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별 - Star Garden
꽃별 연주 / 포니캐년(Pony Canyon) / 2004년 7월
평점 :
절판


한국 사람이 다른 나라의 악기를 들고 다른 나라의 음악을 연주하는 경우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었습니다. 본인으로서는 꽤 만족스러웠지요. 이번에는 한국 사람이 한국 악기를 들었습니다. 문제는, 어떤 음악을 연주하는가, 하는 것이겠군요. 꽃별은, 자신이야 어떻게 생각할 지는 모르겠지만 여러 모로 주목받을 수 밖에 없는 위치에 있는 연주자입니다. 한국 사람으로서 일본 제작자에게 처음 스카우트되어 음반이 발매되었을 뿐 아니라 - 꽃별의 음반은 두 장 모두 일본 제작입니다 - 꽤나 낯설기 짝이 없는 해금을 자신의 악기로 삼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쯤 되면 광고 문구가 대충 그려지지요. 일본의 주목을 받은, 동서양의 감성을 함께 노래하는 국악(왜?) 연주자- 네, 뭐 광고 문구로 손색이 없는 말입니다. 실지로 요즘 꽃별의 홍보 문구는 얼추 비슷하더군요. 정말로 그녀가 동서양을 함께 아우르는 감성을 가지고 연주하고 있는지, 확인해보는 것만 남은 듯 싶습니다.

꽃별의 첫번째 음반을 언급하면서 한국의 악기를 들고 서양의 감성을 노래하는 연주자, 라는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곡의 선택에는 분명 민요같은 익숙한 한국곡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만 그렇다고 음반 전체의 느낌이 변하는 것은 아니었지요. 그런 사정을 이해하지 않을 수도 없는 것이, 해금이라는 낯설고 특이한 악기를 지닌 연주자로서는 전통 국악이 아니라 가요를 연주했어도 그저 그런 국악 음반 - 아마 크로스오버 국악, 이런 이야기를 들었겠지만 - 취급을 받고 말았을 겁니다. 지금도 꽃별의 음반이 국악 분류에 꽂혀 있다는 사실만 보아도 어느 정도는 짐작이 가지요. 말하자면, 해금이란 악기는 꽃별을 특별하게 돋보이게 하는 장치로서 기능했지만 반대로 그녀를 국악 연주자로 묶어버리는 - 최소한 국내에서는 - 약점으로도 작용한다는 겁니다. 그녀가 해금을 들고 도대체 무얼 연주해야 할까, 이런 고민을 했었을 거란 생각이 자주 들었어요. 물론, 음반의 곡들은 대부분 일본의 제작자가 골라준 것들이었습니다만.

슬프게도 이번 두 번째 앨범에서도 그런 분위기는 쉽게 가시지 않았습니다. 언제나처럼 양념삼아 도라지 같은 한국 곡도 끼어 있고, 꽃별 가운데 지난 앨범은 꽃이 테마였고 이번은 별이 테마라며(3집 테마가 뭘지 벌써 궁금하군요) Moon이니 성운이니 하는 제목은 가져다 썼습니다만, '바이올린으로 연주해도 무리없고 그 순간 평범해질 것 같은' 기분이 앨범 전체에 떠돌고 있어요. 동서양을 아우르는 감성, 이란 말은 악기는 동양이고 곡은 서양이란 뜻이었을까요. 본인은 이 아가씨를 다른 사람에게 소개할 때 해금이 어두에 항상 나와야 한다는 사실이 안타깝습니다. 그녀 스스로는 그 악기가 옭아매는 자신을 벗어낫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습니다만, 본인은 아직은 아니라고 봅니다. 자신이 연주하고픈 것이 탱고여서 그것이 한국 사람으로서의 감성으로 어떻게 표현되는지만 고민하면 되었던, 자신이 어떤 장르의 음악을 해야 할 지는 고민할 필요가 별로 없었던 Orientango에 비해 꽃별은 자신이 들고 있는 악기로 어떤 음악을 연주해야 할 지 분명하게 감을 잡은 것 같지는 않아요. 오히려, 1집도 그렇고 이번 2집도 그렇고 일본인 제작자가 이런이런 음악을 연주하면 좋지 않을까, 하고 대신 고민해 준 것 같은 인상마저 드니까요.

그러나 완전히 실망한 것만은 아닌 것이, 그래도 지난 앨범보다는 꽃별만의 색깔이 더 강하게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8번 트랙인 '오르트의 성운으로부터'와 같은 곡들을 저는 이전처럼 누군가 아무나 바이올린으로 연주했어도 마찬가지였을 뉴에이지,라고는 도저히 이야기할 수가 없거든요. 이 곡만은, 그녀의 악기가 그녀를 옭아매지 않는, 꽃별의 음악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다른 곡들에서도, 이 곡만큼 강하지는 않지만 조금씩 향기가 드러나고는 해요. 이렇게 드문드문 보이는 나아짐이, 이번 앨범의 성과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이 아가씨에게 주고 있던 관심을 버리기에는 이르다고 생각합니다. 실망스럽다고 표현했지만, 그녀의 음반 두 장은 어쨌든 의미있고 가치있는 음반이고, 앞으로 더 멋진 무언가가 나타날 것이라는 기대도 들거든요. 꽃별은 이번 앨범 발매 후 인터뷰에서 작곡은 마음의 소리를 따라 그리면 되는 것 같아 쉬운 것 같다는 요지의 말을 했었는데, 본인은 그래도 좀 더 치열하게 고민하고 고민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거진 7여년 전에 반했던 꺽꺽대는 해금 소리를, 한걸음 더 나아진 음악과 함께 들을 수 있기를 기대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연주자니까요. 시작은 조금 불만족스럽습니다만 꽃별이 내딛어 밟아가는 곳이 어디인지 지켜보려 합니다. 살짝 떨리는 기대감은 감추지 않으면서요.

 

더불어 여담 한 마디. 도대체 이 음반이 왜 국악 장르로 분류되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어요. New Age, 차라리 World Music 분류에 가져다 놓는게 덜 어색할 겁니다.(실제로 CDDB에는 World 장르로 분류되는군요) 국악기를 들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어떤 음악을 하든 국악 장르로 분류해버리는 이해할 수 없는 분류법을 보고 있으면 왜 이런 연주자가 일본에서 먼저 눈에 띄는 것인지, 기를 쓰고 해금이 잡고 있는 발목을 떨쳐내려 하는지 이해가 갈 것도 같아요. 뭐 이 아가씨가 국악계의 나름대로 스타가 되어 국악이 주목받는 상황이 (거의 불가능하겠지만) 있을 수도 있겠지만, 어째 좀 너무하달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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