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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발을 담근 채 ㅣ 독고독락
이새벽 지음, 김승아 그림 / 사계절 / 2026년 6월
평점 :
#물에발을담근채 #이새벽 #사계절
→⟪물에 발을 담근 채⟫는 새로운 감정을 학습하며 자신을 업데이트해 나가는 안드로이드의 미래형 성장담이다.
안드로이드와 사람의 연애담은 이미 영화 ⟪her⟫가 유명하지만, ⟪물에 발을 담근 채⟫는 실제 사람의 외모를 가진 안드로이드와 청소년의 서정적인 연애물이라는 점에서 그 차이점이 있다.
작가의 말에서 성빈이 말한 ‘복수’를 두고 누군가는 섬뜩한 결말이라 했지만 나에게는 그보다는 깊은 여운이 남았다.
감정을 학습하고 그에 따른 신호를 보내는 안드로이드.
감정을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친, 어쩌면 놓친 인연에 대한 아쉬움을 안드로이드 나름의 출력값으로 도출해 낸 게 복수라는 단어라 생각한다.
📖36쪽-37쪽
두 해 전이었나, 당시 가장 인기 있었던 배우 A가 연예계에서 퇴출당한 사건이 있었다. 누군가와 애정 행각을 벌이는 모습이 찍힌 파파라치 사진이 공개된 게 발단이었는데, 그 자체로는 큰 문제가 아니었다. 하지만 해상도 낮은 사진 속 A의 애정 행각 상대가 그의 매니저라는 사실이 밝혀진 이후로는 분위기가 급변했다. 그야 A의 매니저는 사람이 아니라 안드로이드였으니까. 심지어 온갖 비공식 부품으로 몸체가 개조되어 있었다. 교체된 부품들을 근거로 하는 추측을 통해 A의 내밀한 취향이 낱 낱이 까발려지는 지경에 이르렀다. 아역 시절 〈오즈의 마법사>에 출연했던 그의 필모그래피까지 거론되며 유구한 '깡통 애호가'라는 식의 조롱이 이어졌다.
→머지않은 미래, 사람의 외형과 구별할 수 없는 안드로이드가 생긴다면, 사람에게 받지 못한 마음의 울림을 AI를 통해 충족할 수도 있고, 연애나 결혼까지도 가능할 거라 생각한다. 물론 이미 컴퓨터와 핸드폰으로 생성형 AI와 연애 중인 사람들도 있지만 남들 모르게 하는 것과 그것을 드러내놓고 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을 거고, 그에 따른 혐오 섞인 시선이나 비난을 마주하게 될 수도 있다.
📖23쪽
"물에 손을 담가 봐.
"이게 뭔데?”
"네가 알아야 할 게 있어. 말로 설명하는 것 보다 직접 보는 편이 믿기 쉬울 거야."
나는 망설이다가 물그릇에 손을 넣었다. 물은 따뜻했다. 성빈도 손을 담갔다. 수면이 오르고 물이 넘칠 듯 출렁거렸다. 넓적한 그릇 속에서 우리 둘의 손이 닿을 듯 말 듯한 거리를 유지했다. 문득 성빈과 너무 가까이 붙어있다고 느꼈다. 나는 숨 쉬는 일마저 조심하면서 성빈이 하는 말을 들었다.
"지금도 고민하고 있어. 말하는 게 맞을까? 말하고 나면 너와 내가 전과 같을 수 있을까? 너도 같은 마음이었겠지?”
→ 책을 다 읽고 난 뒤에 한 가지 질문이 떠올랐다.
주인공 이연과 성빈이 서로의 속마음을 고백하는 그 상징적인 순간 둘은 물에 손을 담그고 있었는데 왜 제목은 ⟪물에 발을 담근 채⟫일까, 내가 놓친 장면이 있는 걸까.
아니면 성빈의 정체를 알고 난 뒤, 처음에 이연은 성빈의 본질을 외면했지만 두 번째 기회가 주어졌을 땐 외면하지 않고 받아들인다는 의미에서 이와 같은 제목이 지어진 걸까. 작가님과 다른 독자의 의견이 궁금하다.
*서평 작성을 위해 사계절에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독고독락 #가제본교사서평단
@sakyej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