용과 분량이라서, 평소 그야말로 [개떡같이] 디자인을 하고 있는 프로그래머/디자이너들에게 던져주고 각성을 촉구하기에는 매우 적절한 용도라고 하겠다. 책에서는 대체로 늘어진 티셔츠입고 콜라 쌓아놓고 밤새도록 날코딩하는 전형적인 이미지의 프로그래머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경향이 있지만 UI에 대한 설계나 접근은 실제 코딩을 하는 사람보다는 UI디자인을 하는 사람들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부분이 아닐까 싶다. 물론 프로그래머가 디자인 의사 결정에 어느 정도 영향력을 미치고, 국내처럼 UI디자인에 대한 인력 수요나 공급이 모두 부족한 상황에서는 모두가 함께 짊어가야 할 짐이겠지만.

U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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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벌이의 함정 - 중산층 가정의 위기와 그 대책
엘리자베스 워런, 아멜리아 워런 티아기 지음, 주익종 옮김 / 필맥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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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백한 사실에서부터 시작해 보자. 현 세대의 가계소득의 합계는 한 세대 이전의 그것에 비교할 때 약 170% 정도이다. 소득수준의 증가가 명확하게 보이고, 이유 또한 자명하다. 명징하게 보이는 소득활동에 참여하지 않았던 여성들이 사회활동에 참여함으로서 얻은 소득이 가계소득의 증가로 이어졌다. 일반적인 상식에 비추어 볼 때 소득수준의 증가는 가정의 생활 수준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불의의 사고로부터 가정을 보호하는 안전판 역할을 해 주어야 한다. 그러나 1999년 기준으로 가정파산을 신청한 여성의 숫자는 - 편모가정을 포함하기 때문에 [여성]의 숫자가 된다 - 81년 대비 무려 662%가 증가했다. 숫자가 틀렸든 기존의 관념이 틀렸든 둘 중의 하나는 옳지 않음이 분명해 보인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이러한 파산의 원인을 경제활동을 하는 개인에게로 돌린다. 수입의 증가에 따라 굳이 필요하지 않은 재화에 불필요하게 수입을 낭비함으로써 스스로 위기를 초래했다는 주장이 바로 그것이다. 경제활동의 주체는 결국 개개인이고, 그 개개인의 선택에 따라 소득을 소비한다는 점만 본다면 수긍할 만 하다. 그러나 이렇게 간단하게 정리될 문제라면, 이렇게까지 높은 증가율을 설명할 방법이 없다. 누군가는 소득 수준에 맞지 않는 귀금속 따위를 구입하느라 한 달치 월급을 다 써버릴 지도 모른다. 그러나 증가율의 모든 원인이 그것 하나 밖에 없는 것일까?

[비용의 증가]로 상황을 설명해 보자. 주택비용의 상승이 대부분 가정에게로 돌려졌다. 주로 파산 신청을 하는 가정 구성 - 유자녀 부부 - 의 주택 구입비는 15년 사이 약 100% 상승했다. 이러한 구입 비용을 감수하고 구입한 집이 이전 세대에 비해 넓어지고 호화로워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중요하다. 소위 교육 환경이 좋은 - 좋은 공립 학교에 배정받을 수 있는 - 곳에 위치하고 비교적 안전한 장소를 구하는 댓가가 그 비용이다. 그리고 이 비용의 급격한 증가는, 모순같지만 수입의 증가에 의존한다. 맞벌이의 증가로 가계의 소득이 증가하면서, 증가분의 소득이 주택 구입비를 상승시키는 입찰 경쟁을 불러오게 된 것이다. 이미 한 세대가 지나는 동안 이러한 현상은 고착되었고, 개별 가정이 이러한 경쟁을 중단하려고 마음먹는 순간 그 가정만 탈락해 떨어져 나가게 된다. 이와 더불어 비용의 증가는 다른 곳에서도 나타난다. 전업주부가 가정에서 이탈함으로써 가정내 비용이 증가하게 된 것이다. 아이를 키우고, 아픈 누군가를 간호하고, 집을 돌보는 모든 것이 전업주부가 직업전선에 뛰어드는 순간 가계 내의 비용으로 고정된다. 게다가 자녀의 교육비 또한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학교에 입학하기 전 프리스쿨에 들어가는 비용, 한해한해 올라가는 대학 등록금은 온전히 사회가 아니라 개별 가정의 몫이 되기 때문이다. 결국, 예전 세대와 같은 수준을 영위하기 위해 예전보다 더 소득을 올려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러한 비용의 증가는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는 점이 더 큰 문제가 된다. 전체 소득 대비 고정비용의 비율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에, 구성원의 일시적인 휴직/해고나 병환과 같은 재난이 닥치게 되면 아무런 안전판 없이 그대로 파산이라는 파멸로 이르게 된다. Downshifting의 허상은 여기에서 드러난다. 많은 사람들이 문제가 생겼을때 외식을 줄이고, 통화비용을 줄이고 살면 해결될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매달 고정적으로 납부해야 하는 주택비용, 자녀의 교육비, 병원비의 비중이 일반적인 소비보다 훨씬 크고 무거우며, 쉽게 포기할 수도 없다. Downshifting을 쉽게 이야기하는 사람들에게 당장 가족의 병원비를 줄이라고, 십수년에 걸쳐 구입한 집을 팔아 전세로 옮기라고 이야기하면 쉽게 수긍할 수 있을까.

