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대런 애쓰모글루 외 지음, 최완규 옮김, 장경덕 감수 / 시공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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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박애주의자 로버트 오언이 어느 정도 사회개혁을 채택해 곤궁한 인민의 고충을 덜어주어야 한다고 오스트리아 정부를 설득했을 때, 메테르니히의 측근 중 하나인 프리드리히 폰 겐츠는 이렇게 대꾸했다. “일반 대중이 모두 자립해 잘사는 걸 전혀 바라지 않는다. 그러면 어떻게 통치할 수 있겠는가?” (p326)

 

 

이 책은 ‘왜 어떤 나라는 부유하고 어떤 나라는 가난한가?’라는

어마어마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저자는 신석기혁명 이래 온 세상의 주요 정치/경제적 발전상을 설명하는데

유용한 이론을 제시한다. 그렇다고 이론 하나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으리라는 순진한 생각에서 그런 선택을 한 것은 아니다.

 

너무 많은 구체적인 내용에 집착하다 보면 모호함에 빠져들 위험이 있으므로

그런 이론에서 출발한다면 유사한 사례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던 것이다.

따라서 성공적인 이론은 구체적인 내용을 충실하게 재현하기보다 광범위한 과정에

관해 경험을 바탕으로 한 타당하고 유용한 설명을 제공해야 되고, 그러면서도

해당 현상을 좌우하는 핵심 요인을 명확히 짚어낼 수 있어야 한다.

 

이 책의 이론은 두 가지 측면에 초점을 맞춰 이런 목적을 달성하려 한다.

 

첫째, 착취적 정치/경제 제도와 포용적 제도의 차이를 밝힌다.

둘째, 일부 지역에서만 포용적 제도가 태동하고 다른 지역에서는 그렇지 못한 이유를

설명한다. 이 이론은 일면 제도의 관점에서 역사를 해석한 것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면에서는 해당 국가의 제도적 향방이 결정된 역사적 경위에 대한 것이다.

 

이 이론의 핵심은 포용적 정치/경제 제도와 번영의 관계다.

사유재산권을 보장하고, 공평한 경쟁의 장을 마련하며, 신기술과 기능에 대한 투자를

장려하는 포용적 경제제도는 소수가 다수로부터 자원을 착취하기 위해 고안되고,

사유재산권을 보장해 주지 못하는 착취적 경제제도에 비해 경제성장에 훨씬 더 유리하다.

포용적 정치제도는 다원주의적 정치권력을 고루 분배하고 법과 질서를 확립할 수 있도록

일정 수준 이상의 중앙집권화를 달성하며 안정적인 사유재산권의 토대를 마련하고 포용적

시장 경제를 뿌리내리게 한다.

 

국가가 실패하는 요인은 무수히 많지만 가장 중요한 한가지만을 꼽으라면

‘정치(제도)’라고 말 할 수 있다. 나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전부터 동일한 생각을

해왔기 때문에 격하게 머리를 끄덕이게 된다.

이렇게 요약된 글을 읽어보면 좀 애매한 느낌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쉽게 우리가 살고 있는 남한과 북한을 비교해 보면 어떨까?

이 책의 앞부분부터 전체적으로 비중 있게 다루고 있는 사례 중의 하나가

남한과 북한에 대한 비교 분석이다.

 

현재 북한이 가난한 이유는 무엇인가?

그 이유는 권력을 가진 자들이 빈곤을 조장하는 선택을 하기 때문이다.

지도자의 실수와 무지 때문에 잘못된 선택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의도적이라는 것이다.

즉, (잃을 것이 많은) 가진 자들의 불안 때문에 창조적 파괴, 산업의 발달,

권력의 분점을 실행할 수가 없는 것이다.

 

저자의 이론이 완벽한 가설은 될 수 없겠지만 나름 탄탄하고 설득력 있는

이론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정말 보편적 이론으로서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미래에도 적용이 되어야한다.

 

이 이론을 직접 적용해 볼 수 있는 좋은 리트머스 시험지가 있다.

현재 가장 잘 나가고 있는 중국의 미래에 대해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한번 이 이론을 적용해 보도록 하자.

 

중국의 사례에서는 선진국 따라잡기와 해외 기술 수입, 값싼 공산품 수출에 의존하는

성장이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 하지만 중국식 성장도, 특히 중진국의 생활수준에

도달하면 결국 막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중국공산당과 갈수록 막강해지는 경제 엘리트층이

향후 수십 년간 권력을 단단히 틀어쥐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 이론이 증명하듯

창조적 파괴와 진정한 혁신이 도래하지 못할 것이고 중국의 괄목할 만한 성장 역시

서서히 제동이 걸릴 것이다.

 

그렇다고 이런 결과가 필연적인 것은 아니다. 착취적 제도하의 성장이 한계에 도달하기

전에 중국이 포용적 정치제도로 방향 선회를 한다면 피할 수 있는 일이다. 그렇지만

중국에서 포용적 정치제도를 향한 움직임이 일어날 가능성은 높지 않으며, 설령 가능하다

해도 저절로 또는 아무런 고통 없이 그런 일이 벌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중국의 미래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쏟아내고 있는 가운데

저자는 생각만큼 중국의 전망이 밝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을 하고 있다.

경제라는 것이 지수와 통계만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면 저자의 의견에

귀를 기울일 필요는 충분하다.

 

자 이제부터 두 눈을 크게 뜨고 지켜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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