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의 함정 - 중산층 가정의 위기와 그 대책
엘리자베스 워런, 아멜리아 워런 티아기 지음, 주익종 옮김 / 필맥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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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명백한 사실에서부터 시작해 보자. 현 세대의 가계소득의 합계는 한 세대 이전의 그것에 비교할 때 약 170% 정도이다. 소득수준의 증가가 명확하게 보이고, 이유 또한 자명하다. 명징하게 보이는 소득활동에 참여하지 않았던 여성들이 사회활동에 참여함으로서 얻은 소득이 가계소득의 증가로 이어졌다. 일반적인 상식에 비추어 볼 때 소득수준의 증가는 가정의 생활 수준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불의의 사고로부터 가정을 보호하는 안전판 역할을 해 주어야 한다. 그러나 1999년 기준으로 가정파산을 신청한 여성의 숫자는 - 편모가정을 포함하기 때문에 [여성]의 숫자가 된다 - 81년 대비 무려 662%가 증가했다. 숫자가 틀렸든 기존의 관념이 틀렸든 둘 중의 하나는 옳지 않음이 분명해 보인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이러한 파산의 원인을 경제활동을 하는 개인에게로 돌린다. 수입의 증가에 따라 굳이 필요하지 않은 재화에 불필요하게 수입을 낭비함으로써 스스로 위기를 초래했다는 주장이 바로 그것이다. 경제활동의 주체는 결국 개개인이고, 그 개개인의 선택에 따라 소득을 소비한다는 점만 본다면 수긍할 만 하다. 그러나 이렇게 간단하게 정리될 문제라면, 이렇게까지 높은 증가율을 설명할 방법이 없다. 누군가는 소득 수준에 맞지 않는 귀금속 따위를 구입하느라 한 달치 월급을 다 써버릴 지도 모른다. 그러나 증가율의 모든 원인이 그것 하나 밖에 없는 것일까?

[비용의 증가]로 상황을 설명해 보자. 주택비용의 상승이 대부분 가정에게로 돌려졌다. 주로 파산 신청을 하는 가정 구성 - 유자녀 부부 - 의 주택 구입비는 15년 사이 약 100% 상승했다. 이러한 구입 비용을 감수하고 구입한 집이 이전 세대에 비해 넓어지고 호화로워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중요하다. 소위 교육 환경이 좋은 - 좋은 공립 학교에 배정받을 수 있는 - 곳에 위치하고 비교적 안전한 장소를 구하는 댓가가 그 비용이다. 그리고 이 비용의 급격한 증가는, 모순같지만 수입의 증가에 의존한다. 맞벌이의 증가로 가계의 소득이 증가하면서, 증가분의 소득이 주택 구입비를 상승시키는 입찰 경쟁을 불러오게 된 것이다. 이미 한 세대가 지나는 동안 이러한 현상은 고착되었고, 개별 가정이 이러한 경쟁을 중단하려고 마음먹는 순간 그 가정만 탈락해 떨어져 나가게 된다. 이와 더불어 비용의 증가는 다른 곳에서도 나타난다. 전업주부가 가정에서 이탈함으로써 가정내 비용이 증가하게 된 것이다. 아이를 키우고, 아픈 누군가를 간호하고, 집을 돌보는 모든 것이 전업주부가 직업전선에 뛰어드는 순간 가계 내의 비용으로 고정된다. 게다가 자녀의 교육비 또한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학교에 입학하기 전 프리스쿨에 들어가는 비용, 한해한해 올라가는 대학 등록금은 온전히 사회가 아니라 개별 가정의 몫이 되기 때문이다. 결국, 예전 세대와 같은 수준을 영위하기 위해 예전보다 더 소득을 올려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러한 비용의 증가는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는 점이 더 큰 문제가 된다. 전체 소득 대비 고정비용의 비율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에, 구성원의 일시적인 휴직/해고나 병환과 같은 재난이 닥치게 되면 아무런 안전판 없이 그대로 파산이라는 파멸로 이르게 된다. Downshifting의 허상은 여기에서 드러난다. 많은 사람들이 문제가 생겼을때 외식을 줄이고, 통화비용을 줄이고 살면 해결될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매달 고정적으로 납부해야 하는 주택비용, 자녀의 교육비, 병원비의 비중이 일반적인 소비보다 훨씬 크고 무거우며, 쉽게 포기할 수도 없다. Downshifting을 쉽게 이야기하는 사람들에게 당장 가족의 병원비를 줄이라고, 십수년에 걸쳐 구입한 집을 팔아 전세로 옮기라고 이야기하면 쉽게 수긍할 수 있을까.