사회적인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기능하지 않을때, 개별 구성원의 합리적인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명확하고 깔끔하게 정리하고 있다. 미국의 경제상황을 기준으로 쓰여진 책이지만 현재 한국의 사정에 비추어보면 놀라울 정도로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많다. 경제활동을 시작한 사람라면 맞벌이를 하고 있지 않더라도 한 번쯤 읽어보아야 할 듯. 해결책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들이 대부분 사회적인 방법이기 때문에 답을 얻을 수는 없지만, 경제학자들이 이야기하고 있는 편견에 가까운 주장을 올바로 바라보는데에는 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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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구조 - 시간과 공간, 그 근원을 찾아서
브라이언 그린 지음, 박병철 옮김 / 승산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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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egant universe]의 뒤를 잇는다고 해도 무방한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난해하기 짝이 없는 현대 물리학을 비교적 이해하기 쉽게 풀어내면서도 빠뜨리거나 가볍게 넘겨 버리는 부분이 없다는 점이 될 것입니다. 차이가 있다면, 현재로서는 관찰조차 불가능한 미시의 영역을 바라보던 눈을 시간과 공간, 그리고 우주라는 거대한 영역으로 옮긴 정도라고 할까요.

이전에도 잠깐 이야기했던 부분이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당황스럽고 이해하기 힘든 점은 고난도의 학술적인 어떤 내용이 아니라 [직관을 배반하는 현실]을 인정하고 이해하는 것이 될 것입니다. 태어나면서 수십년을 살아가며 몸에 익어버린 절대에 가까운 직관들이 사실을 틀린 것이며 세상을 지배하는 법칙은 그러한 직관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습니다. 어느 누가 몸으로 3차원 이상의 공간을 느껴 보았겠습니까? 어느 누가 흐르지 않고 고정되어 있는 시간을 본 적이 있을까요?

[Fabric of the Cosmos]는 태초 이래로 인간이 한 번도 벗어날 수 없었던 두 영역인 시간과 공간에 대한 가장 최근의 학설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고전 역학 이전부터 완전하고 절대적인 것으로 여겨졌던 시간과 공간의 개념이 상대성 이론 이후부터 뒤틀리고 변화하는 역동적인 것으로, 그리고 지금에 이르러 [빈 공간]에 대한 재정의에 이르기까지 시공간의 개념은 무수한 변화를 거듭해 왔습니다. 우주에 대한 개념도 다를 바 없어서, 고등학교 시절 간단히 배운 Big Bang이론 이후 무수한 변화를 거쳐온 것이 사실입니다. 책은 이러한 변화를 차근차근 밟아가며 최대한 많은 것들을 설명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근래의 우주론이 Supersting theory에 의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책 후반부에 이에 대한 설명이 등장하는 등 [Elegant universe]를 읽었던 사람이라면 낯익은 부분이 꽤 있습니다. 혹자는 이를 들어 우려먹기식이라고 비판하고 있지만 두 책을 모두 읽어본다면 그런 말을 꺼내기는 쉽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Elegant universe]보다 훨씬 폭넓은 내용을 다루고 있어서 양이 늘어난 편이지만 전작을 즐겁게 읽은 사람이라면 절대 후회하지 않을 만큼 훌륭한 책입니다.

