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전 설득 - 절대 거절할 수 없는 설득 프레임
로버트 치알디니 지음, 김경일 옮김 / 21세기북스 / 201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어쩌다가 이 책에 낚인 걸까?
그건 아마도 로버트 치알디니의 전작인 <설득의 심리학>을 매우 흥미롭게 읽었기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목차를 한 번 훑어보자.
‘나에게 유리한 순간을 포착하라’, ‘어떻게 주의를 이끌어낼 것인가’, ‘설득의 지리학’, ‘최고의 결과를 내는 여섯 가지 변화의 길’, ‘설득의 효과를 지속하는 법’ 등 떡밥이 너무 자극적이라 덥석 물지 않고는 배길 수 없었다.

<초전 설득 pre-suasion>은 persuasion(설득)의 앞부분 per를 모방하여 pre(전)와 suasion(설득)을 합성하여 저자가 만든 용어이다. 이 책의 핵심 주장은 무언가를 호소하기 직전에 우리가 선택하는 말과 행동이 설득의 성공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보다시피 제목 속에 내용이 모두 들어있는데 참고문헌 포함 454쪽이라는 분량으로 부풀릴 필요가 있었나 하는 의문이 든다. 지금까지 듣지도 보지도 못한 대단한 비밀을 말해 줄 듯이 우쭐거리지만, 오히려 전작에 훨씬 못 미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특징은 읽을수록 공허해진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계속 읽게 되는 이유는 첫 번째로, 혹시나 하는 기대감이다. 다음 페이지에는 뭔가 내 뒤통수를 내려칠 만큼 엄청난 게 있을지 모른다는 막연하고 불확실한 희망 고문. 두 번째는, 매몰 비용의 함정 때문이다. 이왕 여기까지 읽었는데 지금까지 읽은 게 아까워서라도 끝까지 꾸역꾸역 가보자. 읽을수록 기회비용이 날아가는데도 끝내 손에서 놓지 못하고 늪으로 끌려 들어가는 것이다.

물론, 누군가는 이 책을 읽고 도움을 얻었을 수도 있고, 혹은 본전은 건졌다고 안도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 세상에 나쁜 책은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너무 늦게 만났거나 아니면 조금 일찍 도착한 잘못된 만남만 있을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나에게 조금 일찍 온 것일까 아니면 너무 늦게 온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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