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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까지의 세계 (양장) - 전통사회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울 것인가?
재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강주헌 옮김 / 김영사 / 2013년 5월
평점 :
인간의 다양한 삶의 방식들에 대해 해답으로 인종과 지적능력과 생물학적 차이라는 개념을 거부하고 환경과 지리적 조건의 차이로 답을 제시했던 <총, 균, 쇠>의 저자인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저작이다.
이 책에서는 환경 결정론을 바탕으로 ‘전통사회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어떤 사회마다 고유한 문화를 지닌다면, 또 어떤 사회로부터 뭔가를 배운다는 것이 결국 그 사회의 문화로부터 뭔가를 배우는 것이라면, 문화마저 환경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는 것인지 의문이지만, 다이아몬드는 우리가 전통 사회로부터 배울 수 있는 교훈을 크게 일곱 가지 - 양육법, 노인의 대우, 분쟁 해결 방법, 위험 관리, 다중언어 사용, 건강한 생활방식, 종교에 대한 의식 - 를 제시한다.
이 책을 통해 저자는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이 유일한 방식은 아니라는 것을 주장한다. 전통사회의 목소리가 중요한 이유는 우리에게 사회적으로나 생태적으로, 심지어 영적으로도 다른 방향을 지향 할 수 있는 대안이 있다는 걸 떠올려주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지금의 풍요를 포기하자는 것은 아니다. 다만 우리가 택한 길이 유일한 길이 아니기 때문에, 과학적으로 현명한 길이 아니라고 입증된 길을 고집하는 잘못을 범하지 말자는 것이다. 이 땅에는 다양한 문화가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우리가 삶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칠 수 있다는 게 입증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럼 어떤 식으로 우리 삶을 바꿔가야 할까? 저자는 그 답을 전통 사회에서 찾아 우리에게 정리해 주고 있다.
그렇다면 전통 사회란 어떤 사회인가?
저자의 정의에 의하면 전통 사회란 “수십 명에서 수천 명까지 소규모 집단을 구성하며 낮은 인구밀도에서 수렵채집, 농업이나 목축으로 살아가고, 서구화 된 산업 사회들과 접촉함으로써 제한적으로 변한 과거와 현재의 사회”를 뜻한다. 이러한 전통 사회는 우리에게도 그리 낯설지 않은데 ‘내셔널 지오그래피’ 같은 다큐멘터리 채널들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자주 접해왔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는 1964년부터 그린란드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섬인 ‘뉴기니’를 비롯한 알래스카 이누피아크족, 아마존 야노마미족, 아프리카 !쿵족 등 여러 전통사회들을 답사하며 연구를 해 왔다. 특히 뉴기니지역을 깊이 연구했고 이 책에서도 주로 뉴기니를 중심으로 논의를 전개하고 있다.
왜 ‘전통’ 사회가 우리에게 매력적으로 보이는 걸까?
그것은 전통사회에서 발견되는 차이점과 유사점의 복잡한 혼재가 외부인에게 전통 사회가 매력적으로 보이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전통 사회가 우리 관심을 끌고 중요하게 여겨지는 또 다른 이유는 조상들이 실질적으로 수만 년 동안 살아온 특징들이 그 사회에 간직돼 있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생활방식이 지금의 우리를 만들어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렵채집 사회에서 농경 사회로의 전환은 약 1만 1,000년 전에야 시작되었다. 금속 도구는 약 7천 년 전에야 처음 만들어졌고, 최초의 정부와 최초의 문자는 약 5,400년 전에 등장했다. 인류의 역사에서 ‘현대적’ 조건이 득세하기 시작한 것은 불과 얼마 전이었고, 그것도 국한된 지역에서였다. 모든 인간 사회는 현대화의 혜택을 누린 시기보다 훨씬 오랫동안 전통적이었다. 우리는 매일 야생에서 채집하고 사냥한 음식보다 농장에서 재배하고 상점에서 구입한 상품을 당연하게 여긴다. 돌과 나무와 뼈로 만든 연장보다 금속 연장을 당연하게 여기고, 국가를 운영하는 정부와 그에 관련된 법정과 경찰 및 군대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글을 읽고 쓰는 데 사용되는 문자도 당연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이런 모든 필수품들이 상대적으로 새로운 것이고, 지금도 수십억의 인구가 여전히 부분적으로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다.
이 책의 아쉬운 점은 새롭거나 신선한 내용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1937년생인 저자의 나이를 생각할 때 이 책이 저자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유추해 볼 수 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지금까지의 연구 성과를 종합하고 집대성하고 싶었을 것이다. 때문에 저자의 저서를 읽어 왔거나 문화인류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매우 익숙한 내용들이 열거되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적인 아쉬움과는 상관없이 책의 곳곳에 노학자의 통찰이 번득이는 부분이 있으니 인내하고 독파할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 저자의 책을 한 권도 안 읽어 본 사람에게 딱 한 권만 권하라고 한다면 개인적으로는 이 책보다는 <총, 균, 쇠>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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