아무리 시간과 공간, 우주에 관한 진실을 파헤친다 하더라도 우리는 결국 평생을 살아가면서 그것을 몸으로 느낄 수는 없을 것입니다. 현실이 아무리 직관을 배반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하더라도 우리는 우리의 직관에 기대어 살아갈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자연과 인간의 상관관계를 더욱 깊이 이해하고 이를 통해 인간의 본분을 확립한다는 점에서 본다면 자연스럽지 않은 자연의 이해 또한 충분히 시도해 볼 만한 일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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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시즘 - 열정과 광기의 정치 혁명
로버트 O. 팩스턴 지음, 손명희 옮김 / 교양인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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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시즘이 만들어낸 광기어린 열풍에 유럽 제국이 휩쓸린 지도 반 세기에 가까운 세월이 지났습니다. 혹자는 히틀러 한 사람에게만 [유럽 제국을 끌어안고 자폭했다]는 평을 내리기도 하지만, 비중의 정도를 차치하더라도 한 사람에게만 그러한 혐의를 씌우는 것은 옳지도 않을 뿐더러 상황을 바라보는 데에도 그리 바람직하지 못한 방법이라 하겠습니다.

비록 파시즘의 끄트머리에 -ism이 당당히 붙어 있다 하더라도 여타의 그것들과 파시즘은 확실히 궤를 달리하는 면이 있습니다. 이론적인 배경이 굉장히 취약하다는 점, 각각의 국가마다 발현 양상이 매우 상이하다는 점, 매우 다양한 변화를 겪었다는 점 등이 그 대표적인 예가 될 것입니다. 이러한 특징은 파시즘을 명확하게 정의내리기 어렵게 합니다.

Robert O. Paxton의 [The Anatomy of Fascism]은 이러한 측면에 주목하여, 성공하였거나 실패한 파시즘 정권들의 행동양태를 역사적인 순서에 따라 나열하여 파시즘을 정의하고자 합니다. 대표적인 파시즘 정권인 독일과 이탈리아에서부터 시작하여 순수 파시즘 운동으로 시작하였으나 독일과 이탈리아처럼 정권 탈취에 성공하지 못한 주변 국가들, 그리고 그 대척점에 서 있던 사회주의 정권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범위를 담고 있습니다.

파시즘은 이른바 [이론은 있으나 실체가 없는] 경우의 반대에 가까워서, 각 국가마다의 실체는 있으나 그것을 관통하는 이론적 배경은 없는 경우에 속합니다. 순수 파시스트들이 저마다의 이론을 가지고 있지 않았던 것은 아니나, 그 이론이 실제 파시즘 운동에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적어서 있어도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했고, 후일 정권을 잡은 후에는 대중 선동을 위해 시시때때로 변하였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살아 움직이는 괴물마냥 모양을 바꿔온 파시즘을 바라보는 시각도 다양해서, 당시 시대 환경이 필연적으로 낳은 결과라는 시각에서부터 히틀러와 무솔리니같은 카리스마적인 지도자에 전적으로 의존했다는 견해까지 손으로 꼽기도 어려울 정도입니다.

그러나 Paxton은 이 저서에서 파시즘을 관통하는 핵심을 정의하기는 어려움을 밝히며, 당시의 시대적 상황이 어떻게 파시즘을 용인하였는지, 흔히들 일인 독재 체재로 여겨져 왔던 파시즘 정권 내에서의 권력 투쟁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피해자로만 여겨졌던 일반 대중과 정권 내 각 부처들이 실제로는 어떤 식으로 파시즘 정권에 가담하였는지 등을 상세하게 아우르며 파시즘 정권에 대한 특성들을 찾아내고 있습니다.

기존의 파시즘 정권에 대한 선입견을 버릴 수 있는 역사적 사실에서부터 현 민주주의 체제 내에서의 파시즘 정권의 가능성까지 담고 있고 보면, 원제인 [The anatomy of Fascism]이 충분히 어울릴 만 합니다. 양이 그리 적은 편은 아니지만 문체가 어렵지 않고 역사적 사실들이 많은 편이라 읽기에 어려울 정도는 아닙니다. 당시의 역사정 상황에 대한 이해가 있으면 더 수월하게 읽을 수 있으나 그렇지 않더라도 습관적으로 명확한 정의 없이 사용되는 [파시즘]이라는 단어에 대해 생각해 보고 싶다면 한 번쯤 읽어 볼 만한 책입니다.

다만 내용과는 달리 책 자체는 그리 고급스럽지 못해서, 페이지 제본이 균일하지 못해서 갈라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지질 또한 고급스럽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편이지만, 덕분에 책의 무게가 상당히 가벼워진 감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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