사회적인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기능하지 않을때, 개별 구성원의 합리적인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명확하고 깔끔하게 정리하고 있다. 미국의 경제상황을 기준으로 쓰여진 책이지만 현재 한국의 사정에 비추어보면 놀라울 정도로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많다. 경제활동을 시작한 사람라면 맞벌이를 하고 있지 않더라도 한 번쯤 읽어보아야 할 듯. 해결책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들이 대부분 사회적인 방법이기 때문에 답을 얻을 수는 없지만, 경제학자들이 이야기하고 있는 편견에 가까운 주장을 올바로 바라보는데에는 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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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시즘 - 열정과 광기의 정치 혁명
로버트 O. 팩스턴 지음, 손명희 옮김 / 교양인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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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파시즘이 만들어낸 광기어린 열풍에 유럽 제국이 휩쓸린 지도 반 세기에 가까운 세월이 지났습니다. 혹자는 히틀러 한 사람에게만 [유럽 제국을 끌어안고 자폭했다]는 평을 내리기도 하지만, 비중의 정도를 차치하더라도 한 사람에게만 그러한 혐의를 씌우는 것은 옳지도 않을 뿐더러 상황을 바라보는 데에도 그리 바람직하지 못한 방법이라 하겠습니다.

비록 파시즘의 끄트머리에 -ism이 당당히 붙어 있다 하더라도 여타의 그것들과 파시즘은 확실히 궤를 달리하는 면이 있습니다. 이론적인 배경이 굉장히 취약하다는 점, 각각의 국가마다 발현 양상이 매우 상이하다는 점, 매우 다양한 변화를 겪었다는 점 등이 그 대표적인 예가 될 것입니다. 이러한 특징은 파시즘을 명확하게 정의내리기 어렵게 합니다.

Robert O. Paxton의 [The Anatomy of Fascism]은 이러한 측면에 주목하여, 성공하였거나 실패한 파시즘 정권들의 행동양태를 역사적인 순서에 따라 나열하여 파시즘을 정의하고자 합니다. 대표적인 파시즘 정권인 독일과 이탈리아에서부터 시작하여 순수 파시즘 운동으로 시작하였으나 독일과 이탈리아처럼 정권 탈취에 성공하지 못한 주변 국가들, 그리고 그 대척점에 서 있던 사회주의 정권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범위를 담고 있습니다.

파시즘은 이른바 [이론은 있으나 실체가 없는] 경우의 반대에 가까워서, 각 국가마다의 실체는 있으나 그것을 관통하는 이론적 배경은 없는 경우에 속합니다. 순수 파시스트들이 저마다의 이론을 가지고 있지 않았던 것은 아니나, 그 이론이 실제 파시즘 운동에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적어서 있어도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했고, 후일 정권을 잡은 후에는 대중 선동을 위해 시시때때로 변하였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살아 움직이는 괴물마냥 모양을 바꿔온 파시즘을 바라보는 시각도 다양해서, 당시 시대 환경이 필연적으로 낳은 결과라는 시각에서부터 히틀러와 무솔리니같은 카리스마적인 지도자에 전적으로 의존했다는 견해까지 손으로 꼽기도 어려울 정도입니다.

그러나 Paxton은 이 저서에서 파시즘을 관통하는 핵심을 정의하기는 어려움을 밝히며, 당시의 시대적 상황이 어떻게 파시즘을 용인하였는지, 흔히들 일인 독재 체재로 여겨져 왔던 파시즘 정권 내에서의 권력 투쟁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피해자로만 여겨졌던 일반 대중과 정권 내 각 부처들이 실제로는 어떤 식으로 파시즘 정권에 가담하였는지 등을 상세하게 아우르며 파시즘 정권에 대한 특성들을 찾아내고 있습니다.

기존의 파시즘 정권에 대한 선입견을 버릴 수 있는 역사적 사실에서부터 현 민주주의 체제 내에서의 파시즘 정권의 가능성까지 담고 있고 보면, 원제인 [The anatomy of Fascism]이 충분히 어울릴 만 합니다. 양이 그리 적은 편은 아니지만 문체가 어렵지 않고 역사적 사실들이 많은 편이라 읽기에 어려울 정도는 아닙니다. 당시의 역사정 상황에 대한 이해가 있으면 더 수월하게 읽을 수 있으나 그렇지 않더라도 습관적으로 명확한 정의 없이 사용되는 [파시즘]이라는 단어에 대해 생각해 보고 싶다면 한 번쯤 읽어 볼 만한 책입니다.

다만 내용과는 달리 책 자체는 그리 고급스럽지 못해서, 페이지 제본이 균일하지 못해서 갈라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지질 또한 고급스럽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편이지만, 덕분에 책의 무게가 상당히 가벼워진 감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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