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이, 화이 오늘의 젊은 작가 47
배지영 지음 / 민음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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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 같아서는 3.7점을 주고 싶었다. 반올림 해서 4점이다. 일단 좀비 아포칼립스 세계관이다. 남자 담이와 여자 화이만 살아남았다. 살아있는 세상에서 소위 찌질이였던 둘은 죽어가는 세계에서도 좀 그런 삶을 살아간다. 둘이 구원 받은 것 같지는 않았다는 얘기다.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둘은 응원하기엔 뭔가 찜찜한 주인공들이다. 작가의 말에 작가님이 버텨내서, 견뎌내서 고맙다, 라는 말을 주인공들에게 하고 싶었다고 하셨는데. 사실 그런 말을 들을 자격이 있는가 ? 라는 생각을 했다.


남자 하나 여자 하나가 살아남았다는 점에서 아담과 하와가 생각 나기도 했다. 구한 숙소가 꼭 노아의 방주 같기도 했고.. 추천의 말처럼 7장의 소설은 하나님이 세상을 만든 7일 같기도 했다. 결국 이 모든 게 합쳐져 찜찜함을 이끌어 냈다는 게 이 소설의 재주다.


책을 읽는 내내 여러분들은 찜찜할 것 이다. 도대체 왜 담이와 화이가 살아남았는지 찜찜할 거고, 결말을 향해 갈수록 찜찜함은 배가 될 것이다. 찜찜하다, 라는 말도 너무 찜찜하다. 찜찜.. 찝찝.. 마음도 찜찜하고 몸도 찝찝해지는 소설. 


그래서 뭐가 어쨌다는 건지.. 후기를 써내려 가며 담담한 마음이 됐다. 재밌긴 재밌다. 멸망하는 세상 이야기는 항상 재밌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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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대 감기 소설, 향
윤이형 지음 / 작가정신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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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여성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수만큼 각각의 페미니즘에 대한 생각들이 존재한다. 소위 '경단녀'에 대한 이야기와 나이와 살아온 환경에 따라 달라지는 페미니즘 이슈들.


주인공들은 불안해 하고, 걱정에 휩싸여 있다. 각자 다른 상황에서 자신들의 페미니즘 요소에 대해 확신 없어 한다. <붕대 감기>에서는 여성들의 화합보다는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일이 페미니즘에 더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리고 상처 받을 지라도 다른 주장을 직시하는 걸 멈추지 않기. 


책을 읽으며 그래그래 이게 맞지, 고개를 무수히 끄덕이다가.. 또 현실을 마주해 결국 어디선가 이성과 타협할 부분을 찾고 있는 여성에 대해 생각한다. 물론 내 이야기다. 단호해 지지 못했던 부분들과, 고통을 참지 못한 일들에 대해서도 생각 해 본다. 


우리는 존재할 수 없는 이데아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걸까 ? 이 지난하고도 고통스러운 싸움은 언제 끝날 수 있을까 ? 우리는 언제까지나 세상과 싸워나가야 하는 존재들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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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는 나와 우는 우는 - 장애와 사랑, 실패와 후회에 관한 끝말잇기
하은빈 지음 / 동녘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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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남자와 비장애인 여자가 만나서 사랑을 하는 이야기입니다. 둘은 사랑했고, 함께여서 행복했고, 둘이 아니라면 할 수 없는 것들을 추억으로 남겼습니다. 그냥.. 모르겠어요, 겪어보지 않은 일에 대해서 내가 어떻게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사실.. 이 책에 대해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전혀 모르겠습니다. 이 책은 개인적 경험에서 나온 책이고, 지극히 사랑과 사랑의 실패, 사랑의 후회에 대한 책이기 때문입니다. 사실은 저의 무지함이 부끄러운 책이었어요. 근데 또 무지함에 부끄럽다는 말을 한 게 부끄러운.. 무슨 말인지 아시죠.


결국 여자가 떠납니다. 그리고 후회합니다. 이 모든 상황에 대해서요. 떠나버린 자신에 대해서, 떠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들에 대해서.. 작가님은 사랑하는 시간들에 대해서는 장애를 극복했던 걸까요 ? 그럼 떠나버린 지금은 장애를 극복하지 못한 걸까요 ? 


정답 없는 이야기를 너무 길게 생각했습니다. 헤어짐에 장애가 부차적이었다는 이야기는 너무 동화 속 이야기 같습니다. 이 책은 작가님의 고해성사, 자기반성, 자기연민.. 그런 이야기들 입니다. 그리고 가장 예쁘고 사랑한 시간들에 대한 이야기죠.


이 책을 읽으면서 운다는 행위가 꼭 누군가를 동정하는 행위 같았어요. 그래서 울지 않으려고 했는데, 책 속 연인들도 참 많이 울더라구요. 그래서 같이 울었습니다. 내 눈물의 의미가 연민과 동정이 아니길 바랍니다. 어떤 의미가 되어야 할 지는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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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모노
성해나 지음 / 창비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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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해나 라는 작가에 대해 흥미를 고조시키는 책이다. 평점은.. 4.2-4.3점 정도. 덕분에 다른 책들의 평점을 대규모로 수정해야 했다. 하나같이 흥미있는 소재와 유려한 문체로 이야기를 이끈다. 아쉬웠던 점은 표제작에서 진짜와 가짜를 논했던 이야기처럼 '진짜 이야기'가 무엇인지 아리송했다는 점이다. (적어도 나한테는)


'제로 콜라' 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탄산인 콜라 라는 정체성은 확실한데, 거기에 제로가 붙어 사람들을 혼란시키는 음료. 톡 쏘는 주제들과 아리송한 이야기의 마무리.


띠지에 있던 말은 확실히 진실이었다. "넷플릭스 왜 보냐. 성해나 책 보면 되는데." 모든 단편들이 드라마처럼 매끄럽게 흘러가고, 바라보는 사람들에 따라 받아들이는 이야기들도 다른 소설.


전체적으로 자극적인 이야기가 가득했다고 생각한다. 이 작가의 밍숭맹숭한 이야기는 어떨까 궁금도 하다. 재미는 끝내주고, 아리송한 무언가가 아쉬운 그런 소설이었다.. 충분히 작가의 다른 소설들도 궁금해지는 누군가의 시작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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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제16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백온유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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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의 문학을 깨우는 것 같은 수상작품집이다. 이제는 관성이 되어 읽지 않으면 무언가 허전하기까지 하다. 개인적으로 2024년 젊작상은 실망스러웠는데, 2025년 젊작상은 동의하기는 어려워도 설득을 당할 수 있었다. 


[반의반의 반], 백온유 

- 인지가 떨어지는 할머니의 잃어버린 오천만원에 대한 이야기. 대상작품이라기엔 뭔가 심심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곱씹을 수록 인물들의 탄탄함에 놀랐고 해설의 말처럼 등장인물 뿐만 아니라 독자 마저도 질문의 앞에 서있게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우어의 정원], 강보라

- 공백기를 가진 배우의 재출사표. 하지만 오디션에서 연출이 요구한 여성의 아픔을 드러내는 것에 대해 은밀하게 풍겨오는 구린 냄새. 하지만 후배를 만나면서 이제는 '아픔에 발 맞춰갈 수 있게' 된. 왜 정원이라 이름 붙여졌는지 이제는 알 것 같다.


[리틀 프라이드], 서장원

- 페미를 혐오하는 키작은 '남성'과 트랜스남성이 된 '남성'에 대한 이야기. 둘은 '정상적인 남성'의 범주에 들어가고 싶어한다. 키작은 남성은 키크는 수술을 받고, 트랜스남성은 키작은 남성의 남성성을 동경한다. 마지막에서야 드러나는 어떠한 '프라이드'. 트랜스남성은 키작은 남성과 자신의 같음과 다름에 대해 생각한다.. 


[길티 클럽 : 호랑이 만지기], 성해나 

- 문제있는 창작자의 작품을 계속 사랑할 수 있는가, 라는 문제는 지금까지도 여러 사람들을 딜레마에 빠뜨리곤 한다. 그래서 '길티 플레져'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김수현을 싫어하지만, 그가 나온 출연작품은 너무 재밌어서 재탕하고 싶은 마음. 그래 그 마음들이다. 하지만 그게 문제라는 걸 아는 사람과 문제라는 걸 모르는 사람들의 사이에는 깊은 협곡이 펼쳐져 있다.


[원경], 성혜령

- 불안과 불행이 닥쳐오는 순간, 시작점을 잘못 잡은 남자의 이야기. 그리고 그와 대척점에 서있는 세 여자. 그래서 이 남자는 살처분한 돼지들의 뼈가 나온 구덩이 속에서 무엇을 배우는가. 남자는 이제 불행의 시작점에서 그의 인생을 다시 재정립해야만 한다. 


[최애의 아이], 이희주

- 최애의 정자를 사서 최애의 아이를 낳는다. 하지만 거기에 대한 반전, 그리고 충격적일 수 있는 결과까지. 하지만 이 모든 이야기가 정해져 있었다면 ? 놀랍게도 이 책은 이 수상집에서 사랑으로 가장 반짝이는 책이었다. 


[~~물결치는~몸~떠다니는~혼~~], 현호정

- 지구의 신화 같기도, 혹은 지구의 멸종 같기도 하다. 읽으면서 <고고의 구멍> 생각이 났다. 현호정 작가가 오롯이 창조해 낸 고고의 행성 신화 이야기 생각이 났다. 결국 무슨 이야기였을까 생각하면.. 살아나가는 것 자체에 대한 이야기였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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