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의 심리학 - 목숨을 걸고 싸우는 사람들의 심리와 생리
데이브 그로스먼 & 로런 W. 크리스텐슨 지음, 박수민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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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장.

전역을 3개월 앞두고 실제 전투라니.

군복무를 하는 동안 몇 차례의 유격훈련과 전술훈련, 손에 꼽힐 만큼의 사격훈련을

받았다. 훈련을 받는 동안 진짜 전투를 염두에 두고 임한적은 한 번도 없었다.

어쩌면 그동안 전쟁놀이를 해 왔는지도 모르겠다.

 

막상 전투를 경험해보니 생각했던 것과는 너무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전쟁영화에서는 온갖 영웅들이 설쳐대지만 실재로는 총소리만 들려도

저절로 머리를 땅에 처박게 된다.

 

2차 대전 당시 적을 향해 사격을 한 병사들은 15%밖에 안 되었다고 한다.

아무리 적이라도 같은 종족을 살해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또한 2차 대전에 참전했던 미군의 4분의 1이 바지에 오줌을 쌌고,

8분의 1은 똥을 쌌다고 한다. 이런 수치는 솔직하게 사실을 인정한 군인들의

증언만 반영된 것이다.

 

제1․2차 세계대전과 한국 전쟁에서 정신적 사상으로 인해 전선에서 후송된

인원은 전투 중 사망한 인원보다 많다.

 

이쯤 되면 전쟁터에서 진짜 적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전쟁터에서 진짜 적은 공포다.

 

전투 중에 발생하는 공포와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감각기관들이 이상반응을

보일 때가 많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투 중 총소리를 듣지 못한다. 흔히 이것을 스트레스성 난청

이라고 부른다. 순간적으로 시간이 슬로모션처럼 아주 느리게 흘러가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시야가 좁아지며 생리현상 조절 능력을 상실하기도 한다.

 

스트레스가 심해지면 대개 주변 시야를 상실하여 시야가 더 좁아진다.

거리 감각도 상실해 실제보다 위협 대상이 더 가까이에 있는 것처럼 보이고

근거리 시력을 상실해 가까이에 있는 물체를 보는 데 애를 먹는다. 말 그대로

‘너무 겁에 질려 똑바로 볼 수조차 없게’되는 것이다.

 

특정 감각들이 순간적으로 기능을 상실할 때가 있는가하면 반대로 더 예민해지는

감각기관이 생기기도 한다.

 

예를 들어, 기관단총을 쏘는 동안 총성은 들리지가 않았는데 슬라이드가 앞뒤로

움직이면서 약실에 새 탄환이 이동할 때 나는 ‘딸깍딸깍’하는 총기 작동 소리는

들리는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인체에 이런 능력이 있다는 사실은 아주 놀랍다.

 

정신적인 압박을 받으면 혈관이 수축되기도 한다.

전투가 끝나고 동료들과 서로의 상처를 확인하는 동안, 팔에 작은 상처가 난 것을

발견했다. 상처로 봐서는 총알이 스쳐간 흔적이라 생각하고 다행이라고 안심을 했는데

안도의 한숨을 내 쉬는 순간 팔에 난 상처가 벌어지더니 피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한숨을 돌리는 순간 혈관 수축을 멈추고 혈관 확장이 시작된 것이다.

 

극한의 상황에서 인간은 예측할 수 없는 존재가 된다.

이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왜냐하면 총알이 빗발치는 순간에는 자책할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오늘의 목표는 적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살아남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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