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가 뭐라고 - 강준만의 글쓰기 특강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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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첫 페이지에서 언급했듯이 글쓰기 책이 넘쳐나고 있는 시대이다. 이런 책이 범람하는 상황에서 물 한 바가지 보태기보다는 가뭄을 해소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물 한 바가지가 되길 기대하는 마음으로 출판을 하였다고 한다.

이 책이 다른 책들과 다른 점은 특정 독자층을 겨냥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주로 시사적 문제에 대한 논증형 글쓰기(주장과 근거로 이루어진 사설이나 칼럼 등과 같은 저널리즘 글쓰기) 공부를 하려는 대학생들을 주요 대상 독자로 삼는다. 결국, 이러한 글쓰기의 목적은 설득이다.

글쓰기가 귀찮은 나에게 가장 자극이 된 말은 “생각이 있어 쓰는 게 아니라 써야 생각한다.”라는 지적이다. “최상의 아이디어는 생각할 때가 아니라 글을 쓸 때 온다”고 롤프 도벨리가 말했다고 하는데 이 말 만큼 나를 채찍질하는 말도 없을 듯하다. 이 책을 덮고 나면 ‘생각하기 싫어서 글을 안 쓰는 거 아니냐’ 라는 자책에 빠질지도 모른다.

뜬금없어 보이지만 신선하게 다가온 것은 “글쓰기가 민주주의를 완성한다”는 저자의 주장이다. 영국에서 산업혁명 초기에 지배계급은 노동자들에게 ‘읽기’만 가르치고 ‘쓰기’는 가르치지 않기로 결정했는데, 그 이유는 간단했다. 노동자는 지시 사항을 이해하면 되지, 자기 생각을 밝히거나 발전시키는 건 위험하다는 것이다. 바로 그런 이유로 프랑스 같은 유럽 국가의 문해율은 1800년대까지 50%를 넘지 못했다. 긴 인류 역사를 생각하면 정말 코앞의 1960년까지도 전 세계 인구의 절반이 읽고 쓰기를 하지 못했다. 이런 역사를 고려한다면, “페미니즘이 민주주의를 완성한다”라는 구호에 빗대 “글쓰기가 민주주의를 완성한다”고 말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주장이다.

‘글쓰기와 민주주의’ 얼핏 연결이 안 되는 것 같지만, 생각해 보면 아주 적절한 표현이라는 생각이 든다. 전방위적으로 뻗어있는 네트워크를 통해 내 생각과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기에 글쓰기는 일상이 되어야 한다. ‘게시판에 글 올리겠다’라는 말이 협박처럼 들리는 시대가 아니던가.

글쓰기는 연못에 돌을 던지는 것이다. 돌멩이는 크든 작든 파장을 일으킨다. 한 번의 출렁임으로 끝나는 파장일지라도 이 세상의 바닥에 돌멩이 하나는 남겨 둘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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