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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66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 민음사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빨리 좀 뒤죽박죽이 된 말로, 그리고 우스꽝스러운 말인 줄 알면서도, 그것은 태양 때문이었다고 말했다.(p115)
너무도 유명해서도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까뮈의 <이방인>이다.
처음 읽었을 때는 주인공인 뫼르소가 특이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자연스럽게 이해를 하게 되었다.
‘실존주의’니 ‘부조리’니 이런 추상적인 단어가 거추장스럽게 느껴지는 것은
내가 혹은 우리가 그 단어들이 가리키는 실체 안으로 관통해 들어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낮 동안에는 줄곧 상고 생각이었다. 나는 이 상고에 대한 생각을 최대한 활용했다고 믿는다. 효과를 면밀히 따져서 나의 성찰로부터 최대의 효력을 얻는 것이었다. 나는 늘 최악의 경우를 가정하곤 했다. 상고 기각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래, 그렇다면 나는 죽을 수밖에 없는 거다.” 다른 사람들보다 먼저 죽는 것은 분명했다. 그러나 인생이 살 만한 가치가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결국, 서른 살에 죽든지 예순 살에 죽든지 별로 다름이 없다는 것을 나도 모르는 바 아니었다. 그 어떤 경우에든지 당연히 그 뒤엔 다른 남자들 다른 여자들이 살아갈 것이고 여러 천년 동안 그럴 것이니까 말이다. 요컨대 그것보다 더 문명한 것은 없다. 지금이건 이십년 후건 언제나 죽게 될 사람은 바로 나다. 그때 그러한 나의 추론에 있어서 좀 거북스러웠던 것은, 앞으로 올 이십년의 삶을 생각할 때 나의 마음속에 느껴지는 저 무서운 용솟음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이십 년 후에 어차피 그러한 지경에 이르렀을 때에 내 생각이 어떠할까를 상상함으로써 눌러 버리면 그만이었다. 죽는 바에야 어떻게 죽든 언제 죽든 그런 건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명백한 일이었다. 그러므로(그리고 어려운 일은 이 ‘그러므로’라는 말이 나타내는 모든 추론을 잊지 않도록 명심하는 것이었다). 그러므로, 나는 내 상고의 기각을 받아 들일 수밖에 없었다.(